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핵실험 카드는 북한식 대화 메시지/ 북 대일정책, 김정일의 ‘강경책’ 바뀌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비롯한 최근 정세와 관련해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열고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비롯한 최근 정세와 관련해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열고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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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미국을 겨냥하며 3차 핵실험의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는 가운데 이는 미국과 대화를 촉구하는 북한식 메시지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준비는 해놓았지만,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나 태도에 따라 핵실험의 시기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미국과 북한 간 물밑접촉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응하기에는 입장 차가 너무나 커 보입니다.

-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에 관해 고수해 온 강경책 대신 납치문제 해결의 진전을 통해 경제적 협력관계를 꾀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북한과 거래할 일본 무역상이 없느냐?'는 북측의 문의도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경제적인 면에서 '탈 김정일화'가 시작될지 주목됩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핵실험 "미국에 대화 촉구하는 북한식 신호"
- "미국과 양자 대화 요구할 가능성 크다"
- 자연스럽게 미․북 물밑 접촉 가능성 제기
- 미국의 메시지, 태도에 따라 핵실험 미룰 수도
- 하지만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 아니다

북한이 지난달 장거리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 북한 외무성이 지난 23일 비핵화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국방위원회가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매일 핵실험을 시사한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지난 27일,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은 언제든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수 주 내에 핵실험을 감행할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 중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한 채 과연 언제 핵실험을 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일단 미국과 중국, 한국의 권력 교체기에 맞춰 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려는 의도를 고려할 때 요즘이 핵실험 카드를 꺼내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나 태도에 따라 핵실험 시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은데요,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까지 거론하면서 핵실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신호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에 이어 핵실험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고, 핵실험 이후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실리를 생각했을 때 미국이 보이는 태도를 저울질해 본 뒤 핵실험의 감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최근 미국 국무부의 관리와 의회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난 한반도 전문가도 "북한이 핵실험을 빌미로 미국과 대화를 요구하는데 이것은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는 양자 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또 미국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평양공연을 추진했던 중국 동북아연구소의 배경환 전 선임고문도 현재 대화가 필요한 쪽은 '북한'이라며 북한이 내민 핵실험 카드는 북한식의 대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배경환] 대화가 필요한 쪽은 북한이거든요. '대화'를 하자는 북한 방식의 메시지, 다시 말해 북한 스타일의 대화 메시지로 보는 거죠. 특히 '미국과 한국이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고, 북한에서도 미국, 한국과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판단했을 때 선제공격을 한 거죠.

배경환 전 고문은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핵보유국으로서 협상력이나 위상은 가질 수 있겠지만 김정은 제1비서의 정권이 아직 완벽하게 정착하지 않은 가운데 핵실험 이후 감당해야 할 어려운 시기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핵실험을 보류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요,

[배경환] 미국, 중국, 한국의 지도부가 교체된 시기잖아요. 북한으로서는 활용하기 좋은 시기일 수밖에 없고 기선을 잡으면서 "몸값을 올려달란 말이죠". 계속 이 기류를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면 민생은 거의 포기하는 거라 볼 수 있거든요.

한국의 연합뉴스도 지난 25일, '북한이 미국 행정부가 보내는 공식적인 메시지나 미․북 간 물밑 접촉의 결과 등을 지켜본 뒤 핵실험 시기를 정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기가 막 출범한 만큼 미국 대북정책의 방향과 미국 정부의 메시지 등을 지켜본 뒤 핵실험 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3차 핵실험과 관련해 미․북 간의 접촉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거론되는데요, 유엔 대표부를 통한 '뉴욕채널'이나 지난해 4월과 8월, 미국의 정부관리가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했던 것처럼 물밑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때마침 미국의 국무장관직에 오를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대북 대화정책을 기대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화에 미국이 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3차 핵실험 카드로 제시한 대화의 메시지는 핵보유국을 인정하고, 각종 제제를 해제하는 등 "자신이 유리한 대로 대화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North Korea's message is clearly "Let's talk--on my terms." which means that North Korea's aim is to be accepted as a nuclear power, have US and international sanctions removed, and achieve the reduction and eventual elimination of US influence on the Korean Peninsula. It's not a message that the United States can or should accept.)

