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에서 북한 수뇌부를 노린 테러범이 붙잡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와 중국인으로 구성된 테러범들은 '폭파조'라는 이름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북한 수뇌부를 암살할 목적으로 북․중 국경지방까지 침입했다가 붙잡혔다는 건데요, 이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국경 상황만 봐도, 테러범이 북한을 진입하려 했다는 것은 역시 조작됐거나 실제 있었던 사건이 아닌, 무언가 의도를 갖고 북한 당국이 정보를 유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어요."
만약 이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면 이는 오는 5월에 있을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사회 통제와 주민에 대한 단속, 특히 국경지방 주민에게 한국과 외부세력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해 체제의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 수뇌부 노린 테러범 체포?, 소문 확산>
- 함경북도 회령시 인내리에서 테러범 4명 체포 소문
- '폭파조'란 이름으로 탈북자와 중국인으로 구성
- 실제 테러범이 조직․침입했을 가능성 거의 없어
- 없는 사실 지어내 사회통제 강화의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 듯
- 5월 당 대회 앞두고 주민 단속․사회 통제 등 체제 안정에 안간힘
북․중 국경 지역인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요즘 돌고 있는 소문이 하나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를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두만강 국경 지역까지 진입했던 테러범을 체포했다는 소식인데요, 현지에서는 이미 소문이 널리 퍼졌다는 겁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부의 취재협력자는 국경 경비대 정치지도원을 말을 인용해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에서 북한 수뇌부를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두만강 중국 측까지 온 테러범을 국경경비대가 월경해 붙잡았으며, 이중 한 명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이고, 나머지는 중국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체포된 이들은 함경북도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졌으며 테러범을 붙잡은 경비대 대원에게는 많은 포상이 내려지고 노동당에 입당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고 취재협력자는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아시아프레스' 오카사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실제 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믿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북한 당국이 일부러 사건을 조작해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는데요,
[Ishimaru Jiro] 지금 객관적으로 국경 상황을 고려하면 테러범이 중국에서 진입했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근은 중국 쪽에 철조망이 있고, 순찰도 자주 하고, 북한 쪽에서도 국경경비가 매우 강화되지 않았습니까? 테러를 목표로 두만강을 건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국경 상황만 봐도, 테러범이 북한을 진입하려 했다는 것은 역시 조작됐거나 실제 있었던 사건이 아닌, 무언가 의도를 갖고 북한 당국이 정보를 유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어요.
또 만약 중국에서 북한에 밀입국했다 하더라도 국경 지대의 도로 검문이 매우 엄격한 데다 북한 내 자유로운 이동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이 돈 때문에 테러에 공모해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력이 테러와 공작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은 북한 당국이 없는 사실을 지어낸 조작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건을 조작해 소문을 낸 것일까요?
[Ishimaru Jiro] 내용 자체가 유치한 것 같고요, '폭파조'라는 이름까지 있더라고요. 북한 수뇌부를 폭파하겠다고 해서 진입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정말 북한 당국에서 조작한 사건이라면 국경 지역에 사는 사람에 대한 견제와 공포심 심어주기, 국경경비의 강화 등이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오는 5월에 있을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사회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사회주의 단속 그룹이 새롭게 조직돼 북한 주민의 머리 모양과 복장을 단속하는가 하면 국경지방에서는 강연회를 열어 "탈북자 가족의 3대를 멸한다"고 말하는 등 사회적 동요를 막고 체제의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회주의에 맞지 않는 사회적 요소를 철저히 단속함과 동시에 북한의 모든 주민이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고 있음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통제와 단속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특히 이번 소문은 중국과 접한 국경 지역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목적이 있을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5월에 있을 당 대회를 계기로 외부 세력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고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조성해 사회통제 강화의 구실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Ishimaru Jiro] 이 사건 자체가 실제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그동안 비슷한 성격의 정보가 있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어 "한국에서 '동까모' 조직과, 영생탑 폭파를 지시한 탈북자 가족의 3대를 멸한다" 등 계속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는 외부에 대해 적대감을 갖도록 심리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고요.
실제로 이 사건에 대해 현지에서는 소동이 있지만, 북한 당국의 어떤 공식발표도 없습니다.
또 이번 사건을 전해준 국경경비대의 정치 지도원은 포상을 받게 됐다는 다른 국경경비대의 소식을 듣고 매우 아쉬워했다고 하는데요, 국경경비대에게 동기 부여를 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Ishimaru Jiro] 국경경비대가 범인을 잡았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되고, 당원으로 입당도 시켜줄 것이란 말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소문을 유포해 국경경비대에 대해 '열심히 일하라'는 동기 부여를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현지 협조자의 말에 따르면 그 이야기를 직접 해준 국경경비대의 정치 지도원이 소문을 믿고 정말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그런 효과를 노리고 조작한 것이 아닌가? 란 생각도 들어요.
결국, 북한이 체포했다는 테러범의 실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만약 북한 당국이 없는 사실을 조작해 유포했다면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북한 내부의 통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편으로는 거짓 사건을 만들면서까지 북한 주민을 통제할 만큼 북한 사회가 많이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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