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결의로 북 물가 상승

많은 쌀자루를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장사꾼. 맨 오른쪽 쌀자루에는 '49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보인다. 2013년 9월 청진시 촬영.
많은 쌀자루를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장사꾼. 맨 오른쪽 쌀자루에는 '49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보인다. 2013년 9월 청진시 촬영.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가 통과된 것을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는 쌀과 중국산 공업 물품의 물가가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산 석탄과 광물 수출의 금지에 따라 외화 부족이 예상되면서 미리 물건을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미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대북제재에 대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대북제재의 내용을 설명해주니까 '무역업자와 외화벌이 회사에 반드시 영향이 생길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최근 10일 사이 물가가 오른 것에 대해 이해하더라고요."

대북제재와 관련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시장경제가 널리 확산해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주민은 북한산 광물의 수출 금지와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이행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쌀․중국산 공업제품․위안화 환율 중심으로 가격 올라

- 외화부족-수입물품 감소에 따른 사재기 기승

- 남쪽 지방 상인들, 나선시까지 올라와 사재기 나서

- 시장경제 확산한 북한, 경제제재에 따른 반응 나타나

- 대북제재에 무관심했던 주민, 이번 제제에는 심각성 인식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내 물가 상승을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대북제재 결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이후 북한 내에서 쌀값과 중국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4일에 접촉한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의 환율과 쌀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고, 이미 공업제품에 대한 사재기도 시작됐습니다. 또 남쪽 지방의 도매상인들이 나선 시까지 올라와 천과 신발 등 공업 제품을 모두 사들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와 취재협력자의 대화 내용입니다.

-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결의가 가결됐는데,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취재 협력자] 중국 인민원 환율과 쌀값 등이 조금 오르고 있고, 공업제품의 싹쓸이가 시작됐습니다. 중국 제품은 거의 나선시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만, 앞의 도매상인들이 나선에 와서 싹쓸이해 천이나 신발 등의 공업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더 오를 것이라고 다 말하고 있습니다. 신발은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모두 한 켤레에 5천 원 정도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쌀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공업제품 위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이는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널리 확산하고, 이에 따라 돈과 물건이 유통하다 보니 경제제재에 따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Ishimaru Jiro] 경제제재의 결정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중국에서 경제제재를 잘 이행할 경우 외화 수입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외화가 부족하면 당연히 여러 물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만큼 북한 내에서 외화의 가치가 오르고, 북한 돈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지금 외화를 가진 사람들은 외화가 오르기 전에 갖고 있는 조선 돈으로 물건을 많이 사놓자는 경향이 생길 수 있잖아요. 이것은 완전히 시장논리인데 정보가 빠른 사람들, 즉 장사꾼이나 외화벌이 상인들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적게 보기 위해 움직이잖아요. 이 반응이 북한 내 물가 시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감자를 비롯한 농산물과 부식물, 조미료 등의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쌀과 중국산 공업제품의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데요, 이는 북한의 가장 큰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수출에 제재가 가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외화 부족이 북한 돈의 가치하락을 불러오고 이를 전망한 장사꾼들이 이미 움직였기 때문이란 겁니다.

참고로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초,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물가를 비교하면 쌀과 돼지고기, 위안화 환율 등에 변화가 있었는데요, 쌀 1kg이 500원가량 뛰었고, 돼지고기는 1천500원, 위안화 당 원화는 5천 원 정도 올랐습니다.

북한 물가
북한 물가

2015년 12월 초순 2016년 2월 말 백미 1kg 3,800원 4,300원 돼지고기 1kg 8,000원 9,500원 100 인민원 130,000원 135,000원 그동안 북한 주민은 대북제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 가까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행됐지만,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주민이 경제생활을 당국의 정책에 의지하기보다 시장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나가다 보니 대북제재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통과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내용과 중국마저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란 설명에 취재협력자도 북한의 무역과 외화벌이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는데요,

[Ishimaru Jiro] 이때까지 경제제재가 있었잖아요. 그래도 '크게 영향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정도가 다르다.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설 것이고, 석탄 수출과 로켓 관련 항공유 공급도 막는다'고 설명해주니까 좀 놀라더라고요.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제재를 받았잖아요. 비슷할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설명해주니까 '무역업자와 외화벌이 회사에 반드시 영향이 생길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최근 10일 사이 물가가 오른 것에 대해 이해하더라고요.

특히 대북제재로 북한에서 물가 상승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배경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동참 가능성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일반 주민의 경제적 어려움도 예상되는데요,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충실히 이행되면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일반 주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Ishimaru Jiro] 중국이 대북제재를 강한 자세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북한 사람도 다 이해가 될 겁니다. 또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이해할 거예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나오기 전에 많은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지금까지 경제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경제제재에도 일반 주민은 큰 영향이 없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 않아도 생활이 너무 어려운데, 경제제재를 하면 영향이 받는 사람은 평양 주민, 외화벌이 일꾼들, 그리고 김정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경제제재가 잘 이행될 경우 일반 사람에게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일, 대북제재결의 '2270호'를 채택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 지도부의 자금줄을 모두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의 검색을 의무화함은 물론 금지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항공기가 유엔 회원국의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며,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광물 수출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엔 회원국에서 영업하는 북한 은행의 지점을 90일 안에 폐쇄하고 새롭게 16명의 북한 인사와 12곳 단체가 제재 대상에 올랐는데요,

이번 대북제재 결의는 유엔 역사상 한 국가를 대상으로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요,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동참을 약속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