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모잠비크의 김일성로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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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지난 25일은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에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력에서 몰아내면서 '아랍의 봄' 혁명의 불씨를 지폈던 이집트 국민 수만 명은 이날 민주화의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시민혁명 1주년을 축하했습니다.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지 1년이 됐지만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집트 국민은 군부가 하루빨리 민간 정부로 정권을 이양해 안정된 사회가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고 주저앉은 경제성장률과 크게 오른 물가도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집트의 혁명, 이를 위한 국민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때 이집트와 끈끈한 관계를 맺었던 북한은 이제 거의 형식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집트의 시민혁명 1주년을 바라보는 북한 지도층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아프리카의 나라 모잠비크의 수도에는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습니다. 바로 '김일성 도로'인데요, 두 나라의 친밀했던 관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과 다른 길을 걷는 모잠비크에서 '김일성 도로'는 옛 사회주의의 흔적으로 초라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국제시장에서 북한 채권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채권 가격의 변동이 북한 주민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가격은 올랐지만 북한 채권에는 위험성이 높고, 수익도 보장할 수 없어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따라서 가격의 변동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모잠비크 발전과 함께 점차 퇴물로

아프리카의 나라 모잠비크(모잠비끄)의 수도 마푸토에는 북한의 고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이름을 딴 ‘김일성 도로(Av. Kim Il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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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습니다. 당시 고 김 주석의 사랑과 영향력이 북한 주민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는 우상화의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대통령궁 근처에 있는 ‘김일성로’는 중국의 지도자였던 ‘모택동 도로’와 함께 모잠비크와 북한 간 친밀했던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모잠비크에 의료진을 파견했고 북한 사람은 사전 비자, 즉 입국사증이 없어도 모잠비크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도로에 ‘김일성로’를 지정할 만큼 모잠비크와 북한은 수십 년간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오늘날 두 나라의 모습은 많이 다릅니다.

모잠비크는 독재정치와 부정부패, 경제적 빈곤이 가득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주목할 만큼 발전을 이룬 국가로 떠오르고 있고, 민주정치의 정착과 경제성장, 빈곤의 감소 등 정치와 경제, 사회적인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확대도 모잠비크가 2008년까지 5%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효과적이었지만, 모잠비크가 스스로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점이 오늘날 모잠비크의 변화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 원조를 제공하는 미국 국무부의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스티븐 래들릿 수석 경제학자도 모잠비크처럼 가난하고 열악한 정치제도를 가진 아프리카 국가가 지금 정치적, 경제적으로 진전을 이룬 점은 오늘날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 있는 ‘김일성 도로’. 과거에는 도로의 이름이 큰 의미를 띤 상징물이었지만 매년 꾸준히 발전하는 오늘날에는 옛 사회주의의 흔적으로 초라하게 기억될 뿐이라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읍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가격 오른다는 북한 채권, 상품성은 글쎄...

미국의 유력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 채권의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채권은 서방은행이 1970년대에 북한에 제공한 차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프랑스의 ‘BNP 은행’이 이것을 담보로 1997년에 발행한 것인데요, 김 위원장의 사망 이전에는 달러 당 13~15센트의 가격대였지만 사망 이후에는 14~18센트까지 올랐다면서 이는 북한이 개방개혁을 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채권의 거래를 대행하는 영국의 금융중개회사 ‘이그조틱스(Exotix Limited)’사를 비롯해 한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채권의 가격은 ‘누가 채권을 보전해 줄 것이냐?’와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과는 달리 북한 체제의 안정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북한이 개방개혁을 통해 채권을 보전할 능력을 갖추거나 북한 체제가 급격히 붕괴해 한국이 채권을 담보할 수밖에 없을 때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 채권의 가격에는 감춰진 위험이 너무 많고 아직 상품으로서도 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의 설명입니다.

[동용승 팀장]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때, 그리고 이와 관련된 요인들이 작동할 때 북한 채권에 관한 언급이 많이 나오죠. (채권) 가격의 변동 자체는 (채권이) 어느 정도까지 발행돼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어디서 주로 거래가 이뤄지는지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 시장 내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비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의 흐름을 본다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나...(생각됩니다.)

북한 채권의 가격은 북한 정세를 정확히 반영하기보다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그조틱스’사는 채권 가격의 변동 요인으로 6자회담의 진전 노력,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국제사회의 제재 등 외부 정세에 따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거론해왔습니다. 하지만 국제 시장은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망을 내놓고 있고 이는 매우 피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 채권의 상품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동용승 팀장] 북한 채권은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인식되고 있다가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면 한국 정부가 이것을 보장할 것이란 기대감에서 출발한다는 말이죠. 이랬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이고, 북한 체제에 변동이 생겼을 때 어떤 정치적 요인이 발생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북한 채권은 위조에 관한 신뢰성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채권 시장은 안정적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북한 채권은 투자가 아닌 투기성이 강하다고 동용승 팀장은 덧붙였는데요, 다시 말해 북한 채권은 아직 상품으로 보기 어렵고 채권 가격의 변동도 현재로서 무의미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채권이 과연 북한 주민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북한의 채권은 북한 주민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동용승 팀장] (북한) 채권은 이미 발행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인 연결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채권 가격의 변동이 생긴다는 것은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나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북한 주민에게는 경제적인 면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북한의 채권가격을 다룬 것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의 북한을 불안정한 상태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북한의 채권은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북한의 김일성 전 국가주석이 사망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과감한 개방개혁을 시행해 성과가 드러나면 북한의 채권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투자자들이 이같이 판단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북한 정권이 개방개혁을 할 것이란 징후는 보이지 않는데요, 북한의 앞날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량과 유동성의 정보, 신뢰성까지 부족한 북한 채권이 상품으로서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