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올봄 대기근 겪은 황해도, 지역에 따라 수확량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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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 지역에 따라 수확량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해도 지방을 취재한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황해남도의 가을 수확은 심각하지만, 황해북도 지역은 작년보다 나은 편인데요,

"곡창지대 상황을 주목했습니다. 남쪽은 좀 안 좋다는 증언이 나왔고, 북쪽은 비교적 괜찮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에 곡창지대 안에서도 지역 차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반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수확 이후 도시주민, 특히 평양시민과 군대에 대한 배급 상황을 지켜봐야 북한의 식량사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하는 <지금 북한에서는>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올봄 대기근 겪은 황해도, 지역에 따라 수확량 차이>

- 황해남도 옹진군 '심각', 황해북도 사리원 '괜찮다'
- 지역에 따라 '괜찮다' vs '작년의 절반 정도'
- 전반적으로 여전히 부족한 식량
- 평양시민, 군대에 대한 식량공급 상황 주목해야


북한 황해남도를 취재한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올해 황해남도의 가을 수확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연이은 가뭄과 수해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예상돼 온 것인데요, 반면,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중국으로 나온 주민은 사리원 지역의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가을 수확량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아시아프레스'는 올해 황해도 지방에서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해 올가을 수확을 주목해왔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황해남도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 협조자와 만나 인터뷰를 했고, 중국에서 사리원 출신의 주민을 만나 물어봤는데 역시 수해피해가 있어 황해남도의 남쪽 지방, 특히, 옹진군 부근은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합니다. 올해 수확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감소해서 내년에도 식량난이 지속될 것 같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같은 황해도이지만 사리원 부근의 농촌은 수해피해도 크지 않아 작년보다 괜찮은 편이라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11월 중순 중국에서 만난 황해남도의 취재협력자는 옹진군에 위치한 해방리와 만진리, 장송리 등의 농촌을 두루 둘러보고 현지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고 하는데요, "밭에 나가보니 강냉이가 작았다. 비바람 때문에 넘어진 강냉이도 많다. 벼의 색상도 안 좋다. 평균적으로 볼 때, 농사가 안됐다. 주민들도 '수령님 때는 1,500만 톤 구호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강도는 늘고 농사는 안된다'라며 신세 한탄만 한다는 겁니다.

이 취재협력자는 "주민들이 이대로라면 쌀값이 kg당 1만 원 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쌀 구경도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주민들은 '세월 속아 산다'며 한탄하면서도, 국가의 지원을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특히 규찰대가 가을 낟알을 단속해도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이를 훔치거나 뇌물을 바쳐가며 쌀을 숨긴다고 하는데요, 가을에 못 훔치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11월 중순에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중국으로 나온 주민은 "황해남도의 농사가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리원은 비교적 잘 됐다. 작년에는 수해가 세게 났는데 올해는 낫다"고 말했습니다. 가을 수확량에서 지역 차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Ishimaru Jiro] (가뭄, 태풍 피해 때문에) 전체적으로 "농사가 잘 안됐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역시 지역 차가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북한 당국도 농산물 생산량에 대해 '풍작'이나 '흉작'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추측할 할 수밖에 없어서 곡창지대의 상황을 주목했습니다. 곡창지대의 남쪽은 좀 안 좋다는 증언이 나왔고, 북쪽은 비교적 괜찮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에 곡창지대 안에서도 지역 차가 있으니까 세밀한 조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가을 수확량과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황해도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취재협력자와 주민의 공통된 증언으로 쉽게 알 수 있다고 아시아프레스는 강조합니다.

특히 중국에서 만난 황해도 주민은 "장마당을 한 바퀴 돌면 100명 정도의 꼬제비(꽃제비)가 보이며 원래 꼬제비는 다 죽고 새로 생긴 꼬제비들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꼬제비와 수확량 사이에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꼬제비의 증가가 곧 민중 생활의 악화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아시아프레스'는 설명했습니다.

최근 유엔기구와 유럽연합조사단 등은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작년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역에 따라 "수확이 괜찮게 됐다"는 말도 있고, "작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될 것"이란 증언도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 내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느낀 것은 북한 내부에도 지역 차가 있는데요, 나쁜 지역에서는 작년의 절반밖에 안 될 것이란 증언도 많았거든요. 또 곡창지대에서는 괜찮게 나왔다는 증언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유엔의 조사결과를 평가하기는 어려운데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기구는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기에는 최소한 50만 톤이 부족하다고 추산하기도 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도 북한의 정확한 식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산지역이 아닌 도시, 특히 평양과 군대에 대한 배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Ishimaru Jiro] 지금 북한의 식량 사정은 수확 직후이기 때문에 당장 일반 주민의 가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내년 2월까지 생산지대가 아닌 도시주민, 특히 평양 시민에 대한 배급이나 군대에 대한 식량 공급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올해 수확량과 식량 배급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우선순위가 높은 군대와 평양에 대한 식량공급 상황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