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에 허덕이는 김정은의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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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의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이 연일 군 챙기기에 나서는 가운데 군대 내에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기아 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지난해 촬영한 북한 군인의 모습을 보면 북한군의 열악한 영양실태를 알 수 있는데요,

"군대의 식량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인데요, 국가가 그런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라디오 세상>은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한 북한군의 사진을 살펴보면서 오늘날 북한군의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영양실조에 걸린 평양 건설부대 군인

- 빵 먹는 군인 옆, 찌꺼기를 줍는 북한 꼬제비

- 북한군 장교도 배고프기는 마찬가지

- 식량 구걸하다 맞고 옷 뺏긴 초년 병사

- 건설부대든 전투부대든 뿌리 깊은 식량난


새해 들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 챙기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군부에 수산물 이권을 되찾아준 데 이어 공연 관람에서도 군악대의 공연을 찾을 정도로 선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7일 북한의 '노동신문'도 "군인들과 인민에게 많은 물고기를 먹이려고 마음 쓰시는 김정은의 의도에 따라 군부대에 대규모 수산물 냉동시설을 건설했다"고 전했고 지난 12일에는 김정은이 군의 후방사업을 책임진 부대 지휘부를 찾아 군인들의 후방사업을 격려하는 등 군인생활의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집권 3년 차인 김정은 정권이 집권유지를 위해 군심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군대의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기아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면 북한군의 열악한 영양실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기아는 북한의 일상적인 현상으로 군인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북한 군인들이 그 표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군을 우선시하고 군에 의해 정치를 해 나간다는 이른바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핵심 집단인 군대의 주린 배를 채워주지 못할 만큼 북한군의 한심한 영양실태는 매우 뿌리 깊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지금 북한 군대가 100만이라고 합니다. 북한 인구의 5%에 해당하는 많은 숫자인데요, 북한 정권이 이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한 마디로 돈이 없어서 먹여 살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군대에서도 우선순위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핵심 계층이나 중심 간부들을 호위하는 부대나 특수부대에 먼저 식량을 공급하는 데 반해 건설부대는 단순히 노동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군대 안에서도 북한 정부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건설부대든 일반 전투부대든 식량 사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 보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한 북한 군인들의 사진을 살펴봤습니다. 이 사진들은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들이 보내온 사진인데요,

- 영양실조로 귀가 중인 병사 "밥에 기름 한 숟가락만 쳐 주었으면"

- 북한군 장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 평양주재의 군인으로 건설부대(공병)에 소속되어 있고, 영양실조로 고향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계급장은 한국의 병장에 해당한다. 2013년 8월 북한의 모 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 평양주재의 군인으로 건설부대(공병)에 소속되어 있고, 영양실조로 고향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계급장은 한국의 병장에 해당한다. 2013년 8월 북한의 모 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첫 번째 사진은 2013년 8월 평양의 건설부대에 소속된 군인으로 영양실조에 걸려 고향에 돌아가는 길입니다. 이 군인은 군 복무 경력 9년 차의 선임병으로(한국의 병장 계급) 제대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자신을 30살이라고 소개한 이 병사는 머리를 겨우 받치고 있을 만큼 얇은 목에 마치 큰 자루를 씌워놓은 듯한 군복으로 불쌍함을 지나 끔찍할 정도였다고 당시 취재협력자는 설명했습니다.

