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12월 25일은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입니다.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국제적인 연중행사인데요, 북한에서도 비밀스럽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있고, 국제기독교단체를 통해 크리스마스 행사를 접하는 북한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올해도 애도 기간이 겹치면서 그나마 비밀스럽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온 것도 어렵게 됐다고 하는데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서 만나려고 갔는데, 10일이 되니까 모두 없어졌어요. 12월 17일이 김정일 사망 1주년이잖아요. 올해 제가 느낀 것은 12월에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
이런 가운데 북한은 11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이란 오명을 쓸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김정일 애도 기간에 가려진 북한의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진 김정일 애도 기간
- 국제기독교단체·선교단체, 북 주민과 만남 어려워
- 매년 크리스마스와 겹쳐 제때 기념 어려울 듯
- 북한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 북한, 내년에도 11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 오를 듯
12월 25일은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크리스마스, 성탄절입니다.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크리스마스 행사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국제적인 연중행사가 되었습니다.
국제기독교단체인 '오픈 도어즈(Open Doors)'에 따르면 북한에도 최소 50만 명 이상의 기독교 신자가 있고 이들은 이웃 신자나 가족과 비밀리에 성탄절을 기념하는데요, 하지만, 아직도 크리스마스에 대해 잘 모르는 북한 주민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에게 '크리스마스'란 개념이 없고 매년 12월 24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인데다 크리스마스에 관해 들은 적이 있어도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까?', '겨울을 어떻게 날까?' 등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생활고 탓에 정작 크리스마스는 남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독교단체인 '오픈 도어즈'를 비롯해 미국과 한국의 선교단체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북한 주민에게 성탄의 의미와 선물을 건네 왔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이어 올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 애도 기간과 겹쳐 북한 주민과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됐습니다.
올해도 북한 주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한 미국의 선교단체 '318파트너스'의 관계자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애도 기간 때문에 중국 내 북한 주민이 모두 되돌아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관계자]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서 만나려고 갔는데, 10일이 되니까 모두 없어졌어요. 12월 17일이 김정일 사망 1주년이잖아요. 애도 기간 때문에 호구조사를 한대요. 실제로 애도를 하고 있는지... 그래서 한 명도 안 남고 썰물처럼 다 들어갔어요. 언제까지인가 알아봤더니 12월 25일까지래요.
따라서 매년 고 김 위원장의 사망에 관한 애도 기간 때문에 국제기독교단체나 선교단체가 북한 주민과 제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은 어렵게 됐습니다.
[관계자] 올해 제가 느낀 것은 12월에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 모든 (크리스마스) 프로그램을 11월 말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2월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애도 기간으로 지킬 것 아닙니까? 오히려 앞으로 (크리스마스에 관한) 12월의 계획은 빠지는 거죠.
- 그럼 다른 종교단체나 비슷한 계획을 하고 있는 분들의 입장도 마찬가지겠네요.
[관계자] 그렇죠. 국경지역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북한 주민을 돕는 선교단체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 가운데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접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 내 교회를 방문하고 행사에 참여해 선물까지 받다 보면 예수님이 탄생한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임을 알게 된다는 겁니다.
'오픈 도어즈'의 제리 다이크스트라 공보 담당관도 북한 내 기독교 신자들이 성탄절을 맞아 가정과 지하교회를 통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특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성탄절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바 있는데요, 성탄절 노래는 부모를 통해 자녀가 배우기도 하며 가족과 신자들 사이에서 전해진다고 합니다.
(At Christmas time they sing familiar Christmas carols such as 'Silent night, holy night' and 'Joy to the world'. Older North Korean Christians know these too.)
그렇다면 북한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일까요? 국제기독교단체와 선교단체가 북한 주민에게 주로 전달하는 선물은 간단한 의약품이나 식량, 의복 등인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한용품이라고 합니다.
[관계자] 그곳의 추위는 상상할 수가 없더라고요. 실제 현장에 가보니까 가장 필요한 것은 털모자와 귀마개, 장갑 등이더라고요. '우리가 미처 생각 못 했구나' 싶어 이번에는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북한 주민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와 반응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국제기독교단체들은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며 기념하는 기독교 최대의 축제이지만 신앙의 자유는 물론 성탄절조차 즐길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은 열악한 인권 상황의 한 예라고 지적하는데요, 이는 북한을 떠나 크리스마스 행사를 접한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국화] 북한에서 크리스마스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고요,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다 즐기는데 북한만 안 즐긴다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요.
[동명호]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인이 다 함께 즐기는 국제적인 명절인 줄 정말 몰랐고요, 이렇게 좋은 명절을 북한 사람들이 왜 함께 즐기지 못하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빨리 북한도 크리스마스가 자유의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1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체제 아래에서도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의 자유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픈 도어즈'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지수'에서 10년 연속 최악의 탄압국으로 지목돼왔는데요, 다음 달 공개되는 새 박해지수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최악의 탄압국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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