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절·음력설 앞둔 북, 총 6일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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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광명성절 16․17일, 음력설 19~22일 휴일

- 북․중 세관도 17일 하루 열고, 23일까지 문 닫아

- 12․13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압록강 넘어

- 명절에 필요한 먹거리, 물량은 예년보다 적어

- 에볼라 국경통제 해제, 아직 징후 없어


한민족 최대 명절인 음력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2월 16일, 북한의 최대 정치적 명절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광명성절) 오는 19일에는 음력설이 있어 두 명절을 연이어 쇨 듯합니다.

이미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앞두고 다양한 자축행사를 벌이며 명절 분위기를 띄웠고요, '광명성절'과 음력설 연휴가 이어지면서 북․중세관도 16일부터 문을 닫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은 '광명성절'과 음력설 연휴를 맞는 북․중 국경지방의 표정과 북한 주민이 올해는 음력설을 어떻게 보내는지 등을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중국입니다.

- 앞서 언급한 대로 16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16 광명성절이고, 3일 후인 19일은 음력설 명절인데요, 두 명절 사이에 이틀밖에 없기 때문에 긴 연휴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올해 북한 명절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도 두 개의 명절 연휴를 조정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에 따르면 우선 광명성절 하루 전인 15일은 일요일이지 않습니까? 이날부터 휴식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15일은 휴일이 아닙니다.
광명성절인 16일과 그 이튿날인 17일은 휴일이고요, 설날인 19일부터 일요일인 22일까지 휴일이 이어지는데요, 두 명절 사이의 18일에는 모든 직장이 문을 열고, 북한 주민이 출근해서 김일성․김정일 가문에 대한 충성 맹세 행사를 합니다. 또 오후에는 동상 앞에 꽃다발을 바치는 행사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음력설의 경우 이틀을 쉬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올해는 북한 당국이 음력설 당일인 19일과 이튿날인 20일, 그리고 다음 날인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이어서 쉬도록 배려했다고 하는데요, 설 연휴를 주말과 붙여 예년보다 더 길게 쉴 수 있게 됐습니다. 18일도 휴일이었다면 총 7일간 연휴가 됐을 텐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 네, 연휴 동안 북․중 세관도 문을 닫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얼마나 쉽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세관의 휴일은 좀 다릅니다. 세관은 16일부터 한 주일 내내 쉴 줄 알았는데, 17일은 문을 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일주일 내내 문을 닫으면 북한에 들어가야 할 물건이 너무 오랫동안 갈 수 없게 되니까 중간에 하루 문을 여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이날은 북한과 중국의 세관(해관) 공무원들이 하루 특별 근무를 하는 셈인데요, 연휴가 끝나면 24일 화요일부터 세관이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됩니다. 23일에 문을 닫는 이유는 북한의 연휴는 22일까지이지만, 중국의 설 연휴는 23일까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 네, 17일 하루 문을 연다고 해도 꽤 오랜 기간 세관이 문을 닫기 때문에 불편함이 예상되기도 하는데요, 북한의 정치적 최대 명절인 '광명성절'과 한민족 최대 명절인 음력설까지 겹치면서 이미 꽤 많은 물자가 북한에 들어갔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지난 12일과 13일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차량이 늦은 시간까지 압록강을 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무역을 하는 중국 상인의 말에 따르면 생각보다 그리 많은 물량이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명절에 필요한 먹거리, 이를테면 과일이나 술, 당과류 등이 평소보다는 많이 나가긴 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2․16 행사에 필요한 꽃이 나가는 것도 그다지 많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 생각보다 많은 물량이 북한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는 북한 측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중국의 무역 대방들이 주문대로 물건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과 무역은 대부분 외상거래를 하는데, 밀린 외상값에 대한 결재를 안 해주고 계속 외상으로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니까 이에 그대로 응하지 않는 겁니다. 또 중국 사람의 일종의 관습인데, 보통 상거래의 외상값은 그해 연말까지는 깨끗하게 마무리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양력설 전 또는 음력설 전에 모두 결재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결국 요구하는 대로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겁니다.

- '이전 외상값에 대한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가 있군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두 번째 이유는 현재 북한에서 들여가는 물건이 지난해 발급한 '와끄'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와끄'요?) 여기서 '와끄'란 북한 무역성에서 각 무역회사에 발급한 수입허가량, 즉 수입쿼터를 일본식 발음으로 부르는 건데요, 올해 와끄는 아직 무역성으로부터 발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에 발급한 와끄에서 아직 소진되지 않은 물량을 들여가는 겁니다. 이는 북한 무역성의 늑장 행정 탓에 북한 무역회사들이 해마다 겪는 고충인데요, 그런데 와끄는 그해를 넘기면 허가받은 수입 물량이 소진되지 않았더라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새해에 와끄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년도 와끄를 근거로 수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남은 와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 조치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남은 와끄 중 일부를 제하고 재사용 승인을 내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늑장 행정을 한쪽은 북한 무역성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역 회사들이 떠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온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네. 아무래도 북한의 명절에는 명절 선물을 빼놓을 수 없겠죠. 특히 ‘광명성절’과 음력설이 잇달아 있다 보니 선물에 대한 북한 주민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명절을 맞이하는 북한 주민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에서는 명절 때만 되면 명절을 반기는 계층과 명절을 반기지 않는 두 계층이 존재합니다. 특히 설명절이나 추석명절 같은 경우 선물을 줘야 하는 계층은 명절이 아주 부담스럽고, 선물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명절이 반가운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일반 주민은 하다못해 인민반장이나 자녀들의 선생님, 직장의 상사들, 그리고 살아가면서 자주 접해야하는 간부들을 명절에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직위가 높은 당이나 일반 행정부서의 고위공직자들은 선물로 한 몫을 단단히 챙길 수 있는 때가 명절입니다. 선진국은 물론 남한이나 중국에서는 명절에 공직자들이 선물을 받는 것을 뇌물로 간주하며 엄금하고 있는데, 참고로 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 이야기를 해보면, 특히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뒤 부패 공직자들 척결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공직자들이 선물을 받을 생각은 아예 꿈도 못 꿉니다. 중국의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일반 주민은 크게 반기며 시 주석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 네. 끝으로 북한이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국경을 통제한 지 어느새 3개월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거의 넉 달째를 앞두고 있는데요, 국경 통제가 풀린 조짐은 없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저도 에볼라 바이러스 관한 국경 봉쇄가 늦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해제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만, 아직도 곧 해제될 것이란 소문만 흘러나올 뿐 언제 해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정황도 보이지 않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올해 1월 1일 양력설과 지난 1월 8일,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생일에 북한의 일반 주민에 대한 명절 선물은 없었습니다.

단지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생일에 북한 전 지역의 중등학원과 육아원, 요양원 등 사회적 약자에만 선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여전히 어려운 북한의 경제사정 때문일 것이란 분석도 있었습니다.

또 2월 16일 '광명성절'에 유치원 어린이부터 대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교육비품의 국정 가격 판매도 어려운 경제적 사정 때문에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로 미뤄진 것으로도 전해졌는데요,

겉으로는 축포와 기념행사 등으로 명절 분위기를 띄우고 최대 6일에 달하는 연휴까지 허용했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 탓에 특별한 명절 선물을 기대할 수 없고 국경 통제와 장마당의 불경기 등으로 살림살이마저 여전히 팍팍한 일반 북한 주민이 명절 연휴를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