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요즘 북한에서는 국가안전보위부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며, 탈북 방지 교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길거리에서 음식을 주워 먹거나 굶어 죽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이는 북한 주민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탈북하지 말 것을 교육하는 '심리전'으로 풀이되는데요,
"이번에 한국에 대해 악선전을 하는 이유는 핵실험을 마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5월에 있을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내에서 통제와 단속 강화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합니다."
영상을 본 북한 주민 중에는 실제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전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주민 결속을 도모하며 탈북 방지에 나서고 있지만, 자유와 풍요를 찾아 떠나는 탈북 행렬을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탈북자, 한국에서 일자리 없어 굶는다'며 영상으로 선전
- 교묘한 편집 또는 북한 내에서 연출했을 가능성
- '불쌍하다'며 눈물 vs '다 거짓말이다' 반발
- 탈북행렬 계속되자, '나가봐야 고생이다'라며 수법 전환
- 핵실험·장거리 로켓 발사 뒤 당 대회 앞두고 체제결속 목적
북한에서는 2월 들어 국가안전보위부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탈북 방지를 위한 강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북부 지방에서 국가안전보위부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비참한 삶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일자리를 얻지 못해 굶주리며 고생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6일 접촉한 취재협력자는 "보위지도원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국에 간 탈북자들이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주워 먹거나 굶어 죽기까지 한다'고 말했다며 '특히 탈북자들이 북한에 돌아가겠다고 해도 한국에서 보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는 국가안전보위부가 영상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북한 주민이 한국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하는 심리전으로 풀이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내용을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일부 탈북자 중에는 한국에 들어가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나이가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기술이 없으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없잖아요. 그런 뉴스나 기록영상물은 한국에서도 만들고 있을 겁니다. 그런 영상 일부와 말을 사용하고, 고생하는 장면을 강조해 편집했을 가능성이 있고요, 두 번째는 북한 내에서 탈북자가 비참하다는 장면을 드라마처럼, 마치 한국에서 찍은 것처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죠.
한편,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강연 현장에서는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한국에 간 탈북자들이 죽물로도 끼니를 때울 수 없었다'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죽물이라도 끼니를 때울 수 있지만, 한국의 탈북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굶어 죽는다'는 설명을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Ishimaru Jiro]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영상을 잘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북한 내에서도 의심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선전효과도 상상했습니다. 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지인과 연락하잖아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도 대화를 하면서 살기가 녹록지 않다는 말을 해요. 북한에서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한국 내 탈북자도 부담이고, 그래서 최근에는 한국도 살기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 북한에서 생각하는 생활 수준과 한국의 생활 수준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 이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말로 표현하면 '살기가 어렵다', '탈북자는 고생도 하고 좋은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니까 이런 점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위부의 선전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일부 북한 주민은 자리를 뜨며 "저것 다 거짓말이다. 어찌 됐든 한국이 좋기 때문에 다 그곳에 가려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취재협력자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는데요,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계속되는 탈북행렬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고, 탈북자를 통해 외부정보가 북한 내부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Ishimaru Jiro]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탈북행렬이 계속되는 것은 매우 무서운 겁니다. 체제유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어요. 특히 북한 주민이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면 정말 체제로서는 무서운 것이거든요. 그래서 계속 한국이 나쁘다고 선전해야 하는데, 실제로 3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넘어갔기 때문에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 상식입니다. 한국이 나쁘다고 선전했지만, 효과가 없던 거예요. 그럼에도 계속 탈북하니까, 이제는 '탈북해봤자 고생한다'는 식의 선전으로 수법이 바뀐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2만7천 명이 넘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에 대한 교육과 주택, 취업 등을 지원하고 있고, 연간 2천만 달러 이상을 탈북자들 위한 지원에 쓰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한국 통일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실업률은 4.8%로 2011년 12.1%에서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는데요, 한국 국민 전체의 실업률과 격차도 1%대로 좁혀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선전하는 영상과 한국 내 탈북자들의 실제 생활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내 탈북자들을 만나 이들의 사연을 듣고 한국 생활을 취재했지만,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자유를 누리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돈을 벌어 성공한 탈북자가 적지 않은데요,
2011년에 탈북한 김소희 씨도 처음에는 한국 생활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행운이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한 바 있습니다.
[김소희 씨] 비행장에 내리면 군복을 입은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뭔가 북한에서 거짓을 배웠구나 싶었죠. 국정원 사람들이 나와서 버스에 태울 때 '이젠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해주는 거예요. 음식도 북한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 주니까 '내가 지금껏 북한에서 배운 것이 전부는 아니었구나', '남한사람이 다 나쁜 것은 아니구나' 하며 배우니까 누구보다 지금은 남한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몇 년 전부터 특정 탈북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녹화물과 글을 계속 올리고, 최근에는 북한에 남은 가족을 등장시켜 한국의 탈북자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하는 등 심리적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선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이 올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로켓의 발사를 이용해 주민 결속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 주민의 탈북 행렬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1월에는 함경북도의 강안동에서 11명이 사라졌고, 같은 날 함경북도 무산군에서는 17명이 행방을 감추는 등 최근 국경연선의 도시에서는 가족을 동반한 탈북이 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국경 경비의 강화로 탈북이 쉽지 않은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최근 북한 당국이 탈북 방지를 위한 선전을 강화하는 것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대치하는 가운데 오는 5월의 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체제결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Ishimaru Jiro] 역시 국경경비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쪽도 북한 쪽도 국경을 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대해 악선전을 하는 이유는 핵실험을 마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5월에 있을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내에서 통제와 단속 강화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국경 경비대를 교체하면서 북한 주민의 탈북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국경 경비와 체제 선전을 강화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그럼에도 자유와 풍요를 찾아 한국을 동경하고 실제로 고향을 떠나는 북한 주민의 탈북행렬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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