미국 국무부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한 주민의 민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는데요,

핵실험 카드로 대화의 메시지를 꺼내 든 북한, 하지만 미국이 이에 답하기에는 두 나라 간 입장 차가 너무 커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납치문제'에 대한 북 태도변화 감지
- 일본과 경제협력에 관한 분위기 확산
- 중국에 불만 많고, 수출시장의 다변화 꾀해
- "북한과 거래할 일본 무역상 없느냐?" 문의 늘어

김정일 총서기가 사망하고 북한에 김정은 시대가 열린 지 1년 남짓 지났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움직임이나 북한 내부로부터 들려오는 정보를 미루어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의 대일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데요, 아직 정확한 판단이 어렵고 추측에 그치는 부분이 많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 측의 설명입니다.

특히 북․일 관계에서 납치문제 해결의 진전을 통해 경제적인 면이라도 정상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위기가 많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Ishimaru Jiro]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확실히 태도가 달라진 것이 보이더라고요. 특히 '납치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겠다'는 태도변화였습니다.

한반도 전문가 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당분간 북․일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북․일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담판까지 한 데다 경제제재를 단행한 일본에 대해 '납치문제는 해결완료'라고 반발하는 것을 '방침'으로 한 이상 일본인 납치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 제1비서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체제안정을 위해서는 국내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북․일 관계는 뒷전으로 미룰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일 관계가 예상외의 전개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있을 때부터 준비했는지 알 수 없지만 4년 만에 북․일 협의가 재개돼 지난해 8월부터 일본인 유골에 관한 발굴조사가 시작됐고 11월에는 북․일 협의가 국장급으로 격상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이 '일본인 유골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돈벌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북한 간 실시된 미군유해 발굴사업에서 유골 당 평균 10만 달러가 지급되고 있어 북한에는 이것이 '외화벌이'사업이 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일본인 유해발굴과 관련해 현재까지 북한 측의 금전적인 요구는 없는 상황입니다.

또 북․일 협의가 재개되면서 북측이 '납치문제는 해결 완료'라는 이전의 완고한 자세를 바꿔 '일본의 관심사도 이야기한다'며 납치 문제를 배제하지 않을 것도 시사했는데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북․일 협의는 중단됐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는 '납치문제를 진전시켜 북․일 관계의 정상화 교섭에 들어간다'는 방향으로 키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했습니다.

이밖에도 이시마루 대표는 1월에 중국에 나온 북한 무역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일 문제에 관한 평양의 분위기를 설명했는데요, "일본인 납치는 전 세계에 널리 드러난 문제인데다 겨우 수십 명에 불과하니, 빨리 돌려주고 국교 정상화를 추진해 배상금 성격의 경제협력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으며 계속 상부를 설득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지금 북한은 석탄과 같은 1차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며 외화를 벌고 있지만 자원을 너무 싸게 팔아치우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고 중국 외에 수출지역도 넓히려 하기 때문에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 장사할 수 있다면 납치 문제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북한 취재를 하면서 (북한의) 경제 담당관리나 외교 담당자에게는 위로부터 북․일 정상화로 가는 방향을 찾아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봅니다. 또 중국에 있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게 '일본에 북한과 거래를 생각하는 무역상이 없느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무역 대방을 소개해달라는 이야기가 작년에 대단히 많아졌습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중국이 아주 싼 값으로 북한의 자원을 사간다는 불만이 대단히 많더라고요. '경제적인 측면이라도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는 분위기가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납치 문제만을 고집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적으로 합리적 자세라 할 수 있는데요, 물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도발행위를 계속한다면 북한과 일본 간 관계 정상화는 어려워지게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납치 문제에 관해서는 '김정일의 유훈이자 안건'인 '강경책'이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경제면에서의 '탈 김정일화'가 시작될지 주목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