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한 화가, 쿠웨이트∙짐바브웨 등에서 외화벌이 / 북한 장마당에 깔린 신라면과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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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18일 북한의 수해에 대한 긴급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또 북한 내 미군 유해의 발굴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 두 나라 사이에 인적 교류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미국과 북한 내 이산가족의 서신 교환과 교향악단의 교류 추진, 의료, 학술 분야에 관한 민간 교류의 가능성도 열려 있어서 당분간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훈풍이 예상되는데요, 지난달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회담이 1년 7개월 만에 열린 데 이어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정작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는 여전히 진정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미국 내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최근 한국에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북한 화가들의 그림을 몰래 들여와 판매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는데요, 쿠웨이트, 짐바브웨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북한 화가들이 현지에서 그림을 그려주며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화가들은 주로 건물에 그리는 대형그림이나 초상화 등을 그린다고 합니다.

- 요즘 북한 장마당에는 한국산 '초코파이'나 '신라면', 그리고 의약품 등이 널려 있고, 북한 주민이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 팔리는 한국산 먹을거리나 의약품 등은 미국이나 한국의 민간단체가 소규모로 지원한 것이 전용돼 흘러들어 간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중국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쿠웨이트, 짐바브웨 등 북한 화가의 외화벌이

약 4천 명의 북한 건설노동자가 파견된 것으로 알려진 중동의 나라 쿠웨이트. 이곳에는 북한 근로자들이 쿠웨이트 회사를 비롯한 외국 업체에 고용돼 토목공사와 건물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쿠웨이트에는 건설 노동자 외에 그림을 그리면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화가도 있습니다.

북한의 화가들이 쿠웨이트 현지인들의 집을 방문해 직접 대형 벽화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돈을 번다는 건데요 실제로 북한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본 사람도 많습니다. 쿠웨이트에 살고 있는 심현섭 한인회장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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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섭 회장

] 북한의 화가들이 쿠웨이트 사람의 집을 방문해서 벽화도 그린다고 합니다. 직접 그림을 봤다면서 북한 화가가 아랍 사람들에게 그림도 그려주고, 초상화도 그려주면서 외화벌이를 한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 화가가 큰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에 대형 건물에도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안다고 심현섭 회장은 덧붙였는데요, 북한에서 우상화 작업을 통해 익힌 그림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남부에 있는 나라 '짐바브웨'에서도 북한 귀금속상은 물론 화가도 있습니다. 특히 그림을 그려 파는 북한 화가는 짐바브웨에서 전시회를 열어 그림을 팔기도 했는데요, 짐바브웨에 살고 있는 박정현 전 한인회장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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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씨

] 북한 화가가 있었는데요, 그림을 그려서 파는 사람이 있었어요. 한 번씩 전시회도 하면서 그림을 팔기도 했거든요.

이렇듯 우상화 작업으로 수많은 동상과 조형물, 대형 그림 등 경험이 풍부한 북한의 화가와 노동자들은 쿠웨이트나 짐바브웨 외에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 등 북한 근로자가 진출한 국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조형물을 만들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화가의 그림 실력이 뛰어나 그림을 부탁한 현지인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는 북한의 유명한 인민 화가의 그림을 한국 내로 밀반입해 판매한 조선족 김 모 씨와 일당이 지난 17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작년 5월부터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 창작단' 소속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1천 300여 점 이상 몰래 들여와 약 3만 달러 상당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조선 해외동포 원호위원회'가 관련돼 있습니다.

특히 이같은 사례는 북한이 해외에 그림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된 것입니다.

한편, 쿠웨이트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다른 해외 노동자들처럼 많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인데요, 이전에는 각 나라의 생활 수준에 따라 낮은 임금을 줬지만 요즘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최저임금제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관계자는 북한 근로자가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달에 100달러 정도로 상당히 낮은 급여를 받았던 방글라데시 근로자가 지금은 300달러 정도를 받는 것과 비교할 때 북한의 근로자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 장마당에 깔린 ‘신라면’과 ‘초코파이’는?

