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 가입도 까다로운 북 태블릿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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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1년 만에 군부의 개입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고요, 브라질과 터키에서도 반정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터키, 브라질에서 확산하는 시위의 공통점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은 먹고사는 민생문제라는 것, 또 정부의 권위주의와 부패, 비리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위가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새롭게 부를 쌓고, 높은 교육을 받은 중산층의 기대치에 정부가 부응하지 못한 것도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시위의 핵심인데요, 특히 올해 시위는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주도하고 있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도 눈에 띕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에서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태블릿 PC, 즉 판형 컴퓨터의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니 기본적인 것부터 인트라넷 연결과 전자우편 사용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데다 인트라넷 접속 절차도 까다로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제한돼 있는데요,

'용도에 많은 한계가 있다면 일반 북한 주민 가운데 이런 판형 컴퓨터가 얼마나 필요할까?' 에 관해서도 저는 의문입니다.

기본적인 인터넷 접속은 물론 인트라넷 가입도 까다로워 충분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북한의 판형 컴퓨터는 현재로서 실용적인 면보다 선전용의 성격이 더 짙어 보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북한의 판형 컴퓨터를 살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인트라넷 가입도 까다로운 북 태블릿PC>
- 북한의 판형 컴퓨터 '아리랑' 사용설명서
- '국가컴퓨터망가입', '웨브열람기', '전자우편'기능 소개
- 100~280달러로 휴대전화보다 싼 가격
- 인터넷 접속 안 되고, 인트라넷 가입도 당국의 승인 있어야
- 사용기능의 제한, 실용성보다는 '선전용' 목적 커 보여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식 태블릿 PC, 즉 판형 컴퓨터인 '아리랑'의 사용설명서를 살펴봤습니다.

'아리랑' 태블릿 컴퓨터 사용설명서의 차례 페이지 (자료제공-아시아프레스).
'아리랑' 태블릿 컴퓨터 사용설명서의 차례 페이지 (자료제공-아시아프레스). (자료제공-아시아프레스)



북한은 이미 2~3년 전부터 판형 컴퓨터의 제작을 본격화해 지금은 '아리랑'과 '삼지연', 그리고 '아침' 등 세 가지 판형 컴퓨터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 중 살펴본 '아리랑'의 사용설명서에는 제품 설명과 사용방법 등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아리랑' 판형 컴퓨터의 기본적인 장치와 기능은 서방 국가에서 제작해 판매하는 태블릿 PC와 비교해 모양이나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 설명서에는 전원을 켜고 끄는 기초적인 기능사용부터 컴퓨터에 연결하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삭제하는 법, 국가컴퓨터망에 가입하고 전자우편 이용 등의 사용방법까지 적혀 있는데요, '웨브열람기(웹 브라우저)'는 물론 '자명종'과 '음성 녹음' 등의 기능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판형 컴퓨터 '아리랑'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밖에도 북한은 지난 4월 '아리랑'을 홍보하는 동영상에서 영상통화와 인트라넷을 통한 홈페이지 접속 등의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판형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우편 사용도 가능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판매하는 판형 컴퓨터의 가격은 100달러에서 280달러 사이. 400달러에 육박하는 일반 터치형 휴대전화보다 싼 편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태블릿PC가 북한 주민에게 얼마만큼 대중화될지는 의문인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연결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런 PC를 갖고 있어도 국내 인트라넷밖에 연결이 안 돼요. '제한된 기능밖에 없는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용도에 많은 한계가 있다면 일반 북한 주민 가운데 이런 판형 컴퓨터가 얼마나 필요할까?'에 관해서도 저는 의문입니다.

'아리랑' 태블릿 컴퓨터 사용설명서의 사양정보 페이지 (자료제공-아시아프레스).
'아리랑' 태블릿 컴퓨터 사용설명서의 사양정보 페이지 (자료제공-아시아프레스). (자료제공-아시아프레스)



그마저도 판형 컴퓨터를 인트라넷에 연결하는 것도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설명서 중 '국가컴퓨터망가입'이란 항목에서 '아리랑' 태블릿PC를 인트라넷에 연결하는 방법을 살펴보니 SD카드의 설치와 함께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Ishimaru Jiro] (인트라넷에) 가입할 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SD카드를 설치한 뒤 당국에 신청해서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신분 노출이 될 것 아닙니까? 어느 개인이 가입하고 언제, 어떤 컴퓨터에 가입했는지가 다 파악이 되는 겁니다.

결국, 인터넷 접속도 되지 않고, 국내 컴퓨터망에 가입 절차도 까다로운 북한의 판형 컴퓨터는 기능적인 면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북한전문 웹페이지인 'NK News'는 북한이 개발한 또 다른 판형 컴퓨터인 '삼지연'에도 인터넷 기능이 빠진 단순한 사전 기능과 게임 같은 것만 내장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조선어를 모르는 외국인과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미국 '애플'사의 제품을 마다하고 북한이 개발한 판형 컴퓨터를 사용할지도 의문인데요, 다시 말해 북한의 태블릿PC는 정치적인 의미를 띤 선전용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저는 대중화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시작했다고 봅니다. '역시 김정은 시대에 들면서 세계의 흐름에 따라가고 있다, 북한은 후진국이 아니다'라는 정치적인 의미의 선전용으로 (판형 컴퓨터의) 판매를 시작했다고 판단합니다.

북한의 주장을 대변하는 일본의 조종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북한에서 판형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인트라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판형 컴퓨터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홈페이지는 북한 기관만이 전부인데다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백과사전과 지도 등 북한에 관한 내용밖에 없어 결국 반쪽짜리 컴퓨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