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북한 사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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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각종 사회 통제, '장성택 숙청 준비 작업이었을 수도'

- 북한 사회의 '단속'과 '통제'는 당분간 계속될 듯

- 북한 내 한국 동영상은 절대 뿌리 못 뽑는다!

- 국경 철조망·경계 강화, 밀수와 탈북자 행렬은 이어질 듯

- 북한의 2014년은 정치적인 한 해


2013년 북한 사회는 '단속'과 '통제'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장마당 단속과 북한 주민의 이동 제한, 공민증의 교체를 통한 인구조사는 물론 사상 교육의 강화와 반영문의 제출, 그리고 불법 녹화물의 단속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제대로 숨 쉴 날이 없을 정도로 북한 사회에 대한 통제가 진행됐는데요, 새해를 맞은 2014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라디오 세상>은 지난 시간 RFA 신년 특집으로 올해의 북한 경제를 전망한 데 이어 2014년 북한 사회도 함께 내다보겠습니다.

- 오늘 이 시간에도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세요.

- 이시마루 대표님, 지난 시간에는 RFA 신년 기획특집으로 올해 북한 경제를 미리 전망해봤는데요, 오늘은 북한 사회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13년 북한 사회는 긴장의 연속이었잖아요. 상반기에는 전쟁 분위기가 고조됐었고, 하반기에는 10대 원칙의 개정과 불순 녹화물의 단속이라든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장성택의 처형으로 늘 북한 사회의 감시와 통제가 이어졌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가까이에서 북한 사회를 지켜본 대표님은 이를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Ishimaru Jiro] 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전쟁 소동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5~6월 이후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장성택 숙청을 준비한 것이 아니었느냐?'란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로 5~6월에 시작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만들자는 것은 바로 김정은 1인 독재 체제를 완성하자는 움직임이었는데요, 이것을 위해 당원증 재교부가 있었어요. 재교부 사업을 통해 당원에 대한 통제가 심해졌고,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에 의한 10대 원칙의 개정, 이것은 김정은 시대에 맞게 북한 최고의 규율을 개정한다는 작업이었는데, 6~7월부터 주민을 상대로 계속 전체 학습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것을 취재했을 때는 '김정은 시대에 맞게끔 바꾸려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장성택이 숙청됐을 때 북한 당국의 발표 문장을 보면 '유일 영도체계의 위반', '반당·반혁명 범죄' 등 표현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성택을 숙청하기 위한 준비로서 이런 '당 유일적 영도체계를 너무 급하게 진행하지 않았나?' 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8월 이후에는 불순 녹화물 명목으로 통제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여러 장소에서 많은 사람을 총살했습니다. 바로 '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공포통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것도 '장성택을 숙청하기 위한 사전 준비 사업이 아니었나?'란 견해를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2013년을 다시 돌아보면 하반기는 장성택 숙청을 위한 준비부터 집행까지, 이 모든 것이 북한 전체를 많이 흔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근 김정은 제1비서가 '3년 안에 북한 내 불순 녹화물을 뿌리 뽑겠다'란 의지는 나타낸 바 있거든요. 특히 북한 주민 사이에서 외부 동영상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인데, 대표님 보시기에 이 단속이 잘 될 수 있을까요? 북한 주민이 완전히 동영상을 끊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Ishimaru Jiro]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언급했지만, 지금 북한의 도시 주민 대부분은 한국 드라마를 한 두 번씩 다 봤어요. 그만큼 시장이 생겼다는 겁니다. 시장이 생겼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동영상이 인기 있고, 그만큼 많이 침투했을 뿐만 아니라 보급됐고, 많은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이제는 막을 수 없다고 보는데요, 왜냐하면 외부 동영상을 보려면 기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계를 없애면 북한 관영매체가 만든 동영상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할 수 없고요, 또 이미 북한에 들어간 동영상은 지하에서 복사돼 계속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제 장마당에서 찾기도 아주 쉽습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 아닙니까? 그 호기심이 북한의 불순 녹화물 시장을 만들었는데요, 이것이 돈이 된다면 아무래 단속이 심하더라도, 계속 중국을 통해 반입하려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고, 북한에서 복사해 파는 사람도 돈이 되니까 계속 활동할 것이고..., 그래서 이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특히 한 가지 특징은 과거에 드라마에 국한됐던 동영상이 이제 오락 프로그램이나 정치비디오, 즉 다큐멘터리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죠?

[Ishimaru Jiro] 맞습니다. 북한 당국에서 한국 동영상의 유입에 관해 신경을 많이 써 왔지만, 이것을 못 막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2013년처럼 엄격하게 단속한 적이 없다고 봅니다. 이는 한국 동영상이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뿐 아니라 로열패밀리에 관한 다큐멘터리까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정말 정치적으로 단속을 시작했다고 보는데요, 그래도 한 번 들어간 동영상은 없앨 수 없으니까 동영상이 뿌리 뽑는다는 북한 당국의 목표는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 한 가지 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2013년에 보도한 여러 특종 기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두만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중국 측에 철조망이 완전히 설치된 것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탈북과 밀수가 완전히 통제됐고, 장성택의 처형 이후에 국경 지방의 탈북자 단속이 매우 엄격해졌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특별히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계속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탈북자 단속과 국경지방의 경계 강화 등에 관해서는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Ishimaru Jiro] 네, 말씀하신 대로 두만강 쪽은 거의 봉쇄상태가 됐습니다. 중국 측에 철조망을 완성했지만, 북한 쪽에서도 국경지방에 접근하는 것을 강력히 막으니까 매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인데요, 그러나 압록강 쪽 상류 지역에서는 밀수가 아주 활발합니다. 이 밀수로 간부들이 먹고사는 형태이지요.
물론 중국으로 나가는 출구가 매우 좁아졌지만, 그래도 탈북 루트는 확보됐고요, 2013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1천500명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앞으로 이 정도 숫자는 계속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경을 막는다는 것은 탈북자뿐만 아니라 밀수도 막는다는 건데요, 밀수로 먹고사는 간부들과 북한 주민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완전히 100% 이것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앞으로 계속 어려운 상황이 되겠지만, 그래도 탈북자 행렬은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 대표님.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경제·사회에 관해 여러 가지를 짚어주셨는데요, 지금까지 내용을 바탕으로 2014년의 북한 어떻게 흘러갈지 간략히 정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네. 2014년도는 정치적인 일 년이 될 겁니다. 아무래도 북한의 최대 파워였던 장성택이 숙청됐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추가 숙청, 그리고 중국에 활동했던 경제 일꾼들의 교체 등 여러 가지 영향이 생기지 않을 수 없어요. 북한 당국에서 장성택을 제거하는 정말 큰 극약 처방을 쓰면서 김정은 1인 독재 체계의 완성을 이루려 했지만, 이 처방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2014년에 북한이 물론 경제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장성택 숙청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고, 오히려 정치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 네, 2013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북한, 이제 2014년의 시작을 열었지만,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2013년의 북한, 그리고 2014년 북한의 경제와 사회 전망에 관해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고맙습니다.

[Ishimaru Jiro] 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두 번에 걸쳐 전망해 본 2014년 북한의 경제와 사회. 희망과 기대를 품고 올해의 첫발을 떼기에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치도 여전히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하지만, 올해는 북한 경제와 북한 사회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살기 나아졌다는 주민의 평가를 들을 수 있는 2014년이 되기를 모두가 바래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