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구정 설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북한에서는 구정 설을 맞아 20일부터 북한 주민에게 5일분의 식량을 배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하는데요, 식량 배급은 2005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죠.
만성적인 식량난에 최근 장마당의 환율과 쌀값 상승으로 더욱 먹고 살기 어려워진 북한 주민께서 이번 식량 배급으로 풍성한 구정 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1인 1대 등록 규정 때문에 타인 명의 차용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 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오늘도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세요.
- 한국, 북한에서는 구정 설 연휴입니다. 일본에서도 구정 설을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이시마루 지로] 일본에서는 양력설 지내니까 설날은 다 끝났거든요. 설을 맞아 북한 주민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 네, 저도 '새해를 축하한다'는 인사 다시 전해 드립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어떤 소식 준비돼 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북한에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돼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부정으로 등록된 전화기가 많이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 네, 우선 휴대전화가 부정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북한의 휴대전화는 이집트의 오라스콤사와 북한이 합작해서 만든 고려링크가 운영하고 있죠. 오라스콤사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빠른 보급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한 사람이 한 대밖에는 등록할 수 없는데, 내부 기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취재한 결과 북한 내부에서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한 전화가 많이 보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 그러니까 고려링크가 운영하는 휴대전화를 본인의 이름 외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도 갖고 있다는 말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습니다. 평안북도의 김동철 기자, 평양에 사는 구광호 기자, 또 양강도 혜산시의 최경옥 씨에 따르면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면 먼저 ‘이동통신 등록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지방도시의 경우 체신 관리국이나 전신 전화국, 평양에는 구역마다 체신소가 있고요, 이곳에서 ‘이동통신 등록신청서’를 먼저 입수해야 하는데, 신청서를 입수하는 것부터 뇌물성 비용이 들어갑니다. 평양에서는 미화로 약 20달러, 지방도시나 국경지방은 중국 화폐로 100원에서 200원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또 등록할 때 조금 복잡한 절차가 있습니다. 먼저 본인 확인에서 보안성과 직장의 승인을 받고 신청을 해야 하는데, 절차가 까다로워서 보통 수속을 하면 2주에서 20일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이것을 중개인(거간꾼)을 통해 절차를 밟을 때는 하루나 이틀 사이에 신청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하면 신분증을 갖고 가야 하는데 중개인을 통해서 할 때면 중개자가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을 모집합니다. 북한에서는 생활 형편이 안 좋으니까 쌀이나 돈을 조금 주면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가 필요 없거나 가난한 사람은 중개자에게 돈을 받고 이름을 빌려주게 되는데, 그럴 경우 등록된 사람과 사용자가 다를 수 있죠.
- 이처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손전화기를 등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이시마루 지로] 부정 등록 손전화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하나는 사용자 본인이 절차를 밟자니 귀찮은 일이 많아서 중개자에게 부탁을 하는데, 그럴 경우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도청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 명의의 전화기를 원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에서는 통신의 자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들도 도청을 두려워해서 마음대로 통화를 할 수 없는데, 중개자를 통해서 등록한 경우는 보안 당국이 누가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을 못 하거든요. 그래서 여유 있는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등록한 전화기를 한 대 쓰고, 좀 내용상 위험할 수 있는 대화를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된 전화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불법으로 등록된 손전화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북한의 도청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갖게 된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이런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북한 주민의 계층은 어떻습니까? 특징이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자기 거주지에서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화기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서 평양과 함흥, 평성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국경연선지역에는 전파상태가 좋지 않고 전화기를 신청하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아서 혜산이나 무산 등에서는 전화기를 신청하면 바로 등록할 수 있죠. 그래서 대도시의 중개업자가 혜산이나 무산까지 가서 대리수속을 해주는데, 그럴 경우 본인이 직접 지방까지 가지 않고 대리인이 다 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거죠.
다시 말해 전화기를 빨리 원하는 사람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하고요, 또 장사하는 사람 중에는 불법 장사를 적지 않으니까 단속을 피하고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일부러 중개업자를 통해서 불법 전화기를 갖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거죠.
- 그럼 이름을 빌려주는 북한 주민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없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글쎄요, 부정으로 사용한 전화가 적발되면 사용자가 걸릴 수 있고, 또 등록한 사람이나 이름을 빌려준 사람도 처벌될 수 있지만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쌀 몇 kg,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받으면 자신도 살 수 있으니까 협조자로 등장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듣고 계십니다.
=‘1912’는 김일성 태어난 해
- 사실 북한 내에서 고려링크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는데요, 북한주민이 휴대전화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로 신문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네. 고려링크가 여러 가지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그래도 아직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에 비하면 요금이 여전히 비쌉니다. 메신저는 좀 저렴하다고 하는데요, 보통 사람들은 아직 단순한 통화 정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북한에서 휴대전화에 가입하려면 북한 당국의 승인절차도 거쳐야 하고, 기간도 길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휴대전화에 관한 북한 당국의 주의사항이 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혜산시의 취재협조자 최경옥 씨가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준수해야 할 내부문서를 입수해 전해왔습니다. 이 내용이 재미있는데요, '본인만 쓸 수 있다'라는 주의사항과 함께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손전화기로 국가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말할 수 없으며 손전화기를 불순한 용도에 이용할 수 없습니다.' 라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또 북한 휴대전화의 전화번호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아세요? 북한 휴대전화는 기본은 '1912'로 시작됩니다. 이것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년도이죠. 그리고 그 뒷번호는 6개가 있어서 전부 합치면 10개인데, 할당된 번호가 100만 개 밖에 없습니다. '1912'의 100만 개가 모두 소진되면 어떻게 될까요?
- 그렇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년인 '1942'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시마루 지로] 그럴 수도 있겠죠. 지금 현재는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번호는 기본적으로 ‘1912’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또 착신음은 마음대로 원하는 음악을 설치할 수 있고, 대기화면은 소문처럼 김일성 전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제가 그동안 북한 휴대전화에 대해 집중 취재를 해 왔는데, 북한 휴대전화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도 찍을 수 있고, 음성도 녹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SD카드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내부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매우 신경 써 왔는데, 지금 80만 대가 넘는 사진기와 비디오카메라가 일반 주민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이를 외부에 반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죠. 또 이전에 설명했듯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된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북한의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의 의사소통, 또 정보 유출의 큰 도구나 수단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