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평가한 김정은 정권 4년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모습.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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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오른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던 김정은 정권이 공포통치와 인민통제를 앞세워 어느 정도 정착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아직 어리다'란 평가, '경제는 지방에서는 좋아진 것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무섭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평양만 챙긴다', '뚜렷한 성과가 없다', '여전히 어린애이다' 등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생각은 부정적인데요, 북한 지방도시 주민이 직접 전한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 "평양만 살피는 김정은", 지방도시 삶은 악화

- 김정은에 대해 '꼬마', '어린애' 등 평가절하

- "집권 4년 동안 뚜렷한 성과 없어"

- 공포통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무섭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레 사망한 이후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젊은 나이,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3대 세습의 정당성과 권력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10대 원칙을 내세우는가 하면 전국에 걸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을 세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 북한 전역에 오락·유흥 시설을 짓고 보육원과 애육원 등을 건설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인민을 생각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주려 애썼는데요, 한편으로 공포통치와 인민에 대한 통제는 매년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은 김정은 정권 4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직접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의 말을 들어봤는데요, 신랄한 비판만 이어졌다고 합니다.

'아시아프레스'가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노동자 남성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봤는데요, 남성은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 김정은 시대 들어 좋아진 것과 악화한 것은 무엇인가?

[북한 남성] 좋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악화만 됐다. 평양이나 외국인에게 보이는 것은 번쩍이고 북적대지만, 실제 파헤치면 정말 개 같은 세상이다. 간부들이 하도 인민을 등쳐먹다 보니, 이제는 뇌물을 숨기지 않고 대놓고 들고 다닌다. 간부들도 습관이 돼서 너무나 뻔뻔하다.

- 북한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인민을 위해 건설도 많이 하고 배려도 많다고 선전하고 있지 않나?

[북한 남성] 그건 평양 사람만 돌봐주는 것이지 지방 사람은 관심도 없다. 솔직히 달러만 쓰는 평양사람과 지방 사람은 많이 다르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지방 주민은 평양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평양만 살피는 김정은 정권을 매우 못마땅해 했는데요, 평양만 번쩍이고 화려하게 만드는 데만 주력했지, 평양 외 지방도시 생활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 본인, 또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평양과 지방도시의 격차인데, '김정은이 평양만 보고 있다', '지방도시는 무시당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지난 4년간 지방도시에서 전기·수도·교통 등 사회 인프라가 나빠졌다는 말이 대부분이거든요. "평양만 살리고 지방도시는 소외됐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계속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들어봤습니다.

- 언론에서는 김정은을 '위인 중의 위인'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 남성] 애를 놓고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전 사람(김정일)에 대해 할 때까지는 선전의 진위를 잘 몰랐지만, 이제는 선전하는 것에 대해 진저리를 친다. 솔직히 적당히 해야 좋을 텐데, 어린 애를 놓고 "장군님, 장군님"..., 너무 그러니 주민이 어처구니 없어한다.

- 선전에서는 김정은이 어릴 때 총도 쏘고, 탱크나 차도 운전했다고 하지 않나?

[북한 남성] 도대체 그것을 누가 봤는가? 세상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김정일의 아들이오' 하고 나타나서는 "어릴 때 뭐했고, 뭘 했다" 하는데, 이건 아니다. 다 같은 사람을 놓고 저러고 있는데, 아마 5살에 총을 쐈다고 하면 믿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주민들이 그냥 알고도 속는 체하는 것뿐이다.

- 최근 김정은에 대해 주민들이 대놓고 비판하는가?

[북한 남성] 아니다. 가족이나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공개적으로는 못한다. 하면 잡아가니까.

[Ishimaru Jiro] 4년이 됐지만, 아직도 김정은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나쁘게 표현하는 거죠. 김정은이 집권한 지난 4년을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 아직도 30대 중반의 김정은을 어린애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고, 그의 업적에 대해서도 '차라리 나빠졌다'. '아버지 때보다 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2015년의 북한에 대해 '공포통치·인민통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해'라고 평가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라섰지만, 곧바로 후계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젊고 실적도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하다 보니 저절로 공포통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Ishimaru Jiro] 또 '지난 4년간 무얼 했느냐?'란 부분에서 북한 일반 주민의 머릿속에는 역시 숙청·공포정치에 대한 강한 인식이 있죠. 특히 고모부인 장성택을 죽였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이 많고, '젊어서 그런지 정말 무서운 일을 한다', '아버지보다 더하다'는 평가를 합니다. 공포정치를 시행하면 주민으로서는 좋아할 수 없지 않습니까? 다시 정리하자면 '아직 어리다'란 평가, '경제는 지방에서는 좋아진 것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무섭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기대는 매우 낮습니다.

또 지도자로서 일반적인 인식이 아직도 정착되지 않다 보니 각종 선전활동에 정치학습·사상교육 등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으로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미국과 한국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조사합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또 현 정책에 대한 불만이 무엇이고, 어떤 점을 바라고 기대하는지 등 솔직하고 다양한 의견을 내비치는데요,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기도 하고, 국민은 자신의 생각을 선거를 통한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실현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북한의 모습과 다른 점인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해왔지만,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대다수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기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