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끝났지만 북 군대 여전히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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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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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수확기가 끝난 북한 북부지방의 농사 작황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북부지방 군부대의 식량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강냉이밥에 무, 염장 등이 식사의 전부이고, 영양실조에 시달려 시장을 배회하는 군인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대의 식량 사정은) 많이 개선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워낙 군대·군인의 숫자가 많으니까 올해도 군대가 계속 굶고, 영양실조를 겪는 병사가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나마 국경경비를 책임지는 군부대는 비교적 대우가 좋은 편인데요, 반면 공급이 적은 건설부대나 남쪽 지방 군대의 영양 상태는 이보다 훨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 농민 사이에서는 또 군량미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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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 끝났지만, 북 군대 여전히 배고파>
- 식단: 강냉이밥, 무, 염장, 시래깃국
- 강냉이밥 한 끼에 150g
- 수확기 맞아 군인 식사 약간 호전되기도
- 그럼에도 굶주린 채 시장 배회하는 병사 다수
- 비교적 대우 좋은 국경지방도 이런데, 다른 군부대는?
- 농민들, 올해 또 군량미 부담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불안

올해 북한이 옥수수와 벼 수확을 끝마친 가운데 북부 국경을 지키는 군대의 식량 사정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올해 북한 북부지방의 농사 작황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다른 부대보다 대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국경지방 군부대의 식량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가 지난 11월 초 파악한 중국과 가까운 지역의 국경경비대 병사들의 식량 사정을 살펴보면 강냉이밥과 무, 염장, 시래깃국이 전부입니다. 강냉이밥은 한 끼 당 150g 정도이지만, 여전히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부대를 이탈해 시장을 배회하는 병사도 있다고 하는데요, '아시아프레스'와 취재협력자의 통화 내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 지난 9월 옥수수 수확에 이어 벼 수확도 끝났겠는데, 군인의 식사 사정은 어떠합니까?

[취재협력자] 내가 사는 지역은 중국 국경과 가깝기 때문에 국경경비대와 일반 사단 부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국경경비대는 강냉이밥과 무, 염장, 시래깃국만 공급한다고 합니다.

- 분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취재협력자] 국경경비대는 강냉이밥 한 끼 당 150g 이 나온다고 합니다.

- 예상보다 많이 공급하는 것 같은데요?

[취재협력자]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식용유 공급이 거의 없어 병사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지금도 영양실조에 걸리는 군인이 있습니까?

[취재협력자] 물론입니다. 먹지 못해 비틀거리며 나옵니다.

- 부대를 이탈해서요?

[취재협력자] 배를 곯고 시장을 맴돌고 있는 병사도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도 들어봤는데요,

[Ishimaru Jiro] (군대의 식량 사정은) 많이 개선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워낙 군대와 군인의 숫자가 많으니까 올해도 군대가 계속 굶고, 영양실조를 겪는 병사가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국경경비대는 다른 지역의 공설부대나 남쪽 최전선 부대보다는 조건이 좋은 병사들인데요, 그래도 하루에 150g씩 강냉이밥을 준다고 하니까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추정하는 북한 병력의 수는 10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은 군부대의 병사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없었고, 그 결과 군대 내에 영양실조가 만연했는데요,

그나마 국경경비대는 임무의 중요도에 따라 공급의 우선순위가 높고 중국과 밀수나 월경을 대가로 뇌물을 받는 경우가 많아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국경지방 군부대의 식량 사정이 이 정도라면 숫자도 많고 일반 주민과 접촉할 기회가 적은 건설부대, 또는 남쪽 최전선 부대의 병사들은 더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 국경경비대가 그 상태라면 다른 지역 부대는 더 심하지 않습니까?

[취재협력자] 그래도 지금은 강냉이라도 나오고 있으니 낫습니다. 군인들은 여름이 가장 힘듭니다. 쌀도, 강냉이도 없고 감자만 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조사한 부대는 올해 여름도 매끼 감자 몇 개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Ishimaru Jiro] 특히 건설부대는 숫자도 많고, 일반 주민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은 데다 뇌물을 받을 기회가 없으니까 항상 고생하고요, 또 인가가 드문 남쪽, 한국군과 대치하는 부대에 배치된 군인도 매우 고생이 많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리는 병사도 많다고 합니다. 아직 직접 조사 하지 못했지만, 국경경비대의 대우를 보면 올해도 많은 병사가 고생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수확기가 끝난 시기에도 여전히 군부대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올해도 군량미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 당국이 농민에게 수확량의 30%만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농민의 몫이라고 선전했지만, 올해 1월 들어 '군량미와 애국미'를 내라며 할당량을 부과해 농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컸습니다.

올해 수확한 쌀은 탈곡이 끝나지 않아 아직 군량미를 내라는 지시는 내려오지 않았지만, 북한 주민은 '혹시나 또 군량미를 거두지 않을까?'라며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 농장에는 '군량미'를 가지러 군대가 찾아옵니까?

[취재협력자] 아닙니다. 쌀은 아직 수확이 끝난 직후라 탈곡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장용으로 추정되는 배추와 무를 가지러 오고 있습니다.

- 농장원에게 무리한 군량미 징발은 힘든 부담이겠는데요.

[취재협력자] 작년에 정부는 농민에 대해 국가에 규정량을 낸 나머지 식량은 농민의 몫이라 자유 처분해도 된다고 통보했지만, 올해 1월 들어 "'군량미'를 내라, '애국미'를 내라"고 해 공출 할당량을 예년처럼 떠넘겼습니다. 그래서 농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컸고, 집단적인 항의는 아니지만, 농장 간부에게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지구의 농장에는 올해 초 '한 사람당 30kg씩 내라'는 말에 불만이 확산하면서 회의까지 하고 결국 20kg으로 낮춰졌습니다. 농민들은 또 군량미를 징발하는 게 아닌가,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농민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예외 공출입니다. 제도적으로 원래는 없는데, 내야 하는 '군량미', '애국미'를 공출하는 것을 매년 두려워해 왔습니다. 올해 1월에도 한 사람당 30kg씩 내라고 해서 불만이 많았다고 하는데, 국가 차원에서 볼 때 군대의 식량문제 해결은 우선 과제잖아요. 매년 협동농장의 수확으로 계산해왔지만, 그것이 안 되니까 강제 공출이 제도화된 것은 10년의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활주로 건설·보수, 훈련시설의 확장 등 군부대 시설의 개발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김 제1위원장이 공군·해군을 중심으로 군대의 선진화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병사들의 먹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북부 지방의 농사 작황은 긍정적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분조관리제에 관한 약속 이행에 의지를 보이면서 농민의 의욕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들리는데요,

하지만 국가가 해결하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군부대와 이를 대신 책임져야 하는 일반 농민 사이의 불만과 갈등의 악순환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