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봄나들이

충북 제천시 신월동 대원대학 정문 앞에 개나리 수십여 그루가 꽃망울을 터뜨려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 제천시 신월동 대원대학 정문 앞에 개나리 수십여 그루가 꽃망울을 터뜨려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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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입춘에 우수와 경칩도 지나 봄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싱그러운 꽃내음이 봄나들이를 재촉하는데요.

봄의 전령인 개나리는 이미 남부지방까지 올라왔습니다. 한국에선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전국에 어딜 가도 상춘객들로 붐비는데요. 이번 시간은 한국의 봄나들이 얘기입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아니경

: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 요 며칠 전국에 꽃샘추위로 봄기운이 잠깐 움츠렸는데요. 이런 가운데 제주를 비롯해 남부지방에는 꽃들이 잇따라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이나경

: 네, 맞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물러가지 않았지만 자연은 조용히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는데요.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노란 개나리는 막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입니다.


노재완

: 그러게요. 서울은 다음 주 정도면 개나리나 진달래 같은 봄꽃이 필 거라고 하는데요. 올해는 평년보다 닷새 가량 빨리 핀다고 합니다.

이나경

: 근래 들어 봄이 빨리 찾아오잖아요. 개화 시기도 그만큼 앞당겨 진 것 같아요.

노재완

: 그래서인지 요즘 서울의 각 공원마다 봄꽃 축제 준비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족들과의 봄나들이 계획을 미리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나경 씨도 봄나들이 계획하신 게 있나요?

이나경

: 저희 아들이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잖아요. 그런데 학교에서 봄에 대한 주제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는지 어제 학교에 다녀와선 저한테 대뜸 꽃구경 가자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딜 갔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과천 서울대공원 옆에 있는 서울랜드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뭐.. 거기에 가는 것 같아요.

노재완

: 맞아요. 최근에 신문을 보니까 서울랜드에서 봄 축제가 열린다고 나오더라고요. 오는 주말인 20일부터 6월 6일까지 진행하는데요. 겨우내 온실에서 정성껏 키워낸 튤립을 비롯해 팬지, 데이지, 수선화 등 다양한 봄꽃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나경

: 와! 거기 가면 동화 속 꽃 나라에 간 기분이겠네요.


노재완

: 그럼요. 저도 가족들이랑 한번 가 볼 생각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봄꽃을 심고 화분을 가져가 키울 수 있는 '봄꽃 심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고 합니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색다른 교육현장이 될 겁니다. 서울랜드는 지하철로 가도 금방 가니까 한번 다녀오시죠?


이나경

: 그래야 될까봐요. 거기가 지하철 4호선 타고 가야 하는 거 맞죠?

노재완

: 네, 맞아요. 서울대공원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이나경

: 노 기자님 말씀 듣고 나니까 저도 절로 가고 싶어지는데요.(웃음)

노재완

: 나중에 4월 되면 여의도에서 벚꽃 구경도 하세요. 아시죠? 여의도 윤중로요?


이나경

: 알죠. 몇 번 저도 가봤습니다. 국회의사당 뒤편에 있는 대로잖아요. 볼 때마다 순백으로 채색한 벚꽃이 정말 장관이더라고요.


노재완

: 여의도 윤중로 벚꽃은 밤에 그 매력을 더하는데요. 특히 노을이 붉게 물들면 윤중로 벚꽃은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야간에요. 한강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하얀 벚꽃을 감상하는 것도 볼만합니다.

이나경

: 북한에선 해마다 김일성 주석 생일인 4월 15일이 되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열리는데요. 이 때 잠깐 꽃축제가 열립니다. 하지만, 여기 한국처럼 화려하진 않습니다. 먹기 살기도 바쁜데 꽃구경 할 시간이 어디 있어야죠. 꽃이야 그냥 지나가다가 보는 거구요. 일부러 시간 내서 멀리 꽃구경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여기는 자가용 끌고 진해 까지 가서 벛꽃 보고 그러는데요. 아마 북쪽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요. 북한에선 벛꽃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노재완

: 왜 그러죠?


이나경

: 벛꽃이 일본 꽃이잖아요. 사쿠라요. 그래서 해방이 된 다음에 거의 다 없앴습니다 대신에 평양에는 살구나무를 많이 심어 4월 중순경 살구꽃이 만개하는데요. 멀리서 보면 벛꽃과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벚꽃 구경이 유명하다면 북쪽은 살구꽃이고, 한국에 진해가 있다면 북한은 회령이 있습니다.

노재완

: 회령은 함경북도에 있는 거죠?

이나경

: 네, 맞습니다. 회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어머니인 김정숙이 태어난 곳인데요. 회령에는 백살구 과수원이 유명합니다. 살구꽃으로 뒤덮힌 회령땅은 꽃천지가 됩니다. 물론 여기처럼 꽃구경 하러 일부러 회령을 찾는 사람은 드물지만 이때 김정숙 유적지 답사를 하게 되면 대단한 행운입니다.

노재완

: 요즘 같이 살기 바쁜 북한 주민들도 길가에 활짝 핀 꽃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밝아지겠죠.

이나경

: 제가 살았던 평양에서 봄 명절인 4.15 김일성 생일, 북한에선 태양절이라고 부르는데요. 김일성 생일과 5.1절, 국제노동자절이 되면 온 가족이 평양 모란봉이나 만경대, 대성산유원지로 산보갑니다.

노재완

: 북한 텔레비전을 보니까 갖가지 꽃들로 만발한 모란봉의 모습도 참 아름답더라고요.

이나경

: 맞습니다. 통일이 돼서 고향에 갈수만 있다면 모란봉으로 향하는 도로변에 핀 살구꽃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노재완

: 남북이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교류가 활발해져서 왕래가 자유롭게 된다면 곧 가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나경

: 그런 날이 정말 곧 올까요? 남북한 사람들이 왕래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은 정말이지 여기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