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제사회가 우려한 대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미국과 중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발 빠른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을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계속된 도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쓴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 돈이면 북한의 전체 주민에게 3년간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기에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에 "무기 개발이 아닌 주민생활의 향상에 신경을 쓰라"고 촉구해 왔는데요, 이 시간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개발비용을 살펴보고, 북한 주민에 끼치는 영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이 시간 진행에 노정민입니다.
2012년 12월,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쓴 비용은 미화로 28~3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핵시설을 건설하는데 6~7억 달러, 고농축우라늄 개발에 2~4억 달러, 핵무기 제조와 핵실험에 1억 6천만~2억 3천만 달러, 핵융합 기초연구에 1억~2억 달러 등 핵개발과 핵실험에만 최대 15억 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한국 정부는 추정했습니다. 이는 국제시장에서 옥수수 500만 톤을 구매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기에 이번에 감행한 3차 핵실험에 쓴 돈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관한 개발 비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료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쓴 비용 32억 달러는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요?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는 이 돈으로 옥수수를 933만 톤에서 최대 1천66만 톤까지 구매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북한의 전체 주민에게 31개월에서 36개월간 공급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다시 말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한 돈이면 약 2천500만 명의 북한 주민 모두가 3년 동안 옥수수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건데요,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지금 북한이 무기 개발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매봉통일연구소'의 남광규 소장입니다.
[남광규] 북한이 지금 북한 주민의 생활향상과 식량난의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시점인데, '북한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말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투자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미사일 연구시설로 1억 5천만 달러, 발사장 건설에 6억 달러, 탄도 미사일 개발에 8억 4천만 달러, 그리고 인공위성의 개발에 1억 5천만 달러 등 미사일과 관련해 17억 4천만 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퍼붓는 막대한 비용이 북한 주민의 삶을 궁핍하게 만든다고 입을 모읍니다. 북한의 자원과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다 보니 식량을 사오거나 비료를 사올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김정일 동상과 영생탑 건설, 초상휘장 교체, 금수산태양궁전의 재건 등으로 1억 1천만 달러를 투입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제1비서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북한 주민의 의식주 향상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북한 체제를 보존하고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 일가를 신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입니다.
[고영환] 최근 탈북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난 뒤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해지면서 사람들이 핵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먹을 것도 땔 것도 없는데 핵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니 참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 무역일꾼, 그리고 인민생활을 직접 책임진 내각 쪽 간부들 속에서 불평이 많다고 합니다. 재능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들, 그리고 소요된 비용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분야에 투입한다면 얼마나 인민들이 덜 춥고 덜 배고픈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09년, 미국의 유력 일간신문인 '워싱턴 포스트'에 이색적인 광고가 하나 실렸습니다. 북한 국기를 단 미사일 모양의 옥수수가 미사일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장면과 함께 'Meal, Not Missiles', 즉 '미사일이 아닌 식량을'이란 문구가 쓰인 광고였습니다.
당시 광고를 후원했던 '세계평화연합'의 빅터 란다 국장은 '북한이 북한 주민을 위한 식량보다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이 광고를 게재하게 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한 바 있습니다.
[빅터 란다] 워싱턴포스트의 중형 광고를 통해 북한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는 데 막대한 돈을 쓰지 말고 자국민을 먹여 살리는 데 그 돈을 쓰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2009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7발을 포함해 한 해 동안 발사한 18발의 미사일에는 3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당시에도 이 돈이면 매년 부족했던 100만 톤의 식량을 2년간 살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비난은 국제사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이나 일부 외교관들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 북한 당국의 행보에 강한 불만을 제기합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화된 제재만 불러와 나라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주민만 힘들게 한다는 겁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지난해 4월과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 북한 내부의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 주민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북한 여성] 사람들이 다 좋아 안 하지, 뭐. 실패했으니까. 거기에 투자한 돈이 다 물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생각 한단 말입니다. 그 돈이면 백성이 좀 허리 좀 펴지 않겠는가?
[북한 남성]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데, 미사일을 쏘겠으면 쏘고...
- 사람들 속에 미사일 한 발에 돈이 어느 정도 되고, 쌀이 몇 킬로이고, 그런 소문이 있니?
[북한 남성] 미사일 한 발에 인민들이 한 3년 먹고 남을 수 있나... 그 정도 된다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는 소문에...
북한 주민도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수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으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관한 북한 주민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무래도 생활이 어려운데다 로켓 계획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로켓 발사가 성공하던, 실패하던 자기 생활과 관계가 없다...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북한 주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에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물론 중국의 경제지원도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큰데요,
실제로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난해 12월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모금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식량지원이 필요한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결국 그 피해는 북한 주민에게 돌아간 겁니다.
또 핵실험 이후 직면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의 생활만 더 궁핍해지면 이는 오히려 북한 체제의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영환] 구소련이 망한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부 경제가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북한 지도부가 역사적 진리를 빨리 깨닫고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적 번영을 일으켜 인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면 됩니다. 미국도, 중국도, 그리고 한국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의 경제적 원조와 도움을 준다는데 북한이 왜 그리 고집을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결국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난 속에 막대한 비용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쏟아 붓고 결국 대북제재까지 직면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쯤 끊을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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