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한반도 전문가 8인 심층 설문조사 -“북한 문제, 이른 시일 내 진전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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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습니까? 추위 때문에 고생은 안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미국의 전직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자유아시아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북 관계의 진전과 대화 재개 등 북한 문제는 이른 시일 내에 진전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앞으로 6자회담의 역할과 궁극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은 핵심 사안이 아니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 김정은의 새 지도체제 아래 당분간 미․북 관계는 정체상태를 보일 것이란 게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수리아, 즉 시리아는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시리아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시리아 현지의 북한 대사관과 북한 주민은 이번 사태로부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미국 정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보 부족,
- 이른 시일 내 미․북 대화 재개는 부정적,
- 6자회담에서 실질적 성과 내기는 어려워
- 북 도발 가능성도 배제 못 해
- 미국 대선에서 북한 문제는 핵심 사안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국과 북한 간 2차 대화가 열린 이후 12월 갑작스러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미․북 대화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가 좀처럼 거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 미군 유해에 대한 발굴 재개와 북한 태권도단의 방미, 미국 내 한인의사들의 방북 등 민간교류만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6일부터 미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 세습,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미․북 관계, 대북정책 등의 분석과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필립 크롤리(Phillip Crowely) 전 공보담당차관보,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미트 롬니 전 주지사의 외교 보좌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미첼 리스(Mitchell Reiss) 워싱턴대학교 총장, 존 에버라드(John Everard)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소장, 도널드 그레그(Donald Gregg) 전 주한미국대사 등 8명의 한반도 전문가가 심도 있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우선 미국 정부가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를 물어봤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김정은 체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또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다시 대화하길 원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미국 정부가 대화 재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체제의 안정이 시급한 북한과, 북한의 새 지도부를 파악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서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입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미․북 대화를 재개하고 문제 해결의 진전을 위한 돌파구(breakthrough)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설문에 답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재 양국 간의 진정한 돌파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식량지원이나 비정치적 민간․인적 교류 등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크롤리 전 차관보와 그레그 전 대사 등은 북한 내 미군 유해의 발굴과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등을 통해 미․북 대화의 재개와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북한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돌파구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리스 총장도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이제 어떤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설문에 답한 8명의 한반도 전문가 가운데 6자회담의 역할과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매우 적었는데요, 6자회담의 취지와 형식(mechanism)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라는 목적(goal)은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부시 소장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6자회담의 목적인 비핵화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리스 총장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6자회담의 역할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는데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없고 관리에만 머무는 6자회담은 생산적이거나 유용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였습니다. 심지어 그레그 전 대사는 6자회담국의 대통령 선거로 올해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렇다면 오는 11월에 열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문제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서 북한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북한 문제가 중요하지만 핵심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고,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도 지금까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인 외교 정책이 없기 때문에 북한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리스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는 북한 문제는 중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지만 그레그 전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해법이 공화당 후보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끝으로 한반도 전문가에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물어봤습니다. 7명의 전문가가 미․북 대화의 진전과 성과가 없을 경우 과거 사례처럼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특히 미국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Leon Sigal)박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고 영변 원자로를 가동해 우라늄 농축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의 답변을 종합해 볼 때 미․북 대화는 이른 시일 내에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북한이 먼저 핵 포기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과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돌파구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또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에 관한 관심은 적고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당분간 지금처럼 정체상태를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최근 현직에서 물러난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달 미국과 북한 간 외교 재개의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올해는 조용한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북한이 쥐고 있는 듯 보입니다.

* 설문조사에 참가한 한반도 전문가

필립 크롤리(Phillip Crowely) 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존 에버라드(John Everard)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

미첼 리스(Mitchell Reiss) 워싱턴대학교 총장,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 소장

도널드 그레그(Donald Gregg) 전 주한미국대사

리언 시걸 (Leon Sigal) 사회과학원 박사,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니콜라스 레비(Nicolas Levi) 폴란드과학대학 전문위원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시리아 사태 속 북한 대사관, 별 영향 없는 듯

수리아, 즉 시리아에서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독재 정권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최근 일주일 사이에 수백 명이 숨졌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에는 북한 대사관 관계자를 포함해 소수의 학생과 근로자들이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같은 혼란 속에도 시리아 현지 북한 관계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리아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 위원회(Syrian Human Rights Committee)’의 왈리드 사포어 위원장은 시리아 내 북한 대사관 측은 비교적 조용하며 이번 사태로 대사관 관계자나 북한 주민이 시리아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 I have no reports of any incidents occurred to the North Korean staff or employees in Syria.)

또 사포어 위원장은 현재 시리아에 몇 명의 북한 사람이 체류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이번 사태로 별다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의 어학원에는 북한 학생들이 아랍어를 공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리아에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면서 북학 학생들은 모습을 감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는데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시위로 이집트와 리비아 등에 체류했던 주재원이나 근로자들이 북한에 돌아가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죠. 현재 시리아 사태가 시리아 내 북한 관계자의 신변에 끼친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시리아 사태의 진전에 따라 이들의 활동에 어떤 제약이나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