또 이 병사는 취재 협력자에게 "밥에 기름 한 숟가락만 쳐 주어도 영양실조는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군의 충격적인 영양실태를 고백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오랜 복무 경력을 가진 선임병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점에서 북한의 기아상태를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협력자가 준 빵을 먹고 있는 군인과 그 옆에서 음식 찌꺼기를 줍고 있는 어린 꼬제비(거지). 2013년 8월 북한의 모 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취재협력자가 준 빵을 먹고 있는 군인과 그 옆에서 음식 찌꺼기를 줍고 있는 어린 꼬제비(거지). 2013년 8월 북한의 모 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Ishimaru Jiro] 보통 북한 군대는 입대한 지 1~2년째는 힘들다고 합니다. 맨 밑 계급의 병사들은 위에서 먼저 먹고 남은 것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병사도 위 간부들이 원래 먹어야 할 것을 먼저 가져가 버린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점점 군대 생활이 길어져 적응하고 자기보다 밑의 사람이 생기면 영양실조에서 벗어나는데, 여기서 소개한 병사는 9년째거든요. 그런데 너무 (영양실조로) 약해져 집에 보내지게 됐어요. 이것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어도 여전히 군대의 식생활이 매우 힘들다는 것, 게다가 이렇게 경력이 많은 병사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오히려 김정일 시대보다 더 악화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군대의 식량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인데요, 국가가 그런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이시마루 대표는 취재협력자가 건네준 빵을 먹는 군인과 그 옆에서 음식찌꺼기를 줍는 어린 꼬제비의 사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다음 사진은 시장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북한군 장교의 모습입니다. 역시 2013년 8월, 북한의 한 도시에서 촬영한 사진인데요, 쑥 들어간 볼, 튀어나온 광대뼈에 퀭한 눈이 한눈에 보기에도 야위어 보입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북한군 장교. 2013년 8월 북한의 모 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시장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북한군 장교. 2013년 8월 북한의 모 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식량난에 배가 고픈 것은 북한군 장교도 마찬가지인데요, 군의 식량 사정이 바닥을 치면서 장교와 가족들도 식량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교의 아내들은 통제 때문에 시장에서 장사도 하지 못하는데요, 북한 주민 사이에서 '장교에게 시집가는 여자들은 밑바닥 사람'으로 통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장교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병사들의 식량과 물자를 부당하게 빼돌리게 되는데 이것이 군대 내 기아가 발생하는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굶주린 군인들, 도적 떼로 변한다

20대 초반의 병사. 타 부대 병사들에게 군복 상의를 빼앗기고 어느 민가에서 옷을 빌려 입었다고 말함. 취재협력자에게 배고픔을 호소하며 음식을 구걸한다. 2013년 6월 한 지방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20대 초반의 병사. 타 부대 병사들에게 군복 상의를 빼앗기고 어느 민가에서 옷을 빌려 입었다고 말함. 취재협력자에게 배고픔을 호소하며 음식을 구걸한다. 2013년 6월 한 지방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다음으로 살펴본 사진은 2013년 6월, 북한의 지방도시에서 촬영한 20대 초반의 병사입니다. 당시 이 병사는 군 복무 1년 차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주택가로 음식을 구걸하러 왔다가 다른 부대 병사들에게 군복 상의를 빼앗겼습니다. 겨우 민가에서 옷을 빌려 입고, 취재협력자에게 배고픔을 호소하며 음식을 구걸했다고 하는데요, 굶주림과 구타로 이 병사의 눈빛은 초점을 잃었습니다.

끝으로 2012년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군인의 사진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서남 전선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 방어대를 찾아 군인들, 가족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했는데요, 대부분 군인이 왜소하고 여위어 있는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매체가 군인들의 영양실조와 기아 상태를 숨기기에도 버거워 보이는데요,

각 병사를 만나며 사진을 촬영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군인들이 '도적 떼'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제 병사들이 도적질을 잘한다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재도ㆍ무도의 군인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재도ㆍ무도의 군인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선군'을 표방하고 군부 달래기에 나서며 특별히 군대를 챙기는 김정은 제 1국방위원장. 올해는 김 제1위원장의 군심 챙기기가 과연 군부대 곳곳에 만연한 식량난과 기아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까요?

[Ishimaru Jiro] 북한 군대의 식량 사정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기본구조는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김정은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군대를 먹여 살려야 하고 이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 가을의 수확 중에서 이미 약속한 분량 이상의 군량미를 가져가 버렸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에서도 군대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높다고 보지만, 그래도 2014년에 군량미 상황에 여유가 생긴 것도, 개선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힘들다는 것은 똑같다고 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