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대학생, 교정에서 손도 잡고 외국 영화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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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 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특히 구정에는 한국이나 북한이나 자녀로부터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는 문화가 있죠.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 NK'가 세뱃돈과 관련해 재미있는 비교를 했는데요, 요즘 한국에서는 보통 세배를 하면 최소 1만 원에서 5만 원, 미화로 수십 달러의 세뱃돈을 건넵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잘 사는 도시의 경우 1천 원에서 5천 원, 농촌이나 산간지역은 500원 정도를 세뱃돈으로 주는데, 그나마 대부분 일반 주민은 세뱃돈을 주는 것도 벅차죠. 물론 비교 자체도 불가능하지만 단지 액수만 비교해도 한국과 북한의 세뱃돈은 10배의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또 세뱃돈으로 옷이나 장난감, 컴퓨터, 휴대전화를 사는 한국 어린이와 세뱃돈으로는 특별히 사거나 할 것이 없는 북한 어린이를 볼 때 세뱃돈의 풍습에도 남북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자녀분에게 세뱃돈 얼마나 주셨습니까?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중국 학생이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에서 겪었던 체험기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 학생이 가진 휴대용 컴퓨터, 전자책을 부러워하고, 미국과 한국의 영화, 드라마는 물론 성인용 영상물도 즐겨 보는 북한 대학생의 개방적인 면과 교정에서 남녀가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이 소개됐습니다.

- 사진기 필름으로 북한 주민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132년 전통의 '코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한 때 필름산업의 선두주자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 몰락의 원인으로 지적됐는데요,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코닥'의 교훈은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중국 학생, 북한 대학 체험기

중국의 유력 주간지인 '남방주말’이 지난 12일, 북한 대학을 체험한 중국 학생의 이야기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학생들은 북한의 김일성 종합대학과 김형직 사범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데요, 중국 학생들이 학교 기숙사에 머물며 체험한 북한 사회와 대학생들의 생활모습, 그리고 북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 학생들의 눈에 비친 북한 대학생의 모습은 말수도 적고, 자존심이 강해 일단 친해지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때문에 북한 대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작은 선물을 건네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유명 가수인 ‘케이티 페리(Katy Perry)’나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공연, 독일의 모델 ‘하이디 클룸(Heidi Klum)’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등을 선물했을 때 북한 학생들이 서방 국가의 문화와 의상 등에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또 북한 대학생들은 중국 학생의 컴퓨터에 저장된 미국의 유명한 영화 ‘아바타’나 한국 배우 장동건이 출연한 드라마 등을 모두 달라고 할 정도로 외국 문화에 열광하고 있으며 기숙사에도 컴퓨터를 숨긴 채 이를 보기도 한다고 ‘남방주말’은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성인물인 ‘음란동영상’도 즐겨보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북한 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교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중국 학생들은 회고합니다. 남녀가 손을 잡고 교정을 거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혼전성관계는 허용되지 않는 듯 어디에서도 피임기구를 판매하는 것은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김일성 종합대학의 경제학부와 외국어 문학부 여학생들의 소지품에서 피임약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동아일보의 탈북자 출신, 주성하 기자는 북한 학생들의 연애문화는 급속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사랑관과 연애관이 변화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 드라마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대학생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자부심,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국 문물에 관한 관심도 매우 높았는데요, 중국 학생들이 휴대용컴퓨터나 전자책 등 전자기기를 갖고 있는 것을 매우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다고 ‘남방주말’은 소개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대학에서 공부한 중국의 학생들은 이같은 현상을 매우 특이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외부 세계를 거부하는 분위기지만 속으로는 외부의 문화를 즐기고 이를 받아들이는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들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고 친구였다는 말로 ‘남방주말’은 끝을 맺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북한 주민도 선호했던 ‘코닥’의 파산이 주는 교훈

북한 주민 여러분, 사진기에 쓰는 필름 아시지요?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를 많이 쓰기 때문에 필름을 사용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필름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코닥(Kodak)’입니다.

1880년에 설립된 ‘코닥’은 한때 미국 필름 시장의 90%, 카메라 판매 점유율 85%를 차지하면서 필름과 카메라 업계의 최강자였고 연간 매출액이 15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코닥’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의미하는 상징어로 꼽힐 만큼 130년 넘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사진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각인돼 왔습니다.

북한에서도 ‘코닥 필름’을 사용해 본 주민 많으실 텐데요,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 주민 사이에서 ‘코닥 필름’이 큰 인기를 끌었고, 외국에서 몰래 들여온 ‘코닥 필름’은 간부들의 뇌물용으로도 사용됐습니다. 특히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중요한 행사에서는 코닥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선호했다고 하는데요,

[탈북자] 네, (코닥 필름) 많이 썼어요. 외화상점에 가면 필름이 많았고, 사진관이나 어디를 가도 그 (코닥) 필름이 많았습니다. 화질이 좋으니까요. 또, 러시아나 외국에서 돌아올 때 필름을 들여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북한도 디지털카메라를 많이 쓸 겁니다.

2001년, ‘한국코닥’은 북한 금강산 온정리 휴게소에 다국적기업으로는 최초로 사진 현상을 위한 ‘코닥 익스프레스’ 1호점을 비롯해 평양에도 분점 개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13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필름의 대명사’ 코닥이 지난 19일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한때 150억 달러가 넘던 매출액은 반 토막이 났고, 지금은 자산보다 빚이 더 많습니다.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은 ‘코닥’이 필름에서 디지털 기술로 옮겨간 소비자들의 변화와 흐름을 깨닫지 못해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고 분석했는데요, 요즘 전 세계 소비자들은 필름 카메라를 쓰는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쓰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코닥’이 이미 1975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 시장이 더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는 멀리 내다보지 못한 판단 때문에 오늘날 몰락하게 됐는데요,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은 지금의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수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패한 경제를 회복하려면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개방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미국의 윌리엄 뉴컴 전 재무부 선임자문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William Newcomb] 북한은 1972년과 1973년까지 한국보다 우위를 보였습니다. 이후 한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북한은 뒤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주된 원인은 한국이 무역의 문호를 개방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개방한 반면, 북한은 계속 자급자족의 경제에 만족했습니다.

[Bonnie Glaser] 중국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경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북한 경제는 이미 몇 년 전 망했기 때문에 이제는 주민의 복리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제도가 들어서야 합니다. 우선 경제개혁을 해서 생활을 수준을 높임으로써 주민을 먹여 살리는 것부터 첫 단추를 끼워야 합니다.

심지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도 북한이 중국식 개방개혁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중국은 과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중국식 개방개혁을 따를 것을 권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무시했다고 글레이저 연구원은 지적했는데요, 한때는 한국을 앞서던 북한의 경제력이 지금은 국민총소득을 기준으로 39배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북한도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만을 고집한 결과 가장 못사는 나라로 전락한 겁니다.

다시 말해 10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켰지만 변화를 꾀하기보다 현실에만 안주했던 ‘코닥’의 몰락은 오늘날 북한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빅터 차 교수입니다.

[Victor Cha] 북한의 가장 바람직한 지도 체제는 생존을 위해서 개방을 할 수 있지만, 개방 과정에서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체제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문제점을 이해하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이런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바로 그것이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부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도 필름보다는 디지털카메라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사진사들이 요즘 할 일이 없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조차 필름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코닥의 최고경영자인 안토니오 페레스는 지난해 8월에 한 기자회견에서 “코닥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데 5년이 늦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않으면 고립되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오랜 세월 고립의 껍질을 깨고 최근 개방개혁의 길을 걸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관계개선에 나선 버마의 행보도 북한이 배워야 할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