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는 목소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30여 명의 탈북자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는 탈북자의 강제 송환을 중지하라는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고요,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탈북자의 강제북송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 이같은 움직임은 캐나다와 영국, 일본 등으로 확산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의 심각성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서 동참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지난해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처럼 탈북자 강제 북송의 중지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참여의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이같은 국제적 여론 속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특집으로 꾸며 전해 드립니다.
지난 시간에는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탈북자들의 생각을 전해 드렸는데요, 이 시간에는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탈북자들의 송금이 북한 주민의 생활과 장마당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특집 - <탈북자 100인에게 묻다>, 두 번째 순서 시작합니다.
- "대북 송금 통제하지 말아야" 99%
미국과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정기적으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이 한 번에 보내는 송금 액수는 평균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 미화로 약 890달러에서 1천770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도 한 번에 평균 1천 달러의 돈을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 제 주변에 있는 분들도 많이 합니다. 북한 주민이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돈을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곳에 나와 돈을 보내기 시작하니까 (북한의) 가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죠.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내 탈북자의 초기정착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즉 새조위’와 함께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대북 송금에 관한 설문조사도 함께 시행했습니다. 조사기간은 2월 13일부터 20일까지였으며 응답한 탈북자들은 20대에서 40대 층이 가장 많았고(91명), 한국에 정착한 기간도 5년 미만이 전체의 87%를 차지했습니다. 또 탈북자들의 출신 지역은 80% 이상이 함경북도였습니다.
설문에 응한 100명의 탈북자 중 96명이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라고 답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다면 생존할 수 있는 근거’로 70명이 ‘가족이나 친척의 도움’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이나 친척의 도움은 주로 한국이나 미국 등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을 의미합니다. 또 장마당을 통해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 탈북자는 13명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설문에 응답한 탈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가 “지금도 가족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라고 답해 적지 않은 탈북자가 지속해서 북한의 가족에게 정보와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조위 측이 지난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30대 이상의 탈북자 70% 정도가 1년에 평균 150만 원, 미화로 약 1천300달러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탈북자 전체로 계산하면 1년에 1천만 달러 이상의 규모가 되는데요, 이번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한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입니다.
[신미녀 대표] 작년에 대북 송금에 대해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일 년에 120억 정도가 가거든요. 요즘은 약간 다르기 하지만 한국 돈으로 150만 원이면 북한에서 4인 가족이 굶지 않고 살 수 있거든요. 이번에 응답자의 56%가 가족과 연락을 하고 있다는 답이 나왔잖아요. 누구다 한 번씩은 돈을 보내주거든요. 그 돈을 종자로 해서 장사도 하고 장사 밑천도 하고 쌀이나 곡식도 사서 먹으니까 가족이나 친척의 도움으로 산다는 70%의 답이 맞죠.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물론 북한 장마당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이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나아가 북한 체제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선임연구원입니다.
[김광진 연구원] 북한에서 나온 사람들이 일 년에 100달러라도 가족에게 보내면 그 돈이 엄청나게 큰돈이 되는 거죠. 북한에서는 그것을 밑천으로 장사도 하고, 시장이 돌아가겠죠. 북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귀한 거죠.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연구하는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이 북한 사회를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데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즉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이 북한 내 가족의 생계와 안전을 보장하고 이 돈이 장마당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서민경제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인데요, 자유아시아방송은 끝으로 탈북자들의 송금을 통제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100명 중 99명이 이를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계속 송금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신미녀 대표의 설명입니다.

[신미녀 대표] 탈북 여성이 북한에 딸 두 명이 있는데, 이 여성이 울면서 “나는 내 자식이 거기서 돈벌이를 할 수 없는 연령대다. 엄마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내 자식이 굶어 죽는데 만약에 이 나라에서 돈을 보내지 말라고 하면 다른 나라고 갈 것이다. 어떻게 엄마가 내 자식이 굶어 죽는 것을 볼 수 있느냐”고 말했거든요. 또 탈북자들이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당연히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 정말 열심히 일해서 가족에게 보내주려고 하는 거죠.
또 설문조사 결과 ‘북한 주민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근거’로 국가의 배급(0명)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서(13명)라고 대답한 점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과 장마당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새조위가 시행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최근 남한에 정착한 20~40대의 젊은 탈북자들은 외부의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없는 북한의 경제 체제를 비판하며 철저한 분배 감시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지금도 많은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정보의 교류, 대북 송금으로 가족의 생존과 장마당의 활성화, 나아가 북한 체제에 대한 저항의 씨앗을 심고 있는데요, 이는 오늘날 북한의 현실과 탈북자들의 마음을 함께 대변하고 있습니다.
[신미녀 대표] 자신은 지원한 식량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으면서 식량을 보내라고 하는지 의아해했는데, 역시 가족에 대한 생각은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들이 놓을 수 없는 끈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번 설문 조사는) 나의 피붙이가 북한에 있다는 것, 거기서 들려오는 소식이 좋은 소식이 아니기에 나만이 여기서 잘 산다는 죄책감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