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 국제 여론 - 북 주민은 몰라
- 북송된 탈북자, 남녀 구분 없이 몽둥이로 맞아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 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오늘도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세요.
- 요즘 탈북자에 대한 강제 북송 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도 이 소식 들으셨죠? 이 소식이 국제사회에서 큰 현안이 됐는데요, 정작 북한에서는 이에 대한 반응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Ishimaru Jiro] 네, 탈북자 북송 문제가 북한 내부에 얼마나 잘 전달돼 있는지를 북한 내부의 취재 협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함경북도 무산군과 회령시, 청진시의 취재협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북한 내부의 일반 주민은 탈북자에 대한 북송 문제가 유엔 기관에서 토의되고 있다거나 국제 문제로 확산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북한에서는 아직 탈북자에 대한 강제 송환 문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말이군요.
[Ishimaru Jiro] 그렇죠. 일반 주민은 아직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이렇게 강제 북송 문제가 국제적 사안으로 확산하면서 북한 당국의 단속이 더 강화될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북한의 인민반에서 이와 관련한 회의가 있었다면서요?
[Ishimaru Jiro] 네. 인민반 회의는 이미 작년 말에 있었는데요, 최근에 함경북도 무산에 사는 취재협조자가 내용을 알려줬습니다. 인민반 회의의 내용은 ‘한 세대마다 나무판에 못을 밖은 올가미를 하나씩 만들어 바치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중국으로 넘어가기 쉬운 두만강의 물속에 가라앉혀놓고 올가미를 설치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은 2010년에 무산군의 인민반 회의에서 있었다는 것을 (내부 취재자를 통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년 반이 지난 작년 말에 또다시 주민에게 이런 올가미를 만들 것을 강요하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계속 탈북자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탈북 방지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 연선의 주민은 이 올가미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를 다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취재한 북한 주민은 “이런 올가미를 많이 설치해도 크게 소용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두만강 물이 얼었기 때문에 (올가미가) 아무런 효과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주민에게 이런 식으로 탈북 방지에 협조하라는 태도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주민으로부터 올가미나 덫을 만들어 바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말이군요.
[Ishimaru Jiro] 그렇죠. 그리고 두만강 연선의 국경 경비대 내부의 협조자에게 전화가 왔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한 이후 ‘한 명의 탈북자도 내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국경 경비대가 계속 두만강 연선의 순찰에 동원되면서 쉴 새도 없다”라고 불만을 말했습니다.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까지는 국경 경비가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옮겨져 상당히 큰 고통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 강제 북송됐다가 여러 가지 고통을 겪은 탈북 여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셨다고요?
[Ishimaru Jiro] 네, 중국에서 탈북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나온 법률 위반자라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탈북자가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되면 박해를 당하는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사례는 최근 탈북한 50대 여성에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여성은 함경북도에서 탈북했고 연변 지방에서 숨어 살다가 작년 말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북한으로 송환된 이 여성은 보위부 구류장에서 옷을 다 벗고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같은 구류장에 탈북해 잡혀간 사람이 세 명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 두 사람은 한국에 가려다 잡혔다고 합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었다고 하는데 남녀 구분 없이 많이 얻어맞았다고 합니다. 그것도 막대기로 손을 때리는데 피가 뚝뚝 흐를 정도로 세게 얻어맞았다고 해요, 이 여성이 이것을 보면서 ‘보위부는 자신이 북한에 있었을 때와 전혀 변함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여성이 중국에서 체포됐을 때 자궁에다 중국 돈 1천100원 정도를 갖고 있었대요. 조사 과정에서 일단 돈을 바치고 일주일 만에 풀려 나왔습니다. 이후 중국의 친척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중국 돈 7천 원을 받아 다시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국경 경비가 너무 강화되면서 돈이 없으면 탈북도 못한다는 것이 현지의 상식이라고 들었습니다.
- 또 반대로 이야기하면 ‘돈이 있다면 여전히 탈북이 가능하다’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Ishimaru Jiro] 그런데 옛날에 비하면 큰 금액이 필요하게 됐죠. 옛날에는 국경 경비대를 매수할 때 중국돈 4~500원이면 도강하는 것을 묵인해 줬는데 지금은 작은 액수로 눈 감아 주는 국경 경비대가 없다고 합니다. 자기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까 10년 전에 비하면 10배 이상 있어야 넘어갈 수 있다는 거죠. 또 북한 내에서 큰돈을 마련하기 어려우니까 결국은 중국의 친척이나 한국, 일본의 탈북자들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일반 주민의 탈북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끝으로 한국이나 미국, 캐나다에 탈북자 강제북송의 중지를 촉구하는 시위운동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요?
[Ishimaru Jiro] 네, 일본 국내에서도 이번에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수십 명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고요, 중국, 유엔에도 탈북자 송환의 중지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Ishimaru Jiro] 네, 고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보호절차 없는 강제북송 반대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수십 명의 탈북자가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국 정부와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국제법을 준수해 탈북자를 북한에 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북한으로 송환되면 큰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 “탈북자는 경제문제로 국경을 넘은 월경자여서 난민으로 처리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9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측에 중국 내 탈북자와 난민 지위의 관계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의 관계자는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은 경제적 사안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가 있고 그 중에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인별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중국 내 탈북자가 무조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2011년 1월 현재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실을 통해 난민 인정(Refugee)을 받은 탈북자는 917명, 망명 지위를 얻거나 요청한 탈북자(Asylum Seekers)도 2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정치국 당적 박해를 받을 수 있기에 어떠한 보호 절차 없이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내서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 24일에도 성명을 내고 “중국에서 체포된 25명 안팎의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대화해 왔으며 중국 정부가 강제 송환의 금지에 관한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을 불법 월경자로 간주해 북송하는 중국법과 신체적 박해를 우려해 탈북자에 대한 강제 북송의 중지를 촉구하면서도 탈북자를 무조건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는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
중국 내 탈북자들은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의 심사를 통해 난민 인정을 받기 전까지 중국법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고 북으로 송환되는 사각지대의 현실에 처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같은 법적 제도와 원칙 속에서 오늘날 중국 내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