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뵙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6일은 북한의 6.6절이었죠. 북한의 어린이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이날 하루 어린이들과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오늘은 남북한의 어린이 날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네, 지난 6일은 6.6절이었죠. 소년소녀, 그러니까 어린이들을 위한 기념일로 알고 있는데요. 남한에서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해서 해마다 이날이면 다양한 잔치와 선물을 마련해서 어린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6.6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현아: 남한은 5월 5일 하루가 어린아이부터 초등학교 학생을 위한 어린이날이잖아요. 북한은 6월 달에 6월 1일과 6월 6일 이렇게 어린이 명절이 두 번 있어요. 6월 1일은 남한과 같은 어린이 날이고 6.6절은 소년단원의 날이에요. 북한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소년단에 입단해서 13살, 중학교 3학년까지 활동합니다. 이 소년단을 위해 제정된 명절이 6.6절입니다. 그러니까 6.6절은 어떻게 보면 순수한 어린이 명절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좀 정치적인 색을 띠는 명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중석: 남한에도 오래전부터 소년단, 소녀단이 있습니다.
김현아: 저는 별로 못 봤어요.
오중석: 그걸 영어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이라고 하는데요. 60~80년대까지 우리 경제가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때는 보이스카웃, 걸스카웃을 중심으로 산악훈련, 등반, 봉사활동 등 여러가지 활동을 했어요. 그랬는데 이제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하고 여유가 있다보니 별로 필요 없어졌죠. 아직도 있지만 활동이 적다보니 눈에 띄지 않나봅니다. 아마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소년단 활동을 중시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도 마찬가지겠죠?
김현아: 지금 중국, 베트남도 소년단이라는 징표로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있어요. 학급별로 한 개의 분단이 되고, 학교는 하나의 소년단이 되고, 시나 도는 하나의 연합 단체가 되고 그래서 이런 소년들의 조직이 전국적인 유일조직이예요. 예전 남한의 걸스카웃, 보이스카웃도 전국적인 조직이었나요?
오중석: 네 전국적인 조직이었고, 초록색 넥타이를 맨 것이 비슷했습니다.
김현아: 사실 북한의 명절 중에 소년단이나 어린이 명절의 비중이 그닥 크지 않아요. 남한은 어린이날이 진짜 가정에서 아주 중요시 하는 날이잖아요. (북한에서는)어린이날도 유치원이나 탁아소에서 좀 쇠고 가정에서는 별로 쇠지 않습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소년단의 날도 모여서 체육대회를 하거나 입단 행사를 하는 정도입니다.
오중석: 우리나라의 어린이날과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군요.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 청소년들의 증언에 따르면 6.6절에 하는 학교운동회에서 수류탄 투척 시합이나 총검모형을 들고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찌르는 등 육탄전 놀이도 한다던데요. 청소년들에게 시킬 놀이가 따로 있지 어떻게 전쟁놀음을 시키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현아: 남한 선생님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심장이 얼어 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걸 매일 보니까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거든요. 북한에서는 '미제의 가슴팍에 복수의 총창을 박는 심정', '사람의 팔다리를 찢어버렸다' 이런 표현이 어린이들 책에 서슴없이 나오고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어린 애들한테 그런 표현을 애초에 하지 않아요. 어릴때부터 계급적 원수들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줘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조장하고 있어요. 총검모형을 들고 육탄까지는 높은 학년에 가야 하는거고, 어린이들은 앞에 과녁판을 미군이나 일본놈, 남한 괴뢰도당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몽둥이를 들고 가서 딱 때리고 돌아오게 하는 정도이지만 이 자체도 남한이나 세계교육 이념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단단한 위반이죠.
오중석: 남한의 어린이날은 말 그대로 어린이 만을 위한 잔칫날입니다. 김 선생님도 남한에서 보고 느끼셨겠지만 남한에서는 평소에도 모든 게 어린이 위주로, 어린이에 맞게 되어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어린이날이 되면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남쪽에서 겪어보신 어린이날의 모습을 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어린이날엔 우선 모든 어린이는 다 밖으로 나오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남한에 놀이장이 꽤 많은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요. 우리 북한의 어린이날은 부모들이 참가한다기보다는 유치원에서 유치원 선생님 중심으로 물론 학부모들이 참가하기도 하지만 다 오지는 못하거든요. 여기는 그야말로 가족단위로 부모들이 다 떨쳐나서 애들 손목을 들고 같이 가서 즐겨주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고요. 남한에서는 너무 어린이들을 떠받들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북한도 최근에는 흐름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북한도 애를 많이 안 낳거든요. 이전에 비하면 애들을 참 귀하게 길러요. 그러니까 부모님 세대는 애를 그렇게 귀엽게 키우면 사람이 안된다고 말씀하시는데 남한에 와서 보면 북한은 비교도 안 되죠. 북한에서는 부모가 애들을 데리고 나가 놀아줘야한다 뭐 이런 게 없어요. 놀 환경도 안 되고요.