요즘 북한 장마당에는 한국의 ‘신라면’이나 ‘초코파이’ 등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장마당에서 파는 한국산 의약품도 효능이 좋아 인기가 높은데요, 이같은 한국의 ‘신라면’과 ‘초코파이’, 의약품 등은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의 민간단체를 통해 소규모로 지원된 물품이 북한의 군부나 관리에 의해 빼돌려져 북한 장마당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를 통해 북한에 대한 밀가루 지원을 승인하면서 분배 현장에 관한 감시를 한층 엄격하게 할 것을 요구했고, 북한 측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분배 감시로 남북한 실무자들이 갈등을 빚는다며 이것이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한국 정부가 취한 '5.24조치' 이후 민간단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의 눈을 피해 북한 주민에 대한 소규모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을 계속해 왔지만 지원품의 일부는 여전히 장마당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시간에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과 함께 관련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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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특파원

]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중국입니다. "

제가 조금 전에 잠깐 언급을 했습니다만, 요즘 북한 장마당에서 한국산 라면이나 의약품 등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면서요?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의 민간단체가 지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장마당에서 볼 수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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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특파원

] "최근에 함경남도에서 온 한 북한 주민을 만나 대화를 나눠봤는데요, “현재 북한의 장마당에는 한국의 '신라면'이나 '초코파이' 같은 것들이 널려 있다.”고 합니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신라면 한 개가 보통 3.5위안에 소매로 팔리고 있는데 북한 장마당에서는 1.5위안 정도면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북한 주민은 "이것이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의 민간단체가 지원한 물품이 빼돌려져 장마당에 흘러들어 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초코파이 같은 것도 '신라면'과 마찬가지로 아주 눅게(싸게) 살 수가 있고 의약품도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저도 북한 주민이 한국산 의약품의 포장지를 보여 주면서 "이 약 좀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는데요, "장마당에서 사서 써 봤더니 효능이 매우 좋은데 너무 비싸서 좀 눅게 사려고 한다."고 북한 주민이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민간단체의 지원품이 장마당에 흘러나온 거라는 얘기지요.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지원 물품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말도 아닌데요, 그래서 한국의 민간단체 중에는 자신들이 지원하려는 유아원이나 유치원 등에 제대로 전달하려고 북한 당국 몰래 중국 국경을 통해 넘겨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원이 북한 당국에 거의 노출되고 이 지원 물품 중 상당 부분이 역시 북한 관료들에 의해 빼돌려지는 것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작년에 한국 정부가 대북 교역을 전면 중단한 이른바 '5.24조치' 이후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허용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그동안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아주 끊긴 것은 아니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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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특파원

]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한국이나 미국 등 종교단체나 비정부기구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비밀리에 이뤄지는 지원이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한 번에 적게는 몇 천 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에 가까운 규모의 지원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같은 지원활동은 언론이나 정부의 추적을 따돌리고 매우 비밀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로 북한에 지원하는 개인이나 민간단체 가운데 특히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들이 많은데요, 이들은 주로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의약품은 보통 한국산을 많이 삽니다. 또 곁에서 이들을 도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북한 주민도 있습니다. "

한국이나 미국의 민간단체가 비밀스럽게 지원하는 이유 중에는 지원물품의 전용을 막기 위해서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는데요, 그 밖의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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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특파원

]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 당국 몰래 지원하기 위한 건데요, 북한 당국이 지원 사실을 알면 군부나 관료들에 의해 다른 곳으로 전용되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지원한 건데, 정말 필요한 북한 어린이나 주민에게 가지 못하고 다른 곳에 전용되는 것을 민간단체도 원치 않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실제로 이것은 지원 단체의 희망 사항일 뿐 중앙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방의 북한 당국자들에게 거의 노출되거나 때로는 그들의 협조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민간단체의 관계자 중에는 북한 관리의 도움으로 출입국 절차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북한에 다녀오기도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북한에 물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통일부에 물자반입 허가를 받아야 하고 북한 사람과의 접촉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5.24 조치가 내려진 이후에는 이런 허가들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몰래, 다시 말해 실정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몰래 지원을 하는 것이고요, 또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왜 지원을 하느냐?”라는 일부 비난의 눈초리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들어 많은 민간단체가 드러내면서 활동을 할 수 없는 건데요, 무엇보다 지원물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민간단체가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부분 북한 당국에 노출돼 허사가 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씁쓸해하는 민간단체의 관계자를 중국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네, 김준호 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북한 어린이를 중심으로 수년간 북한 주민에게 식량과 의료지원을 해 온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민간단체 대표도 북한 군부가 지원물품을 마음대로 분배해 지원을 미룰 계획이라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바 있는데요, 이렇듯 소규모 민간단체의 개별적인 대북지원은 여전히 분배 감시의 투명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의 적십자사가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위해 50억, 미화로 약 470만 달러의 지원품을 보내기로 한 데 이어 미국 정부도 18일, 북한에 90만 달러 상당의 구호물품을 북한의 강원도와 황해도 지역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긴급지원을 결정하면서 "국제적 분배감시의 기준에 맞는 경우"를 강조했는데요, 미국과 한국, 유럽 등에 식량과 구호물자 등 손을 내미는 북한으로서 분배감시의 투명성은 이제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조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