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북한을 보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5년, 을미년 새해 잘 맞이하셨는지요?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새해 인사!>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히 <라디오 세상>을 사랑해주시고, 애청해주신 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마다 이 방송을 들으실 청취자분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는데요,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자유아시아방송의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많은 애청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5, 북한을 보다>
- 2014년의 북한은 '공포'가 지배한 사회
- 올해도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주력, 부작용 여전할 듯
- '3년 탈상', 김정은만의 독자적인 통치 가능성
- 2015년에도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밝은 전망 어려워
- 북 주민 "어제보다 오늘이 힘든 것이 사실"

2014년의 북한은 사건·사고도 많았고,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모든 면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을 위해 공포정치로 일관하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숙청되거나 처형됐고, 경제적으로도 북한의 새로운 시도는 엿볼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통제와 감시가 강화하면서 장사와 밀수를 통한 현금 수입이 어려워졌고 전반적인 북한 주민의 생활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고립은 더 심해졌고,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민심도 악화한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2015년의 북한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까요?

오늘 <라디오 세상>은 2015년 새해를 맞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2015년의 북한을 전망해보고, 북한 주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과 변화가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십니까?

- 우선 2014년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북한 내부에 관한 정확하고 신속한 뉴스, 냉철한 분석 등을 북한 청취자에게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대표님도 이 시간을 통해 북한 청취자에게 새해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Ishimaru Jiro] 네, 이 라디오 방송을 듣는 북한 청취자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참 기쁩니다. 그동안 북한 주민을 위해, 서민의 편에 서서 열심히 취재하고 있는데요, 북한 내부에 계신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고요, 올해도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네,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조금 전에도 언급했지만, 오늘 대표님과 2015년의 북한을 미리 살펴볼 텐데요, 어쩌면 추상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사건이나 현상을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보길 원합니다. 이에 앞서 대표님은 2014년의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간략하게 정리해 보신다면서요?

[Ishimaru Jiro] 네. 2014년은 한 마디로 김정은이 '공포통치'로 북한 온 나라를 지배한 일 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도 젊고, 미숙하고, 실적이 없는 김정은이 유일영도체계를 짧은 기간에 만들기 위해 상당히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짧은 기간에 젊고 미숙한 김정은을 유일 영도자로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무리였다고 보는데요, 최대 지원자였던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북한 사회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요, 그래서 2014년은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유일영도체계를 만들려다 보니 '말을 듣지 않는 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란 식의 무자비한 처벌·통제·숙청 등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공포 분위기가 온 나라를 덮고 전국적으로 공포통치가 이뤄진 일 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북한은 지난해를 끝으로 '김정일 사망에 대한 3년 탈상'을 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 중심의 통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는데요,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2015년에는 김정은만의 새로운 통치가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Ishimaru Jiro] 당연히 김정일에 대한 3년 탈상을 하고 본격적으로 김정은의 독자적인 통치를 하려 할 겁니다. 저도 그렇게 예상하는데요, 김정은도 김정일을 따라 독자성을 내세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경제가 뒤따라야 하고,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간단치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젊은 김정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책과 체제를 내세우려 하겠지만, 아마도 실정이 따라가지 않고, 구호에 불과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정치적으로, 김정은은 지난 3년 동안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공을 기울여왔습니다. 측근 세력이 자주 교체되기도 하고, 공포통치로 북한 사회 전반을 다스려왔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한 김정은 체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새해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Ishimaru Jiro] 한국이나 일본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2011년 말, 2012년 4월에 군·당·국가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것으로 '후계작업을 완료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후계체제의 완성이라는 것은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이라는 것은 북한 내부의 모든 조직·당원·국민에게 절대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건데요, 이것은 학습과 계몽활동만으로 불가능하거든요.

유일영도체계를 만들자면 이를 위반한 사람을 엄격히 처벌하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2014년은 이런 사람에 대한 본보기식 처벌이 단행되지 않았습니까? 말하자면 지금 김정은 체제는 공포통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공포통치를 계속하면 민심이 떠날 수밖에 없고,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사실상 행정·당 정책·집행 등에서 여러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권력 싸움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에 주력하면 모순이 확대하고, 나라의 전체적인 운영이 잘 안 되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다시 말해 지난 3년이란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Ishimaru Jiro] 맞습니다.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고 봅니다. 20대에 나라의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자리에 올랐는데, 3년 만에 정치·경제·군사·외교 등 모든 것을 파악하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 조금 전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셨는데요, 공포정치로 간부들이 자주 교체되면서 정책과 행정업무 등이 지속성을 띠지 못하는 점은 일반 주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인데요,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살펴볼까요? 지난해는 쌀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는 소식도 들리고요, 쌀 유통도 통제했습니다. 늘 반복하는 질문이지만, 새해 북한 주민의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요?

