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북한 병사들 범죄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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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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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경비대의 열악한 식량 사정은 한 부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 국경경비대의 병사도 감자와 강냉이밥 등으로 하루에 300g이 안 되는 식량을 섭취하고 있는데요, 경비대 병사들의 배고픔은 당연한 일이 됐고, 이들의 범죄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국경경비대 병사가 중국에 넘어가 도둑질을 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중국 측도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경비대가 중국까지 넘어가 먹을 것과 돈 등을 도둑질하거나 빼앗는다는 것은 '현재 병사들이 얼마나 배가 고파서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국경경비대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검열과 통제를 강화했는데요, 국경경비대의 복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병사들의 각종 범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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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북한 병사들 범죄 속출>
- 압록강․두만강 변 국경경비대 대부분 식량 사정 악화
- 강냉이밥에 감자 등으로 하루에 평균 250g 섭취
- 굶주린 병사들, 북한과 중국 등에서 범죄
- 복무환경 악화에 범죄 횟수와 강도 모두 증가


북한 군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다는 국경경비대.

하지만 국경경비대의 식량 사정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8월 말, 국경경비대가 하루에 200~250g의 밥밖에 섭취하지 못하고, 그나마 껍질을 벗기지 않은 말린 옥수수를 사용해 지은 '묵지밥'을 먹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함경북도 무산군 국경경비대의 식량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곳 국경경비대 병사가 섭취하는 식량이 하루에 300g도 안 되며 그나마 함께 공급되는 감자도 다 썩어 절반은 버리고 나머지 절반은 밥에 섞어 먹는다는 겁니다.

이처럼 두만강 연안의 다른 국경경비대도 하루 식량 공급량이 평균 250g에 불과할 정도로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국경경비대의 식량 사정을 폭넓게 조사하고 싶었는데요, 이번에 급식 사정을 알아보니까 함경북도 무산군 국경경비대도 식량 사정이 매우 악화한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감자와 강냉이밥을 섞어 주는데 하루에 300g이 안 된다는 거죠. 특히 국경경비대가 부정부패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뇌물로 큰 수입을 얻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받지 못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국가가 주는 급식에 의존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너무 악화하면서 부대 전체가 매우 배고픈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 병사들의 배고픔은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경경비대가 주둔한 지역에서는 굶주린 군인이 일반 주민의 집이나 농장에 들어가 곡식을 훔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오히려 경비대 병사의 범죄가 이전보다 늘었고, 북한뿐 아니라 중국으로 건너가면서까지 저지르고 있습니다.

압록강 상류, 중국 측 국경 지역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예를 들어 북한 병사가 중국으로 넘어가 외딴집의 가축을 잡아가거나 빨래도 걷어가고요, 지난 8월 말에는 무장한 북한 병사 두 명이 넘어가 먹을 것과 100위안 상당의 식품을 뺏어가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중국에 넘어간 병사들이 길을 가던 차를 막기 위해 돌을 던져 유리가 깨지는 사건도 발생했고요, 특히 요즘 옥수수 수확 철을 맞아 무장한 경비대 병사가 경비를 서지만,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없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Ishimaru Jiro] 압록강 상류 쪽 국경경비대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는데 길림성 장백현, 그러니까 양강도 혜산시 맞은편의 협조자가 알려준 내용에 따르면 국경경비대 병사가 중국에 넘어가 도둑질을 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중국 측도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경비대가 중국까지 넘어가 먹을 것과 돈 등을 도둑질하거나 빼앗는다는 것은 '현재 병사들이 얼마나 배가 고파서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경경비대에 대한 대우가 나빠진 것은 두만강․압록강 변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이처럼 북한 국경경비대의 식량 사정이 갈수록 열악하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군인들의 범죄 행위가 급증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국경경비대원에 대한 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8월 말부터 북․중 국경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비대의 외출을 제한하고 부대 검열도 상호 간 교차로 진행하는 등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는 국경경비대가 일반 주민에게 뇌물을 받고 탈북이나 밀수, 정보의 유출․입을 방조하는 부정부패 행위를 더 강력히 단속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중대장을 비롯한 부대 지휘관을 서로 다른 부대로 보내 검열을 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는데요,

[Ishimaru Jiro] 지난 8월부터 국경경비대에 대한 감시와 검열이 강화된 것 같은데 이번에 특징인 것은 상호검열을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부대 안에서 통제를 모호하게 한 경향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부대 간 지휘관을 서로 바꿔서 검열한다는 겁니다. 저도 국경경비대의 교차 검열은 처음 들었습니다.

또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지난 8월 말부터 국경경비대 간 교차 검열이 진행되면서 대원들은 외출도 못 하고 심한 검열을 받고 있는데 이미 국가보위부의 검열도 여러 차례 받아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전에도 탈북과 밀수 등을 눈감아주는 국경경비대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자주 부대를 교체하거나 상급기관의 검열을 진행해 왔지만, 부정부패는 계속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검열은 방식을 바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경비부대끼리 서로 단속하게 함으로써 국경경비대의 비리를 원천 봉쇄하려는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는데요,

[Ishimaru Jiro] 이번에 놀란 것은 국경경비대 병사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는 거죠. 군인들도 근무시간 외에는 시장에 나가거나 개인적인 일을 보기 위해 부대 밖으로 나갈 수 있었고, 현지 주민과 연계해 여러 가지 부정행위에 관한 말도 나눌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요, 이런 것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 외출까지 제한한다는 것은 국경경비의 통제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강한 의지를 느낍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최근 잇따른 탈북행렬과 맞물려 북한 당국이 체제유지를 위해 북․중 국경 지역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국경경비대가 뇌물을 받고 탈북이나 밀수, 정보의 유출․입과 송․수금 등을 방조하는 행위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북․중 국경 지역에 병력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경경비대를 더 강하게 단속하고 감시할 가능성이 큰데요,

최근 강화된 검열과 통제는 잇따르는 탈북과 정보의 유출․입을 막기 위한 북한 당국의 강경조치로 보이지만, 국경경비대의 복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병사들의 각종 범죄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