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라디오 세상] 탈북자 100인에게 묻는다① “북, 외부 지원 없으면 생존 불가능” 96%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지난 1월 현재 2만 3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2만 3천 명의 탈북자들은 각자의 직장과 사업체에서, 또 학교에서 제2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고 이들 중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탈북자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으로 오기 위해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고 있고 '탈북자 강제 북송의 중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계속 울려 퍼지고 있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만 3천 명,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한국행을 시도하는 탈북 행렬은 오늘날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특집으로 꾸며 전해 드립니다.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탈북자들의 생각, 그리고 탈북자들의 송금이 북한 주민의 생활과 장마당에 미치는 영향 등을 2편으로 나눠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특집 - <탈북자 100인에게 묻다>, 첫 순서 시작합니다.

- 20~40대 탈북자 “이젠 지원 없으면 생존 못해”
- “김정은 체제, 경제적으로 먼저 붕괴할 것”

78%

미국과 북한의 3차 대화가 23일과 24일, 중국 북경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영양 지원이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논의됐고, 어느 정도 의견이 접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회담 직전에 “북한 주민의 복지에 관심이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미국의 영양 지원 재개와 규모, 분배 감시의 투명성 문제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내 탈북자의 초기정착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즉 새조위’와 함께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대북 식량 지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조사기간은 2월 13일부터 20일까지였으며 응답한 탈북자들은 20대에서 40대 층이 가장 많았고(91명), 한국에 정착한 기간도 5년 미만이 전체의 87%를 차지했습니다. 또 탈북자들의 출신 지역은 80% 이상이 함경북도였습니다.

이번 설문에서 답한 100명의 탈북자 중 96명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 주민의 생존은 불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생존할 수 있다”라는 응답은 고작 4%에 불과했는데요, 특히 한국에 정착한 지 5년 미만의 탈북자들이 이같이 답한 것은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과 일반 주민의 생활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표>

no_aid_160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도 78%로 10명 중 약 8명에 달했는데요, “필요 없다”라고 답한 탈북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또 식량 지원에 대한 생각은 91명이 “한국에 정착한 이후에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한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입니다.

[신미녀 대표] 북한이 식량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나왔습니다. 96%가 미국이나 한국에서 식량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잖아요. 국가 전체적으로 식량이 고갈됐고, 배급도 못 주니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그 사람들이 살아남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죠. 결국은 북한 자체의 시스템이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은 탈북자들에게 북한에서 지원된 식량을 받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응답한 탈북자 전원이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이 지원됐다는 사실조차 몰랐거나 실제로 받아보지 못한 것으로 분배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표>

aid_benefit_160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한 번도 지원된 식량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혼자 잘 살고 있다는 죄책감, 군인들도 똑같은 자식이라는 연민이 그 바탕입니다. 또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장마당 쌀값의 안정을 이끌어 일반 북한 주민의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명지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의 설명입니다.

[전진용] 북한에서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지에 대해 막연한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거든요. 나는 여기서 잘 먹고 잘 사는데 북한에 있는 분은 그렇지 못하니까 어떻게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북한에 지원하는 것이 많으면 자신은 비록 지원을 못 받았지만, 양이 많아지면 자신의 지인들이나 친척에게 좀 가지 않을까... 북한과 가족에 대한 연민이 그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미녀 대표] 북한 사람들은 그곳에 부모 형제들이 다 있잖아요. 우리가 쌀이 가면 거의 군량미로 많이 간다고 하는데, 북한 내 사람들은 가족 중 한 명은 다 군대에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군대라고 하면 우리가 볼 때 안보나 위협 조건이지만 탈북자의 입장에서는 다 내 아들이거든요. 나는 여기서 먹고 살지만, 그곳에 쌀을 주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쌀이 가족에게 가든 안 가든 (식량이) 들어가게 되면 거기 사람도 먹고살지 않을까 생각하죠.

설문에 응한 탈북자들은 분배 감시의 투명성 문제도 지적했는데요, 탈북자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가 “분배 감시가 철저히 이뤄진다면 지원해야 한다”라고 답해 분배 감시를 식량지원의 필요조건으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표>

food_aid_160

또 식량지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도 탈북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라도)많은 식량지원으로 북한 주민이 굶지 않았으면 좋겠다(58명)”, “분배 감시가 철저히 이뤄져 식량이 주민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29명)” 라고 의견을 나타냈으며 “식량지원이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식량지원을 반대한다”라는 의견은 10명이 넘었습니다.

[탈북자] 북한 주민 가운데 굶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에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그 사람들이 굶고 살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지원이 되데 그 지원이 주민에게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3차 미·북 대화에 나선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국의 대북 영양지원을 확대하는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기술적인 평가와 분배 감시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국무부의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포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0일 정보의 한계로 북한의 식량 사정을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미국의 식량 지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탈북자에게 김정은 체제에 관한 생각도 물어봤습니다. 100명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란 응답이 78명으로 “오래 갈 것이다”란 의견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붕괴 요인으로 정치적인 이유보다 경제적 붕괴의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표>

jongun_regime_160

[신미녀 대표] 붕괴할 것이라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체제보다는 경제적으로 붕괴할 것이란 생각이 더 많아요. 탈북자들은 당연히 김정은이 이어간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이어지려면 경제적으로 “자신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거죠. 김정일 때부터 배급이 끊어졌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곧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이는 북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추동력이라고 외쳐왔습니다. ‘자력갱생’은 모든 경제활동의 생산과 수요뿐만 아니라 발전까지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북한 경제의 원칙인데요, 하지만 그 시기에 북한에서 성장하고 생활했던 20~40대의 탈북자들은 “이제 북한이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북한의 현실을 이번 설문조사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특집 - <탈북자 100인에게 묻다> 다음 시간에는 2편이 방송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