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이야기] 아시안게임

0:00 / 0:00

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joo_young_305
10일 오후 광저우 웨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한국과 요르단의 축구 예선전에서 박주영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후반에 교체투입된 박주영은 득점없이 도움 하나를 기록했다. 한국이 4-0으로 승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국에서 열리는 광주 아시안게임 개막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사상 최대 규모에 최다 종목, 최다 금메달이 걸려있는 대회입니다. 이번 대회 역시 남과 북이 나란히 참가합니다.

참가 선수들은 각국의 명예를 걸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보름 간 펼쳐지는 이번 아시아게임에서는 또 어떤 감동과 환호를 우리에게 선사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번 시간은 아시안게임에 대한 얘기입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도 많이 춥죠?

이하영: 어제 보다 괜찮습니다. 어젠 정말 바람도 많이 불고, 너무 추웠습니다. 요즘 옷이 좋고 그러니까 아무리 춥고 그래도 껴입고 다니면 괜찮습니다.

노재완: 맞아요. 추울 땐 완전무장이 최고입니다.

이하영: 중국 광주 아시안게임이 곧 개막할텐데요. 노 기자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종목에 관심이 있으세요?

노재완: 전 야구요.

이하영: 여기 남쪽 남자들은 다 야구를 좋아하시더라고요. 신문에서 보니까 한국 국민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를 가장 보고 싶은 경기라고 하던데요.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이 단연 금메달 후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정말 한국 사람들의 야구사랑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야구 경기 규칙을 잘 몰라서 봐도 재미가 없습니다.

노재완: 아무래도 북쪽에서는 야구를 거의 보지 않으니까요. 아니, 야구를 아예 하지 않죠.

이하영: 네, 맞습니다. 아마 야구장도 없을 겁니다. 북쪽에서는 축구를 좋아해요. 물론 축구야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좋아하지만요.

노재완: 한국 사람들도 물론 축구를 좋아합니다. 지난여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고 남아 있는데요. 정말 그 때 대단했죠.

이하영: 한국이 멋지게 예선을 통과해 16강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믿습니다.

노재완: 근데 아시안게임은 연령 제한이 있어 월드컵 때 뛰던 선수들이 다 나오진 않습니다. 그래서 전력이 조금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엊그제 남북 대결이 있었는데, 그 경기 보셨나요?

이하영: 네, 저도 텔레비전을 통해 봤습니다. 북쪽이 남쪽을 1대 0으로 꺾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는데요. 솔직히 저는 아시아게임에서 남과 북이 경기를 하면 마음이 아파요. 한국을 꼭 이겨야 하는 북한과, 북한을 상대로 한일전 만큼의 긴장감을 갖지 않고 임하는 한국.. 언제쯤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세계무대에 나갈 수 있을 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마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나간다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은 따논당상인데요.

노재완: 그 동안 한 두 차례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죠. 지금도 기억나는데요. 91년 포르투갈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나가 8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탁구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같은 해일 겁니다.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당시 남쪽의 현정화와 북쪽의 이분희의 맹활약 속에 여자단체전 금메달의 쾌거를 이룩했었죠.

이하영: 네, 저도 기억이 납니다. 하얀 바탕에 파란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흔들었던 7천만 동포들의 외침.. 북쪽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었습니다. 정말 그때만큼 한민족이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이 시합을 할 때 북쪽이 남쪽과 경기에서 지면 선수들이 북한에 갔을 때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안쓰러운 생각이 들죠.

노재완: 한반도기는 지난 1989년 북경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 체육회담에서 처음 제시되었던 것인데요. 1991년 세계탁구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하영: 아, 그랬군요. 한반도기의 역사도 벌써 20년이나 됐네요.

노재완: 그러게요. 세월 참 빠릅니다. 국제대회에서 남쪽과 북쪽의 선수들이 많이 격돌하는데요. 사실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양보란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도 남북 선수들이 함께 뛸 때 묘한 기분이 들것 같기도 합니다.

이하영: 그렇겠죠. 제가 선수라도 그런 기분 들 것 같아요.

노재완: 북쪽에서 오신 분들에게 남북대결을 할 경우 어느 쪽을 응원하느냐고 물으면 주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하영: 맞아요. 저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북한을 응원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반대로 남쪽을 응원하기도 하고, 또 양쪽 다 응원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노재완: 이번에도 남쪽은 메달 순위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한국이 금메달 65개 정도 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중국의 텃새도 있고 그러니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또 일본의 추격도 만만치 않고요.

이하영: 금메달 65개요? 그렇게나 많이 땁니까.

노재완: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때도 남쪽은 58개를 땄습니다. 이번에 종목과 메달이 더 늘어났으니까 당연히 조금 더 많이 따겠죠?

이하영: 사실 일본이 인구로 보나 뭐로 보나 한국보다 앞서 있는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성적을 보면 한국 보다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걸 보면 참 신기해요.

노재완: 전 그렇게 생각해요. 일단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 보다 정신력에서 앞서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훈련량에서도 한국이 좀 더 앞서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체육에 대한 국가적 뒷받침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하영: 하긴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죠. 해마다 해외 전지훈련을 다니려면요. 북한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까 선수 육성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참, 노 기자님 요즘 남북관계가 좋지 않잖아요.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은 어렵겠네요?

노재완: 네, 그동안 남과 북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여러 차례 국제대회에서 공동입장을 했었는데요, 아시다시피 이번에 무산이 됐습니다. 안타깝죠.

이하영: 이번에는 한반도기를 보기가 어렵겠네요. 어쨌든 광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과 북의 모든 선수들이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고요. 특히 북한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