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2013년의 12월 31일,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언론사마다 일 년 동안 있었던 가장 중요한 뉴스를 정리하는데요, 올 한해도 북한과 관련된 소식이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주요 사건이 있었을까요?
2013년 마지막으로 전해드리는 오늘 <라디오 세상>에서는 북한 내부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서 전해드립니다.
<오늘의 초점>에서 오늘 정리할 일 년 간의 북한 소식을 요약해 봅니다.
- 2013년 2월 12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3차 핵실험의 강행으로 올 한해를 시작한 북한. 이후 북한은 올해 상반기 내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한국에 대한 긴장 공세를 늦추지 않았는데요, 그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나왔습니다.
지난 6월에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개정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유일지도 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노동당을 정비하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장성택의 숙청이라는 대형 사건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지요.
'3차 핵실험'부터 '장성택의 처형'에 이르기까지 2013년의 북한에서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올해 발생했던 주요 소식들을 함께 되짚어보겠습니다.
<2013 북한, 3차 핵실험부터 장성택의 숙청까지>
- 상반기 전쟁 분위기 고조, 개성공단 폐쇄
- 후반기 유일사상 10대 원칙 개정과 노동당 정비
- 당원증 교부 사업과 출당 조치로 체제 확립 꾀해
- 3차 핵실험부터 장성택의 숙청까지
-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북한, 2014년도 안갯속
[조선중앙텔레비전 방송 녹취] 우리 국방과학부문에서 주체 102년 2월 12일, 북부 지하 핵실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올해 북한은 3차 핵실험으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이미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는데요, 당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체제유지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후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논의되는 가운데 북한은 3월부터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협박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의 진입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들의 직원 철수를 권고하고 전쟁에 대비한 각종 훈련을 시행하면서 당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북한 주민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당시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핵실험 직후 바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선전을 많이 했고, 대피훈련 등으로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전쟁이 무섭다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장사 걱정에 농사준비 등 생활 걱정이 앞서다보니 공포감보다는 피로감이 북한 사회에 많이 확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계속된 전쟁 위협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북한 주민의 불만이 커지자 북한 당국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장마당 통제를 풀어주고 통행증도 발급해 주는 등 결국 내부적으로는 전쟁 분위기를 완화하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4월 초, 북한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한국에 통보합니다. 남측 인원이 개성공단에서 나가는 것은 허용했지만 다시 공단에 들어가는 인원과 물류, 의약품 등은 일방적으로 중단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수차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부하자 결국 4월 26일,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를 발표하게 됩니다.
[류길재 장관]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바, 정부는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 아래 이같은 방침을 결정했는데요,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셈이 됐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의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는 찬성하지만, 북한 주민에 대한 경제적 도움과 개혁․개방 인식을 위해서는 개성공단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는데요,
[최청하 사무국장] 북한도 상당히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유지하면 좋죠. 물론 북한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이 하나 있겠고, 또 하나는 북한 주민에게 개혁개방을 이끌 수 있는 자본주의의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지하면 좋죠.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할 바에는 강경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지난 8월 남북 당국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운영이 중단된 지 133일 만에 정상화를 위한 5개 항의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재가동에 들어갑니다. 당시 개성공단 회담에서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을 방지하고 한국 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합의가 성사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뚝심과 원칙의 정치가 통했기 때문이란 평가도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헌법이나 노동당 규약보다 더 중시된다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39년 만에 개정합니다. 3대 세습의 정당성과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면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새롭게 충성을 맹세하는 '반성문'의 제출도 강요했는데요,
[Ishimaru Jiro] 최근 '10대 원칙의 개정'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 기관에서 관할하고, 모든 사람이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까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문 중심인데, '직위가 있는 사람은 결의까지 써라'라며 내용을 강화하고 일반 사람들은 잘못했던 부문에 대해 자신을 비판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김정은에 대해 사람들의 인지도가 약하고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가운데 이렇게 충성을 강요하는 작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을 앞두고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당을 정비해 유일 독재를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당원증 교부사업을 마치고,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당원들에 대해서는 출당조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개정과 당원증의 교부, 그리고 10대 원칙에 관한 생활총화의 강화와 노동당 출당 조치 등은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고 북한 주민을 더욱 통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되는데요, 하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오히려 불안정한 북한 체제와 불안해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심리를 반증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올 한해 불안한 한반도의 상황을 이어온 북한은 지난 12월 초, 북한의 2인자이자 고모부인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했습니다. 장성택의 숙청 사건으로 북한의 권력구도와 남북 관계, 그리고 세계에 미칠 파장 등은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됐는데요, 이는 북한 주민에게도 큰 충격임과 동시에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Ishimaru Jiro] 실제로 북한 주민이 장성택의 처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에 대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주민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제가 뜻밖에 느낀 것은요, 장성택을 개혁․개방파로 생각해 그 지도력에 기대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장성택의 처형 이후 북한 주민에게 자백서 제출을 강요하고 사상과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공포 분위기가 이어지는 있는데요,
3차 핵실험으로 올 한해를 시작한 북한은 이후 고조된 전쟁 분위기와 개성공단의 폐쇄, 남북관계의 악화, 그리고 3대 세습의 정당성 강화에 따른 사회 통제에 이어 장성택의 처형과 확산하는 공포 분위기로 올 한해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던 북한의 2013년.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2014년도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서 시작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는 경제․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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