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영변 우라늄농축 중단, 핵무기 1~2개 못 만드는 효과/ 북 운동선수들 “외국 유명 상표 좋지만…”

지난 2009년 1월 영변 핵시설을 방문, 창고에 쌓인 미사용 연료봉을 살펴보고 있는 남한 사찰팀.
지난 2009년 1월 영변 핵시설을 방문, 창고에 쌓인 미사용 연료봉을 살펴보고 있는 남한 사찰팀. (AFP PHOTO/HO/South Korean Foreign Min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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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푸틴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63%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2차 투표 없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는데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러시아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과 북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라는 축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부위원장도 푸틴 총리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하죠.

2012년, 러시아의 푸틴 총리를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 한국 등 북한 주변국들의 지도자들이 바뀌는데요,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푸틴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다소 친북성향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최고지도자에 오르더라도 한반도와 관련해 '안보유지'와 '분단유지', '비핵화' 순서의 정책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김정은 체제의 출범,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미국, 한국 지도자의 교체가 2012년 한반도의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미국과 북한이 최근 우라늄농축활동의 중단과 영양지원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요, 미국의 핵․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북한이 연간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없는 효과가 있지만, 핵 활동을 완전히 중지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활동과 함께 유예 기간을 최대한 길게 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올해 런던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한 북한 선수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요즘 스포츠도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하는데요, 북한 선수들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유명 회사의 운동용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성능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데요, 사비를 들여서라도 외국 제품을 사는 선수가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고 하네요.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핵․군사 전문가 “공회전 방식은 완전한 중지 아니다”

- 모라토리엄 길게 갈수록 북핵 개발에 악영향,

- 하지만 기술적으로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미국과 북한이 지난달 열린 3차 고위급회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중단과 대북 영양지원에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의 정세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우라늄농축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6자회담의 재개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좋은 징조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중단에 ‘임시적’이라는 제한을 달았고, 훗날 재가동에 대비해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공회전 방식(Idling)'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미․북 합의가 정치적으로 새로운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반해 핵과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안보 연구기관인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일단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농축활동을 중단하면 연간 1개에서 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는 좋은 결과지만 완전한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Stopping uranium enrichment at Yongbyon has the equivalent effect of reducing the weapons grade uranium they produce by 1 to 2 weapons per year, a good outcome, but not a completion.)

베넷 박사는 이번 합의에서 북한이 영변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지역을 밝힌 것도 아니고 그 활동에 대한 중단을 명시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공회전 방식을 포함한 우라늄농축활동의 중단과 핵실험의 유예가 북한 핵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견해를 나타냈는데요, (So reducing uranium enrichment according to this agreement is a good thing, but many more steps are required.)

베넷 박사는 북한이 2010년에 공개한 영변 내 2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온전히 진행하면 1년에 두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게 되고 북한은 2020년까지 20개에서 많게는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미국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피터 크레일 핵비확산 연구원도 우라늄농축활동의 중단이라는 미․북 간의 합의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레일 연구원은 북한이 언제든지 합의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의 합의는 핵 프로그램의 위기를 줄이는 데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데요, 따라서 진정한 ‘진전’은 합의 내용이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이 방북하고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또 우선 북한이 합의한 대로 핵실험과 농축활동의 중단 기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가느냐가 중요한 사안인데요, 이는 유예 기간이 길면 길수록 북한이 정교한 핵탄두나 장거리 미사일을 다시 개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크레일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The question is how long these moratoria will be in effect. As long as North Korea refrains from nuclear and missile testing, it will make it more difficult for them to develop more sophisticated nuclear warheads and longer-range missiles)

‘미국군축협회’는 북한이 공개했던 영변 경수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의 기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심각한 위협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공개됐지만, 가동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라늄 농축활동과 이를 무기화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핵실험의 유예와 우라늄농축활동의 중단 기간이 길수록 최소한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고 크레인 연구원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예 기간을 최대한 오래 끌어야 한다는 핵․군사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의 핵․군사 전문가들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실험 유예, 핵 프로그램의 중단이라는 합의 내용보다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활동에서 더 큰 진전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핵 전문가나 외교관들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활동과 성과에 비관적인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최근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과거처럼 영변 이외의 핵 시설은 최대한 감추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활동도 제한하려 할 것이란 이유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북한 간 합의를 ‘진전’보다는 ‘국면의 전환’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측은 이번 합의에 따라 식량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북한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해 나가는 것이 다음 순서인데요, 북한이 이번 합의를 식량 지원과 체제유지를 위한 전략적 전술이 아닌 성실한 이행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겐 ‘그림의 떡’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선수들이 속속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북한은 여자축구와 역도, 유도, 다이빙 등 9개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는데요, 올림픽에 대한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운동선수에게는 운동화나 운동복 등 기본적인 운동용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요, 북한 선수들도 미국의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NIKE)'나 독일의 ‘푸마(puma)'등 외국 유명 상표의 운동용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촉망받는 운동선수였던 탈북자는 “자신이 선수 시절을 할 당시에도 외국의 유명 상표를 선호했고 외국제품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했었다”라며 북한 선수들도 ‘나이키’나 ‘아디다스’, ‘푸마’등 유명 회사의 제품을 없어서 못쓸 정도였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실제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활약한 북한의 축구대표팀 선수 중 상당수가 ‘나이키’나 ‘푸마’사의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축구선수들은 외국에서 ‘나이키’사의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일부 선수들은 사비를 들이면서까지 외국산 운동용품을 구입합니다. 그만큼 외국 회사가 만든 제품이 훨씬 좋다는 것을 이들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탈북자와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특히 축구나 유도처럼 북한에서 인기 있는 종목의 선수들은 유명 상표의 운동용품을 외국에서 구입해 쓸 수 있지만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북한에서 만든 제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이 탈북자는 회고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도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에 대한 차별대우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예를 들어 축구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가전제품과 같이 큰 상품을 받지만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운동복 정도로 상품이 작습니다.

또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은 투자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국제대회에 진출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고 이때문에 경기력도 향상할 수 없어 비인기 종목이 가진 한계의 악순환은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의 성적을 거뒀는데요, 요즘 북한의 스포츠 성적도 경제력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전반적으로 뒷걸음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