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에서 소는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개인이 소유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고기를 먹는 것조차 쉽지 않을 만큼 소는 철저한 관리 대상인데요, 최근 북한에서 개인들 사이에 공공연히 소가 매매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전했습니다.
"이제 소를 국가 재산으로만 유지하기보다 소를 운반 수단 또는 노동력으로써 시장 논리에 맡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송아지부터 중간 크기의 소까지 매매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이제 소를 국가 재산으로만 관리하기보다 시장 논리에 맞춰 소의 노동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현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도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막 태어난 새끼부터 송아지, 중간 소까지 거래
- 송아리 한 마리 150만 원, 목장 간부도 돈 받고 송아지 팔아
-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만 거래 이뤄지는 듯
- 시장 논리에 맞춰 소의 노동력 대여하는 돈벌이 수단
- 오토바이 이어 소까지 개인 소유 확산, 새로운 현상될까?
북한에서 소는 운반 수단인 동시에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노동력입니다. 따라서 소는 국가 재산에 속하는데요, 경제난으로 연료와 운반 수단이 부족하다 보니 소가 귀해졌고 그만큼 소에 대한 국가 통제도 엄격한 것이 오늘날 현실입니다. (관련 기사)
북한의 열악한 경제 체제로 모든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가 끄는 마차, 즉 우마차는 중요한 운반 수단으로 도시는 물론 평양의 주변 구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장마당에서 소고기의 판매는 철저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에는 소에 대한 개인 매매가 금지된 것은 물론 소를 무단으로 도살했을 경우 총살에 처한다는 것도 상식으로 통하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1990년대 중반 농장의 소 한 마리를 몰래 도살한 죄로 공개처형 되는 중년 남성의 처형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에 대한 통제가 얼마나 엄격한지를 알 수 있는데요,
한편, 소가 중요한 노동력으로써 협동 농장이나 기업소에 속해 있다는 것은 북한의 기계화가 얼마나 열악한 상태인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개인들 사이에 공공연히 소가 매매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복수의 취재협력자를 인용해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지난 7월 말, 북한 북부 지역의 취재협력자는 '현재 자신의 군에서는 개인이 소를 사고팔고 있으며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개인이 소를 가진 사람이 여러 명 있다'고 증언했는데요,
국가적인 허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거주하는 군 안에서만 소 매매가 가능하고 다른 지역에 소를 팔거나 사들여 올 수 없게 제한돼 있다는 것이 취재협력자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소에 대한 개인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참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제 소를 국가 재산으로만 유지하기보다 '시장 논리에 맞춰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관점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소를 운반 수단 또는 노동력으로써 시장 논리에 맡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소가 개인적으로 매매된다면 소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용도로 이용한다고 파악하고 계신가요?
[Ishimaru Jiro] 네. 이것은 추측입니다만, 소를 구매한 사람은 이를 노동력으로 활용할 겁니다. '소를 차나 트랙터 대신 빌려주고 '하루에 사용료 얼마'란 식으로 소의 노동력을 판매하는 목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업에 사용한다고 해서 농민이 개인 소유를 할 수 없죠. 그동안 협동 농장에서 소유해오지 않았습니까? 구매하는 사람은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인데, 소의 노동력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현재 개인들 사이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북한 돈 150만 원, 미화로 약 19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데 국가가 운용하는 소 종축 목장의 간부들도 돈을 받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들을 개인에게 팔고 있습니다.
또 지난 4일, 다른 취재협력자도 "자신이 아는 사람이 며칠 전에 중간 정도 크기의 소 한 마리를 강냉이 3톤을 주고 샀다"면서 "주변에 이 정도의 가격으로 소를 산 집이 두 집이나 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옥수수 3톤은 북한 돈으로 약 660만 원, 미화로 약 830달러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특히 개인 간 소 거래는 자신이 사는 지역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취재협력자는 "얼마 전에도 주변의 아는 사람이 다른 군에서 소를 사왔는데, 지역 보안소에서 나와 소를 회수해 갔다"며 "원인은 잘 모르지만, 다른 지역의 소를 사왔기 때문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내부의 보고에 따르면 자신이 사는 구역 안에서만 매매가 허락되어 있고, 다른 지역으로 사고파는 것은 아직 안 됩니다. 아직 소 매매가 규정․통제 아래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국가 소유로 엄격하게 통제되던 소를 개인 간에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현상은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이는 북한에서 개인 소유가 어려웠던 오토바이를 최근에는 개인이 많이 소유하면서 돈벌이 운송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합니다.
[Ishimaru Jiro] 얼마 전만 해도 북한에서 차는 개인 소유가 어려웠습니다. 오토바이도 지금 개인 소유가 많아졌지만, 10~15년 전만 해도 개인이 소유하기는 어려웠죠. 그런데 지금은 개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돈벌이로 이용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소도 일부 개인 소유를 허락해서 돈벌이를 자유롭게 해주고, 그 대신 수수료를 받는 체계가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해 봅니다. 돈벌이가 되면 소를 사고팔거나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고, 소 자체도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이런 의도에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 간 소 거래가 국가적인 허가 아래 진행되고 있는지는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개인이 소를 소유하는 것이 허용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개선 조치와 관계가 있는지는 불투명합니다.
북한에서 오토바이가 개인 소유를 통해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등장했듯이, 소의 노동력을 이용한 새로운 경제 수단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 소에 대한 북한 당국의 규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지켜볼 대목인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