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문서와 음악 등을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북한의 휴대전화를 통해 한국 소설과 언론 보도, 음악 등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한국 소설이나 잡지 기사 등을 휴대전화에서 읽는 북한 주민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휴대폰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면서 영향력은 작지만, 특히 소설이나 언론 보도 등이 학생이나 지식인을 중심으로 많이 유포됐다고 내부 협조자가 전해왔어요"
휴대전화를 통해 문서, 음악, 사진, 심지어 영상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보와 문화가 확산하면서 북한 당국도 불시검문을 중심으로 재빨리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북한 내부로 전해진 한국 문화는 꾸준히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한국 소설․기사․학술서 등 휴대전화로 열람
- 휴대전화 이용해 한국 문건․음악 등 확산
- 북 당국, 한국 음악․문서 유포 엄중 단속
- 2012년부터 기능 삭제, 휴대전화 불시 검문
- 새로운 휴대전화 단속 정책 나올 수도
북한 전역에 보급된 약 250만 대의 휴대전화. 이중 도시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10%를 넘지만, 이들이 단지 통화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로 사진과 문서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는데요, 특히 북한 주민이 보고 듣는 내용에는 중국을 통해 들어온 한국 음악과 서적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서를 읽을 수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T65, 즉 '뚱보'라 불리는 휴대전화 사진을 보면 '파일관리' 목록에 '그림'과 '음악', '비데오', '기타' 등을 열어볼 수 있습니다. 이중 기타를 선택하면 서적을 읽을 수 있는데요,
특히 소설이나 언론 보도와 같은 문건이 학생이나 지식인을 중심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많이 유포됐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휴대폰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면서 영향력은 작지만, 특히 소설이나 언론 보도 등이 학생이나 지식인을 중심으로 많이 유포됐다고 내부 협조자가 전해왔어요. 물론 정치적인 문장, 예를 들어 김 씨 일가를 비판하는 기사나 정치적인 선전물이면 당연히 많은 단속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은 특별히 없었거든요. 자세히 물어봤더니 소설을 중심으로 학술서, 논문 등도 많이 넘어갔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지식인을 중심으로 휴대전화가 하나의 도구로 사용돼 유포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양강도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한국의 소설이나 잡지기사 등 문서를 휴대전화에서 읽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예전에는 컴퓨터에서 몰래 볼 수밖에 없었지만, 컴퓨터를 사면 정기적으로 '검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 소설이나 기사 등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북한 내에 많이 퍼져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휴대전화 개통 직후 판매한 기종의 SD카드와 블루투스(Bluetooth), 즉 근거리 무선 기술을 통해 음악이나 영상 파일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평양 시민 기자도 "평양에서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는 젊은이 대부분은 몰래 한국 음악을 듣고 친구와 이를 교환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블루투스를 사용하면 주고받기도 간단하다고 소개했습니다.
[Ishimaru Jiro] (제 추측입니다만) 한국 인터넷에 있는 여러 문서가 있지 않습니까? 소설도 있고, 기사나 논문도 있는데요, 당연히 워드나 PDF 파일로 SD카드에 넣을 수 있잖아요. 중국에서 SD카드에 저장돼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블루투스를 이용해 정보교환, 파일 교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서는 물론 음악까지 교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북한 당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 문서가 많이 확산하고 유포되는 것을 걱정했을 겁니다. 사실 음악까지 확산하면서 바로 단속이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이전처럼 자유롭게 교환하고 확산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 들어간 정보는 지울 수 없으니까 계속 확산하겠죠.
이시마루 대표가 언급한 대로 휴대전화를 통해 문서, 음악, 사진, 심지어 영상까지 한국의 정보와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북한 당국도 재빨리 단속에 나섰습니다. 2012년 후반에 판매된 휴대전화 기종부터 문서나 음악 등의 이동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SD카드와 블루투스 기능을 없앤 겁니다. 또 불시 검열과 같이 휴대전화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는데요,
실제로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보안원이 휴대전화에 이어폰을 꽂고 무엇인가를 드는 사람을 보면 "무엇을 듣고 있는지 보여달라"며 검열하고, 통화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다가가 조사를 명목으로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음악, 문서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휴대전화에 관한 단속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강화했는데요,
[Ishimaru Jiro] 휴대전화는 개인적인 도구잖아요? 그것을 적발하려면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직접 단속해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내부 협조자의 말에 의하면 젊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안에 무엇이 있나 보자'며 음악을 들어보거나 문서를 보는 등 단속이 많이 엄격해졌다고 하고요. 버스나 열차 안에서도 보안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내부 좀 보자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도 많이 경계하죠.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공식적으로 개통된 것은 2008년부터입니다. 당시 북한 당국이 전화 통화 외에 문자나 음악, 동영상 공유 등 휴대전화의 기능을 크게 선전하면서 북한 사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이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적지 않은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를 통해 한국 음악이나 문서 등을 공유하면서 영향력이 확산했습니다.
이처럼 휴대전화가 정보의 전달에 큰 역할을 하고 특히 한국에 관한 정보가 확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면서 북한 당국도 위기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Ishimaru Jiro] 휴대전화라는 미디어가 들어가면서 단속이 시작됐고, (북한 주민은) 단속을 피해 새로운 이용방도를 생각하는 것을 반복해 왔습니다. 지금도 북한 당국은 휴대전화를 아예 없앨 수 없으니까 어떻게든 휴대전화가 정보 확산의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을 연구할 겁니다. 이미 2012년 후반부터 새로운 전화기가 판매됐는데, 2015년이 되면서 새로운 단속 방향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집트의 통신업체인 '오라스콤'에 따르면 북한의 이동통신회사인 '고려링크'에 가입한 북한 주민의 수가 2013년부터 크게 둔화됐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불법 휴대전화를 단속하면서 북한 내 휴대전화 기지국의 가동을 수시로 중단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의 지적처럼 이미 북한 내부로 전해진 한국의 음악과 문서 등 정보 등은 이전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확산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