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분조관리제, 주민도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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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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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초점>

- 북한의 새 경제관리체계의 하나로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분조관리제'가 시행 중인데요, 북한 당국이 '분조관리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여전히 모호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함경북도의 협동농장에서는 분조관리제를 포기한 움직임도 전해졌는데요,

"말로는 분조관리제를 강조하지만, 실행 약속은 아직 없는 것 같고, 아주 모호한 단계에서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또 '분조관리제'를 통해 개인농사를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농기계와 영농 자재,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 당국의 정책 등으로 새경제관리체계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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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분조관리제', 주민도 무관심>
- 가족단위 분조관리제, 시범농장도 운영 중
- 농기계 부족과 장사 탓에 분조제 농사 역부족
- 말로는 분조관리제 강조하지만, 시행정책은 애매모호
- 함경북도에서는 분조관리제 포기 움직임도
- 북 주민, '분조관리제'에 의문·부정적 반응도 대다수


북한이 '새경제관리체계'의 하나로 협동농장 '분조관리제'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분조관리제'란 협동농장의 땅을 가족단위로 나눠 운영하고 전체 수확량의 30%를 분조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인데요, 북한 당국도 여러 차례 분조관리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최근 경제 관리들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면서 '분조관리제'의 당위성과 함께 앞으로 계속 분조관리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지난해부터 '분조관리제'를 중심으로 협동농장의 운영관리체계를 개선해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로 북한의 농업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북한 내부의 취재협력자를 통해 새 농업정책의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분조관리제'와 관련해 지역 또는 농장마다 일관성이 없고 북한 주민의 신뢰도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데요,

지난 6월 초,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분조관리제 농사는 가족단위로 하되 규모는 한두 가족부터 인원이 없는 곳은 네 가족에 이르기까지, 많으면 한 분조에 15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단위마다 할당량을 지정해주면 그 이상 수확한 식량은 분조원들이 가져가며 개인들이 땅을 관리하는 시범농장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내부 취재협력자와 통화한 내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 분배는 어떻게 줍니까?

[취재협력자] 나라에서 계획을 주고 계획 이상 한 식량은 본인들이 갖습니다. 노임은 예를 들어 강냉이 7톤을 했다면, 이 7톤을 국정 가격으로 계산해서 줍니다.

- 그러면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하나요?

[취재협력자] 다른 쪽은 잘 모르겠지만 분조관리제는 다 하고요, 시범적으로 매 사람들에게 밭을 나누어주고 계획도 줍니다. 아직 광범하게 안 하고 시범농장을 만들어 한 개 농장씩 시범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지금 사는 곳에는 그런 농장이 몇 개 있습니까?

[취재협력자] 우리 쪽은 농장이 1~2개 됩니다.

- 모든 농장이 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마다 몇 개 농장씩 선택한다는 것이죠?

[취재협력자]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가 원만히 진행되는지) 결과가 얼마나 좋은가 본 뒤 하겠지요.

- 이 사업에 대해 농장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취재협력자] 이 사업이 온전히 지속될 것으로는 모두 믿지 않습니다. 몇 번씩 속았는데 지금 어느 시대라고 위에서 하는 말을 다 믿습니까?

지난 5월에 접촉한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도 분조관리제에 관한 북한 주민의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는데요, 북한의 새 경제관리체계에 관한 주민의 신뢰도는 높지 않아 보입니다.

- 그쪽의 농촌에서 '분조 도급제'를 실시했다는데 어떻습니까?

[취재협력자] 예, 분조 도급제를 시행했는데 농장원들도 장사를 해먹고 사느라 그런 데 관심이 없소. 분조 도급제를 하면 어떻고, 안 하면 어떻고... 농장원들이 일 나가는 것도 없소.

실제로 북한의 새로운 농업관리체계와 관련해 황해남도 농촌 지역의 중견 간부도 영농 자재와 기계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전기가 없어 물도 대지 못해 농장원 스스로 개인 농사를 짓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내 취재협력자들과 전화 통화를 종합해 본 결과 많은 북한 주민이 '분조관리제'의 정확한 시행에 관해 의문을 갖고 있으며 농장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역이나 농장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 당국의 일률적이지 못한 정책 지시와 사업에 대해 많은 북한 주민이 의문과 불만을 품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Ishimaru Jiro] 내부와 통화한 뒤 가진 느낌인데요, 분조관리제를 적극적으로 하자는 정책은 있는 것 같고 그런 방침하에 추진 중인 것 같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단위를 어떤 수준으로 하는지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분조관리제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말로는 분조관리제를 강조하지만, 실행 약속은 아직 없는 것 같고, 아주 모호한 단계에서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또 기계나 영농 자재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북한 주민도 당국의 농업 정책을 믿지 않다 보니 '새 경제관리체계에 관한 어떤 방침이던 잘 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은 일치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는데요,

[Ishimaru Jiro] 농민들도 당국의 농업정책에 대해 믿지 않고, 계속 반신반의하면서 농사에 들어갔다는 느낌은 드는데, 황해도 지역이나 평안남도 지역의 큰 농장들에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에 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기계가 별로 없고요, 가족단위로 한다고 하지만,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까 어떤 방침이던 잘 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은 일치하더라고요.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적지 않은 협동농장들이 이미 도입했던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포기하고 기존의 농업체계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개인들에게 땅을 나눠주면서 농장원들이 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조직생활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함경북도 회령시와 온성군, 양강도 운흥군 등에는 농장원에게 개인적으로 밭을 나눠줬던 협동농장들이 밭을 모두 회수하고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에서 20~30명 규모의 분조로 복귀하고 있다고 현지의 소식통들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오랜 기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농업시설의 붕괴를 비롯해 군사 동원사업과 물자유통의 단속 등도 '분조관리제'의 시행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북한의 새로운 경제정책 앞에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지만 포장만 바꾸는 일관성 없는 북한 당국의 정책은 '분조관리제'의 성공이 아닌 실패를 암시하고 있다고 북한의 소식통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