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1년, ‘북한의 공포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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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12일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2013년 12월 12일, 북한의 '2인자'로 불린 장성택 전 부위원장의 처형 소식은 북한 사회는 물론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는데요,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지난 1년간 숙청과 공포정치로 일관했습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서는 지난 1년 동안 피의 숙청이 진행돼 오고 있었습니다."
"'김정은'이란 젊고 실적도 없는 사람을 절대 유일 독재자로 만들려다 보니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공포 정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체제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장성택 숙청 1년 이후 북한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장성택 숙청 1년, '북한의 공포정치'>
- 1년 동안 계속된 장성택 잔재 청산
- 억압․공포정치․숙청으로 일관한 지난 1년
- 김정은 중심의 권력 강화․충성 요구
- 장성택 숙청 사업, 앞으로 계속될 듯
- 겉으로는 권력 안정화, 내부적으로 체제 지탱하는 힘 약화


2013년 12월 9일,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전날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보안원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을 방영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장성택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고 당으로부터 출당․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것이 '장성택 일당'에 대한 피의 숙청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북한 당국은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을 "정변을 꾀한 역적"이라며 즉각 처형했는데요, 여기에는 '국가전복음모'란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의 숙청은 전 세계를 경악과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당시 장성택의 처형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뜻밖'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를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행보로 풀이했는데요,

[김용현 동국대 교수] 김정은 체제를 정립해가는 데 있어 걸림돌은 명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정리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체제에 대해 충성을 요구하는 차원의 행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선임연구원] 북한 형법상 최고로 무거운 죄목을 적용한 건데요, 이런 점에서 보면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남아 있는 추종 세력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치적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2014년 10월 초, 평양에서 노동당 간부 12명에 대한 집단 총살 사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11일, 두 명의 노동당 간부가 총살됐는데, 한 명은 중앙당의 과장이었고, 다른 한 명은 황해남도 해주시의 책임비서로 이들의 총살 이유는 지난해 숙청된 장성택과 결탁한 것이 발각됐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장성택의 잔재를 뿌리 뽑기 위한 작업을 3단계로 진행하고 있고 이는 약 3년 동안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내부에 또다시 공포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장성택이 처형되고 올봄 이후 장성택과 관련된 자에 대한 숙청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지난 10월부터 또다시 관련자에 대한 총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대규모 숙청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이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 북한이 지난 3년 동안 속성으로 그를 절대적 독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따라가야 합니다. 또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김정은'이란 젊고 실적도 없는 사람을 절대 유일 독재자로 만들려다 보니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번 총살 사건도) 무리하게 추진하다 생긴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12일은 장성택이 처형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장성택 세력에 대한 숙청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신의 체제 유지를 공포 정치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장성택 처형 이후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용하 행정부 부부장을 처형했습니다. 이후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당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 매형인 전용진 쿠바 대사, 박광철 스웨덴 대사, 홍영 유네스코 북한 대표부 부대표 등 측근들이 줄줄이 소환돼 숙청됐습니다.

또 장성택과 먼 친척이나 친하게 지냈던 인물도 각각 2․3등급으로 분류돼 처형됐고 지난 여름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성택 청산 2단계 작업'을 지시하면서 숙청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지난 1일 한국 국가정보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에만 장성택과 연계된 당 간부 10여 명이 공개 총살됐고, 9월에는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선전부 간부 20여 명이 처형됐는데, 결국 이들 대부분도 장성택 청산 작업의 희생자로 보여집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고영환 수석연구위원]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서는 지난 1년 동안 피의 숙청이 진행돼 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김정은은 올해 4월 일단 여독 청산 작업을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죠. 그러다 올해 8~9월에 김정은이 다시 장성택의 흔적까지 찾아내 없애 버리라는 지시를 했고, 당 조직지도부 등 검열기관이 다시 전당적으로 이른바 장성택 잔당 뿌리 뽑기 사업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것처럼 수많은 당․정부 간부들이 총살당한 것이죠. 김정은이 장성택을 총살하고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간부들을 이렇게 처형하는 것은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가 바로 서지 못하고 김정은의 지시가 잘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독재 체제를 본격화한 이후 전 사회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에 대한 충성을 무조건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나름대로 독자적인 정치와 정책을 내세우면서 '김정은 시대의 영도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노동당 간부도 예외 없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처형을 감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이미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독재 체제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이라는 최고 규범을 39년 만에 개정한 점도 이같은 배경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장성택이 처형되고 숙청 작업과 공포 정치가 진행된 지난 1년, 북한의 권력 중심부에는 다시 백두혈통과 빨치산 세대가 등장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까지 중책을 맡았습니다. 이를 통해 믿고 의지할 곳 없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함도 엿볼 수 있지만, 대체로 큰 위기 없이 권력도 강화되고 안정화된 듯 보인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도 북한이 다시 보수적인 분위기로 되돌아가는 듯 보인다며 북한 사회의 정치․경제․외교․사회 전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위를 손상하지 않고, 그의 지시만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는데요,

[Ishimaru Jiro] 지금 김정은 정권의 움직임을 볼 때 많이 보수적이고 강경한 모습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권위를 수호하고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유일영도체계'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아주 보수적인 판단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으로도 공포정치를 체제 강화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국 KBS 보도에 따르면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는 "장성택에 관한 청산작업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에서 장성택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장성택 숙청 작업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공포 정치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데요, 고위 간부 속에서 불안과 불만, 반발이 심해질 수 있고, 이는 오히려 북한 체제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약화하면서 북한 체제가 내년에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고영환 수석연구위원] 지난 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현재 북한에서 극도의 억압과 공포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으며, 고위 간부들 속에 불안과 불만, 반발이 심해지고 있고, 이런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내구력, 즉 체제를 지탱하는 힘이 약화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처벌과 처형이 보편화하면서 고위간부들은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고지도자의 눈치면 보면서 몸을 사리는 행태들이 만연한 것도 문제입니다.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고위 간부들이 지도자가 무섭다고 바른 소리를 하지 못 하고 아첨만 한 채 일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을 겁니다. 북한 체제는 내년에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장성택이 처형된 후 지난 1년간 북한 사회를 정리할 수 있는 단어는 '공포', '숙청', '억압' 등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포 정치를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자신만의 체제 유지에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내부적으로 너무나 허약한 권력 구조는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북한 체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