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북한이 새해를 맞아 강행한 수소탄 핵실험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은 핵 실험도 몰랐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데요, 특별 중대보도도 보지 않거나, 핵실험 내용도 언급하지 않는 등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사회 자체적으로 관심이 없는 분위기입니다.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들어오는 것이 아니니까 무관심하죠. 오히려 쌀값이 오르내리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의 발사 등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은 앞으로 북한에 닥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북한 내부의 긴장 국면에도 크게 우려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한편 이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순간적인 판단과 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공포 분위기도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 핵실험 직후 "몰랐다", "실험 직후에도 말하는 사람 없다"
- "관심 없어 중대보도 안 봤다", "먹고사는 것과 관련 없다"
- 대북제재, 전쟁 분위기는 "늘 있었던 것, 우리는 상관없다"
- 수도미․군량미 배급, 2월 명절과 5월 당 대회 앞둔 비정상적 시기
- 김정은의 순간적인 판단에 아무도 반대 못 하는 내부 분위기 보여줘
북한 평양시간으로 지난 1월 6일 오전 10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수소탄이라 주장하는 4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진행한 당일, 대다수 북한 주민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30분이 지난 시간에 북한 주민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당시 북부 지방의 주민은 핵실험 자체를 전혀 몰랐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핵실험 자체를 몰랐어요. 11시쯤 전화 줬는데, (핵실험을) 10시 30분에 했잖아요. 핵실험 자체를 몰랐어요. 말해주니까 '아~ 했구나' 라고 말하고, 핵실험을 한 이후에 사람들을 만났지만,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특히 길주군 풍계리에서 100km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북한 주민은 3차 핵실험 당시에는 진동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진동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shimaru Jiro] 풍계리에서 100km 떨어져 사는 사람인데, 3년 전 핵실험을 했을 때는 흔들렸는데, 이번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대요. 지난번에는 방안에서 책상들이 흔들렸대요.
실제로 이번 4차 핵실험은 3차 때보다 위력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차 핵실험 당시 위력은 7.9kt, 지진파 규모가 4.9였는데, 이번에는 6.0kt의 위력에 지진파는 4.8이었습니다.
또 북한이 '수소탄을 이용한 핵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핵 전문가들은 수소탄 실험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수소탄 실험이라 보기에는 폭발력이 너무 약하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와 접촉한 북한 주민도 3차 핵실험 당시에는 방안의 책상이 흔들릴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어떤 진동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와 관련해 미국의 언론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은 7일 미국의 정보당국이 이번 4차 핵실험 결과를 초기 분석한 결과 수소탄 요소가 포함된 소형폭발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실험이 일반적인 2단계 수소폭탄보다 훨씬 작은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겁니다.
한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정작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4차 핵실험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북부 지방에서는 핵실험 이후에도 매우 조용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핵실험과 관련한 특별 중대보도를 예고했지만, 이를 시청하는 주민도 많지 않았고, 평양에서는 수소탄 실험 발표는 단체 관람하도록 했지만, 지방에서는 특별한 모임도 없었습니다.
또 핵실험이 먹고사는 일상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북한 사회 자체적으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생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먹고사는 것과 관련이 없다', '이번에는 수소 폭탄으로 이전 핵폭탄보다 세다고 하지만, 별로 놀란 것도 없고, 방송도 보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자체적으로 관심이 없는 분위기입니다.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들어오는 것이 아니니까 무관심하죠. 오히려 쌀값이 오르내리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또 북한 주민은 핵실험 이후 취해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애초부터 북한 당국의 도움을 받은 것이 없고 시장과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 생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또 전쟁 위기설도 매번 반복되는 현상일 뿐 북한 주민이 느끼는 체감도는 이전과 같지 않은데요,
[Ishimaru Jiro]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또 한국과 긴장상황이 생기면 북한 당국이 '전쟁이 일어나고, 경제제재가 심해질 것'이라고 선전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생활이 달라진 것도 없으니까 '당국이 너무 과대하게 선전한다', '거짓말이 많다'는 태도인 거죠. 그런 식으로 떠들어도 전쟁은 안 일어나지 않았느냐?라는, 이런 선동에 아주 익숙해진 것이죠.
북한의 갑작스러운 4차 핵실험으로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발 빠른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유엔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추가할 새로운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미국, 한국, 일본도 강력한 대북제재에 뜻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국제사회의 이같은 대응을 예측할 수 있는 가운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분석합니다.
이제 평양과 군부대에 수도미와 군량미가 지급될 시기이고 2월과 4월에 있을 광명설절과 태양절, 오는 5월의 당 대회를 앞두고 외부 지원이 필요할 때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비합리적인 판단이란 겁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의 독선적이고 순간적으로 판단한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이제부터 군량미․수도미가 들어갈 시기에요. 모자라면 수입도 해야 하고, 지원도 받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또 2월 16일․ 4월 15일 등 명절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런 시기에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김정은이 말하면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는 상황의 한 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김정은의 방침과 명령에 대해 이견을 낸 사람이 많이 죽었잖아요. 물론 유일영도체계지만, '지금 김정은의 비합리적인 판단에 대해 아무도 말을 못 하는구나' 라고 느꼈어요. 너무 비합리적인 시기에 이런 것을 했으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동시에 오는 5월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성과를 내세우며 체제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핵실험을 하던, 장거리 로켓을 쏘던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는데요, 과거에는 "핵실험 할 돈을 백성에게 나눠주지"란 푸념도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말조차 사라졌다고 합니다.
2016년 맞아 수소탄 핵실험에 자신의 성과를 의존하려는 김정은 제1위원장. 정작 마음을 얻어야 할 북한 주민의 마음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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