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2013년 간부용 북한 달력 입수
- 김일성, 김정일 등 중요도에 따라 기념일 나열
- '60돌 해방전쟁승리의 날', 대규모 퍼레이드?
- '선군절', '체육절', '어머니날', '항공절' 등 새로 생겨
-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기념일도 늘어
어느 가정이나 꼭 있어야 하는 물건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달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매년 해가 바뀔 때면 다양한 달력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새해가 되면 기업이나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항공사, 백화점 등에서 경쟁적으로 다양한 달력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는 달력이 꽤 귀한 물건이라 일반 북한 주민이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소식도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북한의 고위 간부나 보위부 요원들에게만 배포한다는 귀한 달력을 입수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달력을 입수한 중국의 특파원을 연결해 북한 달력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네. 2013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요, 지금 달력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보지요. 우선 북한의 달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먼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지금까지 남한을 비롯해 외부에 가장 많이 소개된 북한 달력은 표지를 포함해 양면 모두에 인쇄된 7장짜리 달력입니다. 이 달력은 북한의 인기배우나 유명 관광지의 풍경, 국보급 문화재, 북한의 전통 요리, 그리고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기념으로 건네준 선물 등을 화보로 찍어서 만들었는데, 꽤 다양합니다.
이런 것들은 북한에서 만드는 고급 달력으로 주로 해외에 배포하고, 북한 내부에서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달력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더니 중국 인민폐로 약 15위안 정도 줘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 네, 저도 지금 7장짜리 올해 북한 달력을 보고 있는데요, 이 달력에도 중국이나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이 건넨 선물 사진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중국 돈 15위안이면 얼마나 비싼 건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15위안이면 현재 북한 암시장의 환율로(1위안당 1천400원) 환산할 때 북한 돈 20,000원이 넘는데, 이는 북한 공장 근로자들의 몇 개월 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 정도 가격은 종이값과 제작비 등을 고려하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북한 주민의 평균 수입을 감안하면 일반 서민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일반 주민용으로 한 장짜리 달력을 별도로 만들어 공급한다고 하는데, 크기는 그리 크지 않고, 종이의 질도 별로 안 좋은 재생종이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무료는 아니고 저렴한 국정 가격으로 공급한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제작 부수가 충분하지 않아 달력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 네, 그런데 김준호 특파원께서 최근 북한 고위 간부들과 보위부 요원들에게만 배포하는 달력을 입수하셨다고요? 어떤 달력인지 궁금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저도 우연한 기회에 이 달력을 입수했는데요, 먼저 외관상 특징을 말씀드리면 북한의 '국가안전 보위부 출판사'가 펴내고 '국가안전보위부 인쇄공장'에서 인쇄했습니다. 가로가 약 52cm, 세로는 약 73cm 크기로 질이 매우 좋은 종이로 만들어졌습니다. 달력 하단에 "값 100원"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때 무료로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달력은 보위부 요원들과 고위간부들에게만 배포하는 매우 귀한 것으로, 보위부가 출판한 다른 인쇄물들과 함께 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된 것이라고 합니다.
- 네. 참고로 제가 가지고 있는 7장짜리 달력은 '제2자연과학출판사'에서 만들었군요. 발행기관이 다른데, 북한의 고위 간부들용 달력을 일반 7장짜리 달력과 비교했을 때 특이한 내용이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우선 이 간부용 달력은 7장짜리 달력과 달리 일 년 중 중요한 기념일을 달력 상단의 중앙에 모두 모아 정리해 놓은 것이 눈길을 끄는데요, 날짜 순서대로 기념일을 나열하지 않은 것을 보면 중요한 날 순서대로 배열한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면, 기념일과 관계있는 6개의 상징 그림 밑에 기념일 날짜와 그날에 관한 설명을 달아놓았는데요, 이를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그다음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일인 7월 8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일인 12월 17일을 한곳에 묶었습니다.
- 김일성, 김정일의 탄생과 사망일을 가장 먼저 열거했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그다음 순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관한 날인데요, 12월 30일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관으로 높이 모시었다'고 설명했고요, 이어서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 국기 밑에 9월 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창건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특징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또 달력에는 4개의 기념일도 열거해 놓았는데요, '4.25 조선인민군 창건일', '7.27 조국해방 전쟁 승리 기념일', '8.15 조국해방의 날', '12.27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절'의 순서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특징은 달력 중앙에 총을 앞으로 메고 북한 깃발을 든 북한 병사의 조형물과 주변에 불꽃놀이가 그려진 대형 사진이 있는데요, 사진의 왼쪽 상단에 '60돐 조국해방전쟁 승리'라는 큰 글씨가 있습니다.
최근 제가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올해 7월에 대대적인 행사가 조선에서 펼쳐질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달력을 보니 바로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 60주년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이 대대적인 행사가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소식통들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달력에는 김일성 국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김정은 제1비서의 주요 행적이 있는 날과 김정숙, 김형직, 강반석 등의 탄생일, 사망일 등을 날짜순서가 아닌 중요도 순서별로 열거해 놓았습니다.
- 저도 7장까지 달력을 살펴보았는데요,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김정은 제1비서에 관한 기념일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4월에는 김정은이 '제1비서', '제1국방위원장'에 추대됐다든지, 7월에는 '원수칭호'를 받았다고 적혀 있는데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왜 고위 간부용과 일반인의 달력을 따로 만들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우선 간부용 달력은 종이의 품질이 좋고, 달력 크기도 훨씬 큽니다.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이런 양질의 고급 달력을 배포할 만큼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럴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서민용 달력은 지방별로 만들어서 배포한다고 하는데, 크기도 작고 주로 저렴한 가격의 재생 종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 간부용 달력은 한 장짜리로 만들다 보니 여러 기념일을 나열하는 방법이나 구성도 7장짜리 달력과는 다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 네, 끝으로 달력에 적힌 올해 북한의 기념일이나 명절이 작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몇 개가 있습니다. 우선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광명성절'로 새로 표기했고요, 2월 14일에는 김정일 노동당 제1비서가 '대원수 칭호'를 받았다는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또 6월 6일 '조선소년단 창립일'을 빨간 글씨로 새롭게 표기한 것으로 볼 때 공휴일로 지정된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8월 25일의 '선군절', 10월 13일의 '체육절'이 새로 생겼고, 11월 16일 '어머니 날', 11월 29일 '항공절', 그리고 12월 30일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신 날' 등은 작년에 없던 기념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네. 물론 나라마다 각각 기념하는 날이 다르긴 합니다만, 이처럼 김씨 일가의 탄생과 사망, 권력 세습일을 모두 달력에 표기해 이를 기념하거나 축하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북한 달력을 살펴본 탈북자는 북한에서 3대 세습이 이뤄지다 보니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기념할 날은 물론이고 달력에 적힌 설명과 의미도 그만큼 늘어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일 년 중 북한이 기념하는 많은 날 가운데 북한 주민의 삶, 북한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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