오중석: 아까 말씀하신 6월 1일이 국제아동절이잖습니까? 그날도 부모들이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단 말씀이십니까?
김현아: 북한은 그날 공휴일이 아니니까 부모들이 다 직장 나가야 합니다.
오중석: 남한의 어린이날은 확실한 공휴일이죠.
김현아: 6.6절도 아이들만 놀고 어른들의 명절은 아닙니다. 같이 가서 즐기는 부모들은 집에서 노는 부모들인데 요새 장마당에서 나가서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을게 없으니까 힘들죠. 어린이날 쇠는 것도 TV에 나오긴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시범으로 보여주는 샘플 유치원이죠. 실제 모든 어린이들이 노는 건 아니고요. 어린이날이 남한처럼 즐겁게 놀고 추억에 남고 선물 받고 그런 날이 아닙니다.
오중석: 6.6절에도 특별공급 같은 건 없습니까?
김현아: 없죠. 북한에서 어린이들에게 선물주는 날은 2월 16일, 4월 15일에 당과류 한 킬로씩 주는게 전부입니다. 6.6절이나 어린이날에 운동회를 하면 부모들이 북한에서는 아직 벤또라고 하는데요 그날 하루 도시락 잘 싸주는 것이 전부이지 특별한 선물은 없어요.
오중석: 흔히 하는 말이지만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기둥이고 희망입니다. 나라가 번창하고 일류국가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심신이 건강해야 하고 잘 교육받아야 한다는 얘기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어린이들은 제대로 양육되고 교육받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정말 저는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북한도 어린이들이 중요하다고 항상 말해왔어요. 다른 모든 사업보다 교육사업을 앞세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요. 또 북한에도 '어린이들은 나라의 왕이다' 이런 좋은 구호가 있어요. 어린이들을 우대하자고 사회주의 정책을 할때는 탁아소도 많이 세우고 했는데요. 사회주의가 결국 망하다 보니 국가재정이 바닥이 나면서 제일 먼저 피해 받는 것이 어린이들이라고 생각해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많은 어린이가 죽었고, 지금도 부모들이 열심히 벌여 먹이지만 변변히 못 먹여요. 남한에 탈북해 온 사람들 키를 재보면 90년대생이 제일 허약해요. 사람의 체력이라는 건 20살이 지나면 다시 보충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남한에 십대 때 온 아이들은 잘 먹으면 10~20센티씩 막 크거든요. 또 공부를 제대로 못 해요. 이전에는 북한에 공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17, 18살인데 우리 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어요. 북한에서 어린이 키우는 일이 당과 국가의 장래가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북한이 발전하자면 사람밖에 재산이 없는데 교육은 하루 이틀에 회복이 안 되는 일이라 저는 정말 우려가 됩니다.
오중석: 그래서 남한 정부나 민간단체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만이라도 약이나 식량을 보내려고 하는데 그것도 북한에서 선뜻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어렵습니다. 이건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 통틀어 민족 전체의 큰 과제인데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김현아: 유엔 보건 기구 등 국제사회에서 지원이 상당히 들어와 있어요. 애들을 위해 우유, 약도 들어오긴 하는데 실제 탁아소, 유치원에 제대로 가질 못해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10분의 1정도만 온다고 합니다. 그나마 검열을 때우기 위한 행사용으로 쓴다는데 참 이해가 안되는 일이죠.
오중석: 네, 오늘은 남북한의 어린이날에 대해 얘기해 보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보다 나은 미래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자나깨나 노심초사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차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책임져야 할 어린이들이 혹시라도 같은 민족이나 이웃나라를 쳐부숴야 할 적으로만 인식하도록 교육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언젠가는 남북한의 어린이가 똑같이 의미있고 재미있는 어린이날을 즐기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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