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북 내부, 중국에 대한 악의적 소문 무성>
- 냉랭한 북․중 관계 반영하듯 악의적 소문 확산
- '김일성 유적지 훼손', '조선을 중국의 속국' 등
- '중국의 원유 중단할 것'이란 소문까지
- 소문의 발원지는 북한 간부, 소문 제재․단속 안 해
- 중국과 달리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
북한과 중국 관계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중 간 인적교류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의 1/3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중국 해관과 코트라 북경 무역관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노동신문이 지난 3일 보도한 세계 각국 지도자와 연하장 교류 내용에서도 예년과 달리 러시아 대통령을 중국보다 먼저 호명하면서 중국을 홀대하는 북한의 심기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중국통이었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이후 급속히 냉각된 북․중 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북한 내 일반 주민 사이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중국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많이 돌고 있다고 하는데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전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중국입니다.
- 조금 전에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느끼는 실제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겉으로는 그런 분위기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에볼라에 따른 국경 통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북․중 간 교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북한에 대한 중국 사람의 시각이나 북한 사람이 중국에 대하는 태도는 매우 냉랭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사람은 북한에 대해 "한 마디로 북한은 나라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요, 한국이나 미국 등 서방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과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에 맞서 북한 주민도 중국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나라, 중국 사람도 믿을 수 없는 사람" 등으로 맞대응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감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 중국에 대한 북한 주민의 시각과 관련 소문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김준호 특파원] 네, 요즘 북한 주민 사이에서 제가 듣기에도 아주 민망한 말들이 많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물론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왜곡돼 돌고 있습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예를 들어 우선 "과거 김일성 주석이 항일 운동을 하던 중국의 동북 3성에는 김일성 주석의 활동 흔적과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는데, 중국 당국이 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물론 직접 취재해보니 전혀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또 "중국이 소학교 교과서에 '조선을 중국의 속국'이라고 새로 기술해 넣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사실과 다른 내용입니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신압록강 대교를 건설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 한국과 교류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건설한 것이지, 북한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이 다리의 개통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신압록강대교의 건설은 북한과 중국 당국이 수년간 협의를 거쳐서 건설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모순적인 이야기입니다.
- 네. 또 '원유'와 관련한 소문도 있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네. 지난주 북한 소식통에게서 직접 들은 내용에 따르면 중국 단둥 외곽에 있는 빠산(八三) 저유소로부터 지하의 송유관을 통해 압록강 너머 평안북도 피현군에 있는 봉화 화학공장으로 보내는 원유가 있는데 "그 원유도 3월 8일까지만 보내고 중단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보내던 원유를 일단 중단하면 송유관 안에 남아있던 원유가 굳어서 관이 막히고 앞으로는 영영 원유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이는 영구적으로 원유공급의 중단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 소문은 사실 여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 정말 북한 내부에서 여러 가지 소문이 돌고 있는데, 모두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거든요. 이런 소문들은 중국에서 듣기에 매우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문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궁금한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소문들이 일반 주민이 아닌 간부들 사이에서 먼저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데요, 우선 북한 사회 특성상 근거 없는 소문은 강력한 단속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의 보안기관에서 이런 소문에 대해 아무런 제재나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치 중국에 소문이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소식통은 말했는데요, 중국에서 소문을 들으면 불편해할 것이 뻔한 데,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단정할 수 없지만, '북한 당국에서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 어려우니까 이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중국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란 추측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현재 북한 텔레비전에서 외화 방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목란비디오에서는 외화 알판을 제작해 팔고 있는데, 중국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고 주로 러시아 영화가 출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중국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 그런데 소문의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방용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요, 다시 말해 간부들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 우회적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나요? 이같은 소문을 퍼뜨려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제가 꼭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과거부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왔습니다.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한반도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이용하는 전략을 펼쳐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북한 정권이 중국과는 멀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부쩍 가까워진 최근의 모습은 전형적인 북한 외교의 행보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끝으로 요즘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분위기도 우호적일 것 같은데요, 북한 내부에서 러시아에 대한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시중에서 목란비디오가 제작한 중국영화는 찾아보기가 어렵고, 반면 2차 대전에서 독일군과 소련군 사이의 전쟁 영화가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에서 곧 전기가 들어올 것이란 소문도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남한이 합동으로 라진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이와는 너무 앞선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 주민의 호의적인 분위기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 있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일반 주민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 네. 소식 잘 들었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냉랭한 북․중 관계는 미국의 고위 관리도 인정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13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 제1위원장의 만남이 한 차례로 없었다는 것은 오늘날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준다는 건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해 줍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있어 러시아가 중국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북․중 간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교류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양국관계를 모색하는 조정기를 거치게 되면 북․중 관계는 곧 회복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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