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이월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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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국에선 요즘 여름에 팔리지 않았던 갖가지 상품들이 할인 매장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형 할인 매장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할인 간판을 내걸고 고객 잡기에 여념이 없는데요.

제철이 지났거나 유행이 지난 상품을 흔히 이월 상품이라고 하죠. 이월 상품은 정상 가격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요.

알뜰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가을은 값비싼 여름 상품을 구매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이번 시간은 이월상품에 대한 얘기입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이번에 추석 잘 쇠셨어요?

이하영: 네, 지난주 말씀드린 것처럼 북에서 오신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보냈습니다. 추석날에 맞춰 일부러 모임을 가졌습니다. 합동차례를 지내고 여러 가지 운동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추석연휴 마지막 날에는 날씨가 좋아 등산도 했고요.

노재완: 하긴 요즘엔 명절 때 차례 지내고 등산 많이 가더라고요. 등산은 어디로 가셨어요?

이하영: 지난번 큰물 피해를 입었던 우면산에 다녀왔습니다. 큰물 피해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수해 복구는 거의 다 끝났더라고요. 추석 연휴라 가족이나 친지들이 주로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친구나 연인끼리 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노재완: 보면 우면산도 아름답죠?

이하영: 산이 높지는 않지만 참 운치기 있고요. 도봉산이나 관악산과는 달리 산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면산 정상에서 한강이 한눈에 보이고 서울타워도 보이는 것이 서울은 볼수록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노재완: 서울 정말 멋진 곳이죠. 서울 중심에 있는 한강과 도심에서 가까운 산이 잘 어우러져 있으니 말입니다. 산에서 가을 하늘을 보는 것도 볼만하죠?

이하영: 네, 얼마 전까지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 이어졌는데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공기도 더 맑아진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면 절기만큼 정확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주부들은 겨울 준비에 마음들이 조급한 것 같습니다.

노재완: 이제 가을인데요. 벌써 겨울 준비를 해요?

이하영: 겨울 옷 장만 때문입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옷 가격이 비싸지니까 지금 장만하는 겁니다. 저는 반대로 이맘 때 여름철 상품을 구입합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건지 뒤처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살림살이 요령이라고 할까요.

노재완: 그러니까 내년에 입을 여름옷을 지금 사신다고요?

이하영: 네, 올 여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복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거든요. 오래된 수영복이라 좀 창피했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 수영복 하나 구매했습니다. 요즘 이월상품이 많이 나와서 수영복을 아주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당장 바닷가에 피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실내 수영장에 갈 수도 있고 해서요. 그리고 여름용 등산복도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골랐습니다. 지금 구매하면 정상 가격 보다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거든요. 이참에 노 기자님도 내년 여름을 대비해 하나 장만하세요.

노재완: 저는 필요할 때 마다 그때그때 사는 편입니다. 미리 사두면 이상하게 나중에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합니다.

이하영: 하긴 대부분의 남자들은 살 게 있으면 닥쳐서 사더라고요. 그러니까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뭐든 비싸게 사는 거예요.

노재완: 그러면 생각난 김에 저도 여름샌들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작년부터 신었던 샌들이 많이 달았거든요. 그런데 북에선 샌들을 뭐라고 부르죠?

이하영: 북에선 보통 산따로라고 많이 부릅니다. 아무튼 이번에 알뜰 구매하시면 집에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여자들은 남자가 알뜰 구매하면 되게 좋아하거든요.

노재완: 남자보다 여자가 돈을 잘 모으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었군요.

이하영: 이월 상품 중에도 마지막 재고 물건들, 흔히 '땡처리'라고 부르죠. 이런 땡처리 물건들은 정말 운 좋으면 1개 사는 가격으로 4~5개까지 살 수 있습니다.

노재완: 선풍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중기제품(가전제품)도 성수기인 여름에 사면 비싸니까 인기가 없는 가을이나 겨울에 장만하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여름에 겨울을 준비하고 가을에 선기가 돌 때 여름 상품을 준비하면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면 여름에 모피 옷, 오리털점퍼, 스키용품을, 겨울에 산따로와 수영복 등 여름 상품을 구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때요 북한에서도 장마당 같은 곳에서 이월 상품을 많이 파나요?

이하영: 한국에서는 모든 게 풍족해서 계절이 바뀌거나 유행이 조금만 지나면 가격을 낮춰 물건을 파는 이월 상품이 쏟아지지만, 북한에서는 이월 상품을 쉽게 볼 수가 없습니다.

노재완: 그렇다면 이월 상품이 거의 없다는 말씀인가요?

이하영: 아시겠지만 북한은 모든 게 부족한 나라입니다. 생산된 물품이 적어서 적시에 공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요. 때문에 밀매 등을 통해 부족한 것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