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홀 대사 “북 식량사정 개선 안돼”

1995년부터 2009년까지 7번 북한을 방문한 토니 홀(Tony P. Hall) 전 유엔식량농업기구 미국 대사
1995년부터 2009년까지 7번 북한을 방문한 토니 홀(Tony P. Hall) 전 유엔식량농업기구 미국 대사 (RFA PHOTO/ 노정민)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첫 방북 때 본 굶주린 어린이와 아사자 넘쳐나
- 1995~2009년 사이 식량사정 개선 안 돼
- 북한의 식량난은 당연히 '인재'
- 미국의 대북식량 모니터링은 문제없었다
- 대북지원 재개 신호 없지만, 식량은 지원해야


북한이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북한 전체 주민의 3년 치 식량에 해당하는 28~32억 달러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식량난으로 굶주리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함경북도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새해를 맞아 식량을 공급한 지역은 회령시 한 곳 뿐이며 그마저도 읍 주민에게만 한 달 치 분량인 통강냉이 20kg을 배급했습니다. 또 평안북도의 주민도 "북한의 농촌지역에서는 제대로 먹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소식이 매일 들려온다"며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해 꽃제비로 전락하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미국 대사를 지냈고 1995년부터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북한을 7차례나 방문했던 토니 홀 대사를 만나 북한의 식량사정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홀 대사는 1995년 북한의 대기근을 직접 눈으로 보고 기아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처음 알린 서방 외교관으로도 알려졌는데요,

30년 가까이 전 세계의 기아 퇴치를 위해 노력해온 공헌으로 세 차례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홀 대사는 현재 'The alliance to End Hunger (기아퇴치를 위한 연합)'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며 지금도 전 세계 130개국 이상에서 기아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홀 대사가 처음 북한을 방문한 시기는 대기근이 발생했던 1995년인데요, 2009년 미국의 민간단체와 함께 대북 식량지원을 위해 방북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느낌은 늘 굶주리고 암흑천지인, 변화가 없는 땅이었습니다.

[Tony Hall]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제 느낌은 모든 것이 다 필요한 곳이었죠. 식량은 물론이고 전기도 없었고요, 당연히 난방도 없고, 호텔은 물론 식당에서조차 음식이 없었죠.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는 물론 죽은 사람도 많이 봤어요. 죽은 사람들의 체구도 작았죠.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홀 대사는 처음 북한을 방문한 1995년과 마지막으로 방북한 2009년 사이에 북한의 식량사정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미국의 '세계식량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기아지수'에서도 북한은 1990년보다 기아지수가 가장 상승한 나라입니다.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은 오랫동안 지속해 왔고, 2천700만 명의 인구가 2천300만 명까지 줄어든 것도 그만큼 굶주려 죽었기 때문이라고 홀 대사는 강조하는데요,

[Tony Hall] 내가 처음 북한에 갔을 때 북한의 당국자들조차 식량난과 기근이 얼마나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저와 같이 다니면서 보게 됐죠. 제가 두 번째 방북에서 기억하는 한 고위관리는 당시 기근 상황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를 데리고 가서 직접 보여줬죠. 그러자 믿을 수 없다며 울기까지 했어요. 물론 지금은 북한 관리들이 열악한 식량 사정을 잘 알고 있죠.

홀 대사는 북한을 수단, 콩고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식량 사정이 열악한 국가로 평가합니다. 여기에는 북한에 알맞은 농업정책이 없고, 상대적으로 산이 많은 지형, 기계와 에너지의 부재,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점 등도 이유가 되지만, 무엇보다 북한 당국에 의한 인재라고 홀 대사는 주장하는데요,

[Tony Hall] 그것이 잘못됐죠. 북한 당국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을 중요시하고 북한 주민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이 잘못입니다. 중국처럼 개방도 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면 많은 국가가 북한을 돕고 싶어하는데, 북한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죠.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완전한 오판이죠. 또 북한 지도부가 농업정책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방향도 바꾸는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뒷전이거든요. 당연히 북한의 식량난은 인재입니다.

홀 대사와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북지원에 관한 주제로 옮겨갔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북식량지원은 2009년 이후 중단됐습니다. 지난해 2월, 미국이 24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4월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식량지원은 무산됐습니다.

홀 대사는 지금도 미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식량지원과 같은 인도주의 사업은 정치적인 사안과 분리돼야 하며 지금도 북한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굶어 죽는 사람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북지원의 재개를 주장하는 홀 대사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와 의회가 우려하는 분배감시의 상황은 어떨까요? 홀 대사는 미국의 식량 지원에 관한 분배감시도 철저하게 이뤄진다고 강조합니다.

[Tony Hall] 미국 정부는 지원하는 식량에 대해 분배감시를 합니다. 세계식량계획을 통해서든, 민간단체를 통해서든... 특히 미국의 5개 민간단체 (머시코, 사마리탄스 퍼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월드비전, GRS)를 통해 보내는 식량은 거의 분배감시가 이뤄집니다. 식량을 실은 배가 도착하면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와 임산부, 학교 등을 우선으로 북한 당국의 도움을 받아 민간단체가 식량을 해당 지역으로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나눠줄 때는 필요한 사람이 받는지 직접 보고 확인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여전히 재개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대북 식량지원은 논의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물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과 국무부의 관리도 대북 식량지원의 재개 가능성에는 고개를 젓습니다.

하지만 홀 대사는 식량지원을 정치적 사안과 별개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에게 식량을 주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는 설명인데요, 여기에는 분배감시에 관한 자신감도 깔려 있습니다.

홀 대사는 지금도 130개국 이상을 방문하며 수많은 회원국, 단체들과 함께 기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데요, 물론 북한도 그의 계획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Tony Hall] 저는 북한을 더 돕고 싶습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북한이 바뀌기 전까지 식량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단지 굶주린 자를 도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은 순수하게 북한 주민을 돕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데요, 실제로 유엔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난해 12월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모금이 완전히 중단됐죠.

북한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있는 환경마저 어렵게 만드는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과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정작 굶주리는 북한 주민은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