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불바다'를 운운하며 거친 표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발과 함께 미국과 대화를 촉구하는 벼랑 끝 전술로 보는 분석이 많은데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발표와 관련해 이문항 전 유엔군 사령관 정전담당 특별고문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 '다시 만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에서 잘하는 협박, 위협적인 행동입니다."
- 북한에서 만든 청바지, '노코진스'가 스웨덴에서 막바지 재고 정리에 들어간 듯 보입니다. 2009년 한 벌 당 미화로 210달러에 판매됐던 청바지는 이제 1/5이 떨어진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데요, 1천100벌의 청바지가 생산되고 판매되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이전부터 정전협정 위반한 주체는 '북한'>
- 이문항 전 유엔군 사령관 정전담당 특별고문
- 북한의 전형적인 위협적 행동 "과거에도 있었다"
- 북, 과거에도 수차례 정전협정 위반하고 발뺌
- 정전협정 백지화한다고 당장 전쟁 안 일어나
- 그동안 정전협정의 역할, 노력에는 긍정적 평가
북한은 지난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화고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인 6일에도 미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거친 표현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북한은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언급하며 그 시점도 미국과 한국 간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 11일로 못 박았습니다.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인민지원군 사이에 맺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으로 한국 전쟁은 물론 평화적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한국에서의 모든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을 완전히 정지할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발표한 것은 언제든지 한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구체적인 조항을 거론하며 정전협정의 파기를 주장한 바 있는데요, '정전협정을 백지화한다'는 북한의 발표와 관련해 미국의 이문항 전 주한 유엔군 사령관 정전담당 특별고문은 일단 과거 사례와 같은 수사적 협박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문항 전 특별고문은 미국 국방부에서 근무했고 한반도의 정전체제와 관련한 연구와 역사를 기록하면서 한반도의 정전위원회를 지켜본 전문가인데요, 뿐만 아니라 1966년부터 28년 동안 판문점에서 정전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문항 전 특별고문] 네, 이전에도 큰 사건이 났을 때 북한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를 제안하면 나오지 않았던 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유엔군 사령관이 군사정전위원회의 한국 장군을 수석대표로 임명한 이후) 94년도부터 회의가 없지 않습니까? 연락관 사무실만 놔두고 유지만 해 왔죠. 이번에도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고 하지만, 큰일로 보지 않습니다. 유엔을 통해 압력을 가하니까 위협적으로 반발하는 거라고 보는데요,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 '다시 만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에서 잘하는 협박, 위협적인 행동입니다. 다시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결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봐요.
- 특히 북한이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한국 간 합동군사훈련과 관련을 지목하지 않았습니까?
[이문항 전 특별고문] 군사훈련은 과거에도 쭉 있었던 문제들입니다. '이것은 방어를 위한 군사훈련이지, 공격을 위한 훈련이 아니다' 라고 말했지만, 군사 훈련이 있을 때마다 항상 협박을 했어요.
한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과 평가를 내놓습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입니다.
[김용현 교수] '키 리졸브' 훈련을 앞둔 상황, 그리고 유엔의 제재 결의안이 나오는 시점에서 말로서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이죠. 이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압박에 반발하고, 또 국제사회의 압박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갖고 북한이 압박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또 미국과 한국 간 '합동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정전협정의 파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이전부터 정전협정을 위반한 주체는 북한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67년과 68년, 북한이 자행한 해군 경비함 피격 사건과 한국 청와대 기습사건,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울진과 삼척 지역에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은 '육․해․공군 모든 군사력을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쪽에 들여보내거나 적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정전협정의 위반이었습니다. 최근까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행위는 계속됐는데요,
[이문항 전 특별고문] 북한의 위반사례는 많죠. 큰 사건은 다 일으키고... 정전협정이 어디 있습니까? 실질적으로 북한이 한 것은 정전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행동들이죠. 당시 북한에 항의하면 "이것은 우리와 관계없고, 남한의 인민 사이에서 미국과 한국을 반대하는 반란사건이 일어난 것을 왜 우리에게 책망하느냐?" 이렇게 나왔거든요.
28년간 정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문항 전 특별고문은 실제 북한의 말과 행동이 맞지 않았던 때가 많았다고 기억합니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미국의 전직 프로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요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볼 때 오히려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이문항 전 특별고문은 지적했는데요, 따라서 말로만 위협하는 것을 당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어느덧 남북 간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년, 이문항 전 특별고문은 정전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지만, 전쟁의 재발을 막고 남북 간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해 온 정전협정의 역할과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이문항 특별고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에 항의하면, 큰 사건에서는 '자신들이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아주 극소수지만 '유감스럽다'는 표명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정전협정이 있고 연락 기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쟁을 피하고, 어느 정도 평화적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앞으로 정전위원회가 다시 활성화되지 않더라도 연락하는 일은 계속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과 평화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 같은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에도 정전위원회 회의마다 주한 미군의 철수를 중요한 안건으로 제기해 왔고, 미국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폐기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 관련국의 합의가 있기 전까지 평화체제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한 벌 당 210달러에서 39달러까지 떨어져
- 1천100벌, 생산부터 판매까지 4년 넘게 걸려
- 화제와 관심 불러왔지만, 높은 가격과 제약 걸림돌
- 추가 생산계획은 없는 듯
북한에서 만든 청바지, '노코진스(NOKO Jeans)'가 유럽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재고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스웨덴의 의료업체인 '노코진스'는 2009년 12월부터 북한에서 만든 청바지 1천100 벌을 정식으로 시중에 판매했는데요, 출시된 지 3년이 조금 넘어서야 전체 물량 가운데 몇 벌 밖에는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스웨덴의 수도 스톨홀름의 점포와 인터넷을 통해 북한산 청바지를 판매해 온 '노코진스' 측은 지난달부터 '북한산 청바지를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한 벌 당 미화로 약 39~47달러에 팔고 있는데요, 처음 출시됐을 때 한 벌 당 미화로 210달러에 판매되던 때와 비교하면 최대 80%나 떨어진 가격입니다. 또 과거와 달리 오직 유럽 국가를 상대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노코진스'측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북한산 청바지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는데요, 추가로 북한에서 청바지를 만들 계획은 없어 보입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며 북한에서 착용을 금지한 청바지가 북한에서 생산되고 해외에서 판매를 시작한 2009년 당시 '노코진스'는 희소성 때문에 큰 화제가 됐습니다.
또 활발한 상업광고, 언론의 홍보와 함께 매장을 확대하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북한산 청바지를 구매하거나 문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판매 초기 스웨덴의 유명 백화점에서 북한산이라는 이유로 청바지 판매가 거부되고, 미국 재무부의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해 미국 내 소비자에는 좀처럼 매력적인 제품이 되지 못한 데다 한 벌 당 200달러가 넘는 가격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노코진스'측은 '북한에서 다시 청바지를 생산할 계획이 있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로 알려진 북한에 대해 알고 싶었고, 이를 위해 북한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노코진스'가 1천100벌의 청바지를 생산하고 판매하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요,
북한산 청바지란 상징적인 의미로 화제를 낳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지만 수많은 제약 속에 실제로 부딪혀 본 '노코진스'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던 듯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