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도시, 위성 발사 축하 분위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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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평양에서는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매시간 발사 성공 사실을 보도하고, 평양에서는 군중대회와 불꽃놀이 등으로 로켓 발사의 성공을 김정은 정권의 성과로 치켜세웠는데요, 하지만 지방 도시의 분위기와 주민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평양에서는 '우주 강국이 됐다', '위성 발사를 축하합니다'라는 분위기를 전하지 않았습니까? 지방에는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지방도시의 주민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으며, 인민 생활의 개선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만 막대한 돈을 낭비하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로켓 발사와 관련한 지방도시의 민심은 싸늘합니다.

- 평양의 경축행사와 달리 조용한 지방도시

- 로켓 발사에 관한 인민반 회의․강연회 등도 아직 없어

- 정전으로 중대 보고 못 보고, 봐도 '시큰둥'

- 핵실험․로켓 발사에 무관심과 반감

- 막대한 돈과 자원 낭비한 김정은 정권에 반발의 목소리도

- 냉랭한 내부 분위기, 오히려 외국 언론이 로켓 발사 선전에 도움


북한이 지난 7일, '광명성 4호'라 지칭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평양에서는 연일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밤늦게까지 대규모 군중대회와 불꽃놀이가 펼쳐지는가 하면 북한의 방송 매체는 매시간 발사 성공 사실을 알리는 방송을 내보냈고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로켓 발사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은 박수와 환호로 기쁨을 표현했는데요, 미국 CNN방송과 평양 내 외신들이 보도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방도시는 매우 조용하고, 경축 분위기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인 7일과 다음 날인 8일, 함경북도와 양강도 주민 3명에게 물어본 결과 반응은 매우 썰렁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예측했지만, 핵실험 당시와 같이 대답은 거의 똑같았습니다. '위성을 발사 하자마자 특별 중대보도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전으로 보지 못했다'라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었고, '저녁에 방송을 봤지만, 주변 사람들이 거의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라는 이 두 가지가 공통점이었어요. 평양에서는 '우주 강국이 됐다', '위성발사를 축하합니다' 라는 분위기를 전하지 않았습니까? 지방에는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함경북도에 사는 북한 주민은 "지난 7일,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는 12시 중대 보도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보지 못했고, 저녁 보도에서는 '수소폭탄시험'과 '위성 발사'에 관한 선전이 대단했다"면서 "텔레비전에서 로켓 발사에 대한 평양 주민의 축제 분위기를 전하고 있지만, 지방에는 경축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전 '은하 3호'를 발사한 이후에도 경축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쏘고 성공했다고 하니 북한 주민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양강도의 사는 북한 주민의 대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강도에서도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당국의 선전에 좋아하는 주민은 없다"면서 "로켓을 쐈다고 하니 쐈구나 하는 것이지 '우주 강국이 됐다'는 선전 자체에 북한 주민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오히려 "로켓을 쏠 돈이면 쌀 배급이나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양강도 내부의 분위기라고 북한 주민은 전했습니다.

또 양강도 주민도 로켓 발사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보도나 강연회에서 "우리는 강국"이라고 선전하지만, 주민의 삶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 현지 주민의 불만이었습니다.

[Ishimaru Jiro]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엄청난 돈을 썼을 텐데, 이에 대해서도 대답은 역시 똑같았습니다. "온 국민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식량을 로켓에 투자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이야기도 한다. 로켓을 쏴 봐야 그동안 자신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이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으니까 끊긴 배급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대답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은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자주 하는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강한 불만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봤습니다.

"자기들도 목적이 있으니 그냥 할 짓 하겠지요. 조금 있으면 2․16일이니까 경축한다고 그러겠죠. 여기에서는 눈만 뜨면 '핵 강국이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라다'라고 하는데, 아마 누구한테 먹힐까 봐 겁나서도 그러겠지요. 한마디로 자기 밥그릇 빼앗길까 봐 그런 것 같아요. 이젠 우리 같은 서민들 생각이나 해요? 굶어 죽든 어떻게 되든, 윗사람들이 상관 안 한 지 오래됐지요"

북한 지방도시에서는 설 연휴인 8일까지, 로켓 발사와 관련한 인민반 회의나 강연회 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교양사업을 통해 '왜 로켓을 쐈는지', '로켓 발사의 위대성과 성과는 무엇인지' 등을 계속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결국,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성과가 될 전망입니다.

한편,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내부의 분위기와 달리 외국 언론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선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지적합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을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언론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의 발사 소식과 성능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로켓 기술과 능력을 선전하는 데 이바지한 셈이 됐다는 건데요,

[Ishimaru] 종합적으로 제가 느낀 것은 김정은 정권이 국내․국외에 대해 언론정책을 잘 펼치면서 이번 로켓 발사가 구체적으로 보도되게끔 설정을 세웠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하고, 로켓이 강한 운반수단을 가졌다는 것을 선전하는 데 외국 언론이 결과적으로 도와준 구도가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는 아주 냉탕이거든요. 북한 내에서도 보도했지만, 북한 주민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생활고, 즉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을 선전해봤자, 잘했다거나 김정은의 성과를 칭찬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광명성 4호'를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며 장거리 로켓 발사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사실상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정부 관계자는 '광명성 4호'가 궤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위성으로부터 어떠한 신호도 감지되지 않고 있고, 상태가 불안정해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는 상태란 건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 지방 도시의 주민 사이에서는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하고, 오히려 인민의 삶을 무시한 채 무기 개발에 막대한 돈과 자원을 낭비하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불만의 분위기만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