[Ishimaru Jiro] 결국 '경제를 어떻게 운영하는가?, 경제 정책을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를 개선하자면 역시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거죠. 지난 3년간 김정은 정권을 보면 약간의 개선조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공업 기업소, 협동농장 등에서 국가 생산계획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의 독자적인 결정권을 주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김정은 정권이 약간의 개선조치를 했지만, '지금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또 2014년은 공포 사회였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북한의 지방 간부들의 머릿속에는 숙청 대상이 되지 않도록 충성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을 겁니다. 간부들의 우선순위는 현장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당 정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에 저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이밖에도 북·중 국경 지역을 보면 탈북방지·밀수방지·불순녹화물의 반입을 막기 위해 엄청난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도 막는 형편이고 밀수도 거의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북부 주민뿐 아니라 북한 여러 지역에 사는 사람과 외부의 통로가 차단되니까 당연히 현금 수입의 방법이 줄어들고, 경제상황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당연히 일반주민의 생활이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이를 해소하자면 통제를 완화하고 주민에게 자유를 주는 방법밖에 없는데, '2015년에 김정은 정권이 통제를 완화할까?'에도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대표님과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등을 살펴봤는데, 마지막으로 대외관계도 짚어보고 싶거든요. 2014년에는 미·북 관계, 남북관계 등이 많이 막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일 관계에서는 납북자 문제를 계기로 돌파구를 기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에 계시기 때문에 일본과 북한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는지 짧게 정리 부탁드립니다.

[Ishimaru Jiro] 네, 작년 5월 말에 북·일 협정이 발표됐습니다. 북한이 '북한에 사는 납치 피해자를 비롯한 일본인 조사를 전면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고, 일본에서는 그 대가를 주겠다고 했는데, 일본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기대를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작년 말까지 무언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됐죠. 원인은 '유일영도체계의 확립', 정치에 있다고 봅니다. 외교는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합니다. 조건을 교섭하는 것이 외교인데, 지금 북한 체제는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북·일 관계에 있어 조금이라도 김정은의 권위를 해치는 결과가 나오면 안 되거든요.

결과적으로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 했지만, 양보를 못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여러 교섭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북·일 관계가 크게 개선될 전망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 대표님. 끝으로 그동안 북한의 취재협조자와 많은 대화를 나눠보셨을 텐데요, 새해에 대한 북한 주민의 기대는 무엇인가요?

[Ishimaru Jiro] 네. 12월 말에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 협조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생활상에 관해 물어보고 정권에 대한 기대도 물어봤습니다. 취재 협조자가 이런 식으로 말하던데, 하나 소개해드리면

"현재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못하고 하루를 위해 살아가니까 고달파하고, 살아가기 힘들어합니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매우 힘들어합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힘들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말은 전화상으로 일부러 구체적인 표현을 피하려 했던 말인데, 이 협조자에 따르면 장사도 잘 안되고, 국가가 주는 것이 더 늘어나지도 않았고, 계속 정치적인 동원·회의·학습 등에 가야 하니까 지난 일 년 동안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네, 취재 협조자의 말에서 새해에는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가는 생활이 아니라, 여유 있고 안정된 삶을 원하는 북한 주민의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Ishimaru Jiro] 그렇죠. 하지만 그런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작년 말까지 김정은 정권의 정책과 행동 등을 볼 때는 그런 희망이 아닌 슬픈 말밖에 할 수 없는데요,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오늘 이시마루 대표와 2015년의 북한을 전망해봤는데요, 현재까지 북한이 걸어온 길을 비추어 올해를 내다보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여전히 암울한 새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히려 이런 암울한 전망을 해드려 청취자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마저 드는데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새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좋은 말씀과 분석·전망에 감사드립니다.

[Ishimaru Jiro] 네. 고맙습니다.

2015년 새해. 북한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새해 소망을 갖고 계십니까? 가족의 건강, 꿈의 성취, 윤택한 삶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소망을 북한 주민께서도 똑같이 갖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당장 내가 그 소망을 이룰 수 없는 환경에 있다 할지라도 2015년 새로운 시작과 함께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