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2.16 ‘광명성절’ 앞둔 북한의 명절공급은?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가정당 술 한 병, 비누 한 장, 치약 하나 등등
- 일상적인 배급 없고 명절공급도 기대 안 해
- 물가는 지난해 말과 비슷, 전기사정은 악화
- '광명성절 맞춰 열차 운행 정상화하라.' 지시
- 핵실험 관련 교양사업․강연회 계속, 단속도 강화


오는 2월 16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즉 '광명성절'입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의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관측하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한편, 북한은 이미 광명성절을 맞아 명절공급을 시작하고 한동안 마비됐던 열차 운행의 정상화를 시도하는 등 '광명성절'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직접 전해드립니다.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십니까?

- 네, 오랜만에 직접 방송에 출연하셨습니다. 요즘 언론보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입니다. '북한이 조만간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다, 안 할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등 여러 소식이 들리는데요, 요즘 북한 내부에서는 핵실험과 관련해 어떤 소식이 전해지고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 네. 2월 7일 저녁에 북한 북부지방에 있는 취재협조자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한 사람은 노동자이고, 한 사람은 가정주부인데요, 내부 분위기를 물어봤습니다. 특히 핵실험에 관해서는 북한 내부에서도 계속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이 3차 핵실험이지 않습니까? 그것에 대해 계속 강연회도 하고, 인민반 회의에서도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라고 합니다. 북부지방 주부의 말에 따르면 여성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생활과 거리가 있는 문제이고, 지금 생활이 매우 어려운데다 사람이 굶어 죽고 있는데 무슨 핵실험이냐?"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활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인 것 같습니다.

- 특히 북한 여성이 거의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여성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군요.

[이시마루 지로] 하지만 북한 당국에서도 "미국과 남조선이 핵실험에 대해 벌벌 떨고 꼼짝도 못한다"고 교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듣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매우 춥고 생활이 어려우니까 핵실험에 관련한 행사나 교양사업이 많아도 일반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취재협조자는 말했습니다.

-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에게 3차 핵실험의 타당성을 계속 설명하고 이를 설득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당국에서는 교양사업을 매일 하는 것 같습니다.

- 조금 전에도 "요즘 북한 주민이 추위 속에 먹고 살기 어렵다"고 언급하셨는데, 요즘 북한의 물가사정, 전력사정은 어떻게 파악되고 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먼저 식량물가를 말씀드리면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2월 7일 당일 물가사정으로는 입쌀 1kg에 7천 원 정도, 옥수수가 4천500~5천 원 정도라고 합니다. (북부지방인가요?) 네, 북․중 국경지방인데요, 외화로 계산했을 때 작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기사정은 매우 나쁩니다. 거의 불을 보는 날이 없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텔레비전도 못 보고, "전기도 안 주면서 무슨 핵실험이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 식량 배급 사정은 어떤지요?

[이시마루 지로] 일반 주민에 대한 일상적인 배급은 없습니다. 하지만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명절 공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급 내용은 작년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특별한 것이 없는데요, 올해는 한 가정당 술 한 병, 비누 한 장, 기름은 일 인당 100g, 그리고 신발 한 켤레, 치약 하나, 그리고 아이가 있는 집은 과자가 공급됐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협조자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설날이 다가왔어도 잘 먹어야 설날이지 않겠냐?,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우리의 설날은 먹을 것이 있는 날이 설날이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이 명절공급에 관해 솔직히 기대한 것 같지 않은데요, 과거에도 많이 나오지 않았던 사례와 비교하면서 크게 기대도 안 한다고 합니다.

- 지난해 북한 여성이 태양절 때 명절 공급으로 가정당 맥주 한 병을 받았다며 본인도 민망한지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네, 작년에는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이어서 100가지 명절공급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고 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2월 16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입니다. 북한으로서는 가장 큰 명절인데 이날을 맞아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두 번째 맞는 생일인데요, 올해도 예년과 같이 '충성의 노래 모임'을 비롯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행사에 북한 주민이 동원되면서 추위 속에 아주 바쁘다고 하는데요,

그런 가운데 북한이 김정일 생일에 맞춰 핵실험을 준비하면서 특별 경비기간에 들어갔습니다. 시내에서도 단속이 강화되고, 특히 사람의 이동과 관련해 통제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 지방에서 평양에 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조건 차단하고 있는데, 평양에 친척이 있거나 결혼식 또는 장례식에 가야 하는 사람에게도 아예 증명서 자체를 발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철도 안에서도 검사를 엄격하게 한다고 취재협조자가 말했는데요, 이번 특별 경비기간에는 여자에 대한 몸수색까지 심하게 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자의 속옷 안까지 검사하고 생리대까지 뒤진다고 합니다. "뭘 찾느냐?"고 물어봤는데 이것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통제 물품, 예를 들어 밀수품이나 마약, 금속 등을 내다 팔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의 추측인데요, 북한의 내부 정보가 바깥으로 노출되는 것을 많이 경계하기 때문에 내부정보가 CD나 USB를 통해 중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특별 경비기간에 전화단속도 매우 심해졌다고 합니다.

- 말씀하신 내용만으로도 북한 사회의 단속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열차 운행을 정상화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면서요?

[이시마루 지로] 네, 지금 북한의 열차가 마비상태라는 정보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2월 16일, 김정일의 생일에 맞춰 열차를 정상운행하라는 지시가 중앙에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월 16일에 맞춰 기차가 정시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요, 북한 철도는 전기로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기공급을 철도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취재협조자가 이것을 "철도에 대한 명절공급이다."라고 웃으면서 말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그렇군요. 외부에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가고 있고, 북한 내부에서는 여전히 북한 주민의 생활고와 단속 강화에 따른 고통을 엿볼 수 있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로부터 북한 내부의 소식을 들어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고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감사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