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북한 김정은, 선경정책으로 가려 할 것>
- 써니 리,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 북․중 관계는 관리단계, 내년 평상시 수준 될 것
- 김정은 방중은 반드시 실현될 것
- 북한의 도발은 중국에 북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
- 김정은은 경제 우선 정책에 전념하려 할 것,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
현재 북한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내용의 '병진 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김정은 정권은 경제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데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핵은 외부로부터 체제를 지키는 힘이지만 내부를 단단히 결속시키는 동력은 경제발전에서 나와야 한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지난 21일, 서울에 있는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회의에서도 북한이 경제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중 관계의 전문가로 잘 알려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써니 리 연구원도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자신의 한 말대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는 길로 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경제 발전을 위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써니 리 연구원의 설명인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써니 리 연구원과 인터뷰를 통해 현재 북․중 관계의 현주소, 중국의 대북정책, 그리고 오늘날 북한의 변화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지난 6월에 써니 리 연구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북한에 의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는 때였고, 중국은 깎인 형님의 체면 때문에 북한에 대해 화가 나서 전술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이 좀 바뀌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화가 나 있다고 보십니까?
[Sunny Lee] 중국은 북한에 대해 매를 들었고, 매를 든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훼손된 관계를 회복시키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는데요, 현재 중국의 공산당과 북한의 노동당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북한에 화를 내던 모습에서 이제는 미국과 중국에 6자회담을 비롯해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멍석도 깔아주고, 북한도 참여시키고, 심지어 미국과 한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불만을 중국이 대신해 주기도 하면서 지금은 관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에는 중국 내부적으로 내년 정도를 목표로 해서 북․중 관계가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북․중 관계가 다시 평상시 수준으로 정상화되면 또 하나의 관심사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 시기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이나 연구원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Sunny Lee] 과거에 중국은 김정은에게 "언제든지 편한 시기에 방문하라"는 말을 했었죠. 북한과 중국도 외교 관계이고, 외교관계는 겉모습이 중요한 데다 시기도 적절해야 하지만, 북한이 소요를 일으킨 시기에 세계적으로 책임감 있는 대국의 모습을 표방한 중국이 '지금 국제제재가 들어간 북한의 지도자를 받아주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까?' 라는 점에서 '아직은 시기가 아니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는 카드는 반드시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기는 누구도 모르죠. 김정은 측에서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과 같이 사진을 찍음으로써 국제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이겠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지도부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필요하겠죠. 특히 중국에서도 김정일이 죽기 전에 자주 만나자고 했는데, 그전까지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지도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거든요. "이는 중국으로서 불이익이다. 북한의 지도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면 북한 지도부와 교류하는 것이 유용하겠구나" 라는 판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지난 6월 인터뷰에서 '가을쯤 공산당중앙위원회 3차 회의에서 중국의 외교정책이 세워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제 가을이 됐습니다. 특히 대북 정책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Sunny Lee] 그 회의는 11월에 열리는데, 가을에 '공산당 3중 전회'가 열리고, 거기서 시진핑 체제만의 외교정책의 큰 틀, 즉 신흥대국관계의 세부적인 모습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진핑 체제가 현재 국내문제에 몰입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문제는 거기에 맞춰 그 후에 틀이 잡히는 건데, '그것이 2년 정도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라고 내다봤었습니다.
그런데 그 변수를 만든 것이 북한의 핵실험이죠. 중국이 원래 내부 문제에 몰입돼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거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고, 흥미로운 관찰점은 우리의 시각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함으로써 중국이 화를 내고 그것이 중국과 북한의 사이를 떼어놓을 것 같았는데, 중국이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쓰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외부시각에서 분석한 것과 반대의 현상이 발생한 거죠.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정책을 펴고 있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락해 주는 것 등의 견제를 중국이 혼자 대응하고 싶지 않겠죠. 그래서 역시 같은 공산 진영으로서 '같은 배'를 탄 북한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현상이 되지 않았나? 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그동안 전통적 우호관계인 북․중 관계가 모호했던 개념이었는데, 사건을 통해 중국이 국익을 생각함으로써 '북한이 중요하구나?'라는 반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3중 전회'에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남중국해 갈등,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 등에 중국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이 고민해야 할 것을 빨리 고민해버린 결과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북관계에 관한 중국의 정책 정비는 현 단계에서 정리되는 판국입니다. 또 가을의 '3중 전회'에서는 중국의 국내문제, 특히 경제문제에 집중할 것입니다.
- 중국에 있어 북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일부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중국에 있어 북한 문제는 어느 정도의 비중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Sunny Lee] 북한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오면서 김정일이 죽었을 때 당시 중국의 최고지도자, 정치국 상임위원 9명 모두 북경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조의를 표했죠. 중국은 북한 지도자의 과도기를 겪고, 북핵 실험을 겪으면서 북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전략적인 중요성의 쓰임새가 무엇이냐?'를 볼 때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지정학적인 것 외에 최근 미국의 아시아로 회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정책, 일본의 자위권 인정 등 행보와 정책에 따라 전략적 가치를 더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학자 사이에서 "미국이 대만에 대해 양보를 한다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양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한 문제는 바꿀 수 없다는 말이 나오면서 중요성이 더 높아지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중국이 왜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느냐?'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아․태 전략에 중국이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자꾸 집착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미․중 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을 포기할 필요가 없고, 또 포기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하고 있고요, 반면 이를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 미국과 한국의 전략이라고 중국 전략가들은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런 가운데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대화를 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쪽으로는 중국과 관계를 놓을 수도 없고요, 김정은 정권이 2년 차가 됐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불안정한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군보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는데요, 최근 북한의 변화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Sunny Lee] 제가 다른 관찰자분과 틀린 점은 다른 분들은 아직도 북한이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의 2012년 '김일성탄생 100주년의 국가목표'는 강성대국, 즉 '경제적으로 부흥하고,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였는데요, 그중에서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군사적인 강한 나라'라는 목표는 이미 성취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경제에 집중하려 하는데, 아직 대내외적인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죠.
또 나이가 어린 김정은의 권력이 위협받고 있지는 않지만,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층에게 "급변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해 주면서 경제적으로 가려 하는 것이죠. 너무 빨리 바꾸면 기득권층이 반발하니까 김정은이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연설에서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저는 김정은이 가장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 연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언론에서 계속 '선군정치'가 나오는 것은 기득권층을 무마하기 위한 국내용 발언이라고 봅니다.
다만 북한 스스로 저지른 나쁜 행동에 대한 대가로서 국제사회가 협조해주는 것에 제한이 있고, 북한 내부에서도 다른 이익집단의 반발을 무마해주는 차원에서 김정은이 선경정책으로 나가는 것을 '속도 조절'하는 모습이 아닌가? 또 막 제3차 핵실험이 끝난 마당에 미국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모습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으로 보일까 봐 주저하고, 더구나 6자회담에 참여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평양에 줄까 봐 나서지 않는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추진하는 '마식령 속도'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경제특구 개발을 위해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내놓았지만, 역시 미국과 한국의 호응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북한을 무시하는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로 최근에 북․중무역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이 심화하는 것을 뜻한다고 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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