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지난 7일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면서 국제사회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경제적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은 중국이 경제적 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적 의존도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일반 주민도 중국 경제가 있기 때문에 생활이 돌아가고 있다는 의식을 충분히,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한편, 대부분 북한 주민이 북한 당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장사해 먹고 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실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에 대한 무관심도 반영돼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 속에 특히 중국의 대북제재에 관한 북한 주민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 봅니다.
- 북 주민,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 높다는 것 알아
- 중국 상품․화폐․외화벌이․투자 등 중국 없인 못살아
- '핵실험․장거리 로켓'에는 무관심, '중국의 제재'에는 관심
- '대북제재가 일반 주민에게는 영향 없을 것'이란 분위기도
- 과거 대북제재 동참한 중국에 대해 '반중의식'도 있어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지난 7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에 따라 미국․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에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 금지와 북한 광물자원의 수입 금지, 북한 고려항공의 영공 통과 금지 등을 포함할 것을 추진했고요, 독자적인 대북제재에도 나설 전망입니다. 또 한국 정부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경고와 함께 강력한 대북제재와 국제공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강력한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강력한 경제제재가 북한 주민의 생활에 타격을 주고 이는 북한 체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현재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주민의 생각을 들어봤는데요, 대부분 북한 경제에 있어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중국과 국경도시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끊을 경우 북한 경제는 금방 망할 것이다"라고 말했고요, 북부 지방에 사는 또 다른 취재협력자도 "중국은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만약 중국 상품이 없으면 북한 시장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외화벌이 회사도 망할 수밖에 없으며 세관이 닫히면 북한 해산물의 수출길도 막히기 때문에 중국이 없으면 북한은 살 수 없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통계를 보거나 북한 내부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해도 북한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은 거의 다 중국 제품입니다. 무역 수치를 봐도 수출․입 총액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데, 상품뿐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인 공장도 중국에서 투자를 받고 있다는 것을 주민이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도 중국 경제가 있기 때문에 생활이 돌아가고 있음을 충분히,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북․중 국경도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도 "현재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동하는 모든 공장은 중국인의 투자를 받아 운영되고 있고, 생산품도 중국에 수출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의 경제는 중국과 교역으로 돌아간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북한 여성 100명 정도가 중국 내 북한 식당의 노동자로 파견됐고, 월급의 일정액을 북한 당국에 납부하는데요, 그만큼 중국에 대한 북한 경제의 의존율이 높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외화벌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다'거나 '외화가 있어야 산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외화벌이 대상도 중국이란 말이죠. 지하자원과 수산물을 보내거나 공장을 가동하고, 만든 제품의 판매 시장도 결국 중국이잖아요. 이제는 중국 경제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거죠.
북한 시장을 촬영한 내부 동영상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파는 물건 대부분을 중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https://www.rfa.org/korean/temp/2mvideo-04082015112651.html?searchterm:utf8:ustring=2%EB%B6%84%EC%98%81%EC%83%81
마치 중국 지방도시의 장마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국산 식품과 다양한 물건이 북한에 유입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시장과 북한 사회에서 거래하는 주요 화폐도 중국 위안화인데요, 북한 돈을 내고 물건을 사면 중국 위안화로 거스름돈을 줄 정도입니다.
현재 중국 국경 지역의 도시는 물론 북한 제2의 도시인 함흥과 제3의 도시인 청진 등 대도시에서도 중국 위안화는 북한의 주요 유통화폐가 됐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함경북도의 시장을 조사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공업품과 의류품은 모두 중국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당국은 외화사용을 단속하고 있지만, 이제는 중국 돈이 경제 활동의 중심이 돼 버렸기 때문에 사용을 강하게 단속할 수 없게 됐고, 오히려 단속을 피하기 위한 뇌물도 중국 위안화다"라고 전했습니다.
상품은 물론 화폐까지, 중국은 이미 북한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에 나설 때 북한 주민의 생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했지만, 실제로 강력한 대북제재는 이행하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 주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Ishimaru Jiro] 북한 사람은 중국도 미국․일본․한국의 공세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습니다. 북한이 2012년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2013년에 핵실험을 했을 때 중국도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같은 사회주의 나라․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중국도 배신하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 '이제 중국을 우리 편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반중 교육, 반중 분위기를 조성해 왔습니다. 이것은 북한 정부 선전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경제제재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대부분 주민은 북한 당국의 도움 없이 장사해 먹고 살기 때문에 중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해도 일반 주민의 생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반응인데요, 이는 북한 당국에 대한 무관심도 반영돼 있습니다.
[Ishimaru Jiro] 관심 문제도 있을 겁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력으로 살기 때문에 '제재 때문에 북한 정부가 타격을 받아도 우리는 관계없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정권에는 타격이 있어도 우리는 장사로 먹고사니까 크게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될 경우 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한편,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중국의 설 연휴 이후로 미루자고 관련국들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제재의 내용․수위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는 것을 어렵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인데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로켓의 발사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어느 정도 수준의 대북제재에 합의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이 느끼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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