[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한국의 이사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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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봄철을 맞아 요즘 한국에선 이사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한국의 이사 문화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이 재산이 늘면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옮겨 가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거꾸로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네, 바로 자녀 교육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교육환경이 좋을 곳일수록 집값이 비싸다는 뜻인데요.

이번 시간은 한국의 이사 얘기입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아니경

: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 한국에는 아파트가 아주 많은데요. 이나경 씨도 지금 아파트에서 사시죠?

이나경

: 네, 아파트에서 살고 있죠.

노재완

: 아파트에서 사시는 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이나경

: 아파트가 일반 주택보다 살기엔 편한 것 같아요. 다만, 아파트가 정이 없다고 할까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겠고, 뭐하고 사는지 모를 정도로 좀 삭막합니다.


노재완

: 네, 맞습니다. 요즘 보면 아파트의 경우 옆집에서 누가 와서 인사하는 것조차 싫어하잖아요.


이나경

: 네, 아파트는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그 동안 이사를 몇 번 했는데요. 그 때 마다 이사 복이 없는지 옆집에 사는 분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노재완

: 혹시 옆집에 사는 분이 나경 씨가 북에서 오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는 건 아닌지요?

이나경

: 그건 아닐 겁니다. 제가 북에서 온 사실조차 모를텐데요. 아무튼 몇 번 그러고 나니까 많이 서운하더라고요.

노재완

: 아, 그렇겠네요.

이나경

: 정말이지 앞으로 이사 가면 좀 정다운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노재완: 그래야죠. 가까운 이웃이 먼 데 사는 사촌보다 더 친하고 좋은 거 아닙니까.

이나경

: 근데 우리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제가 어딜 가고 없으면 항상 옆집에 가는 거예요. 그러면 옆집에선 저한테 전화를 해서 아이가 자기 집에 와 있다면서 빨리 데려가라고 눈총을 주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 어딜 나가 있으면 옆집에서 전화 올까봐 늘 불안해요. 하지만 우리 애는 저의 이런 맘도 모르고, 계속 옆집에 가서 저를 기다리는 겁니다.

노재완

: 아무래도 옆집에 있어야 엄마를 빨리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이나경

: 네, 그렇죠. 문소리가 나면 바로 엄마한테 갈 수 있어 옆집에 가는 거라고 저희 애가 얘기하더라고요. 또 그런 말을 들으니까 맘이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노재완

: 지금 한국엔 맞벌이 하는 부부들이 많은데요. 이럴 때 이웃 간에 아이들을 봐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나경

: 그럼요. 그러면 서로 좋은건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요사이 이사하는 집들이 많은데요.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경우 쓰던 살림살이를 버리고 가는 집들이 많더라고요.

노재완

: 예, 보면 다 멀쩡한 물건들인데..

이나경

: 네. 맞아요. 요즘 좋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아파트 안에 가전제품이라든지 이불장이 모두 갖춰져 있어 가져 갈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노재완

: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한테 주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나경

: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들을 보면 정말 없는 게 없더라고요. 심지어 집안에 극장 스크린까지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전 그 얘기 듣고 놀랐습니다. 한 마디로 집안에 영화관이 설치돼 있는거잖아요.

노재완

: 이사 가는 분들을 보면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일부러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줄여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나경

: 사실 서울의 강남이나, 목동 지역이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인데요. 다른 곳에서 이 곳으로 이사가는 분들 중에 집 크기를 줄여서 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노재완

: 네, 이들 지역이 대한민국 최고의 학군인데요. 이곳에 가서 거주해야만 거기에 있는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겁니다.

이나경

: 저는 강남의 땅값이 비싼 이유가 도로와 큰 빌딩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런 교육 환경도 땅값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노재온

: 결국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도 바로 그겁니다. 교육이 이사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대구의 수성구도 마찬가집니다. 서울 강남처럼 대구에선 좋은 학군이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비싼 겁니다.

이나경

: 아, 그래서 사람들이 대구의 수성, 수성하는 거군요. 이게 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에 감탄할 수밖에 없고요. 머리가 숙여집니다.


노재완

: 한국의 이사 문화는 단순히 집을 옮긴다는 차원에서 이런 교육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