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거 투표소 24시간 경비에 ‘올인’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오는 9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둔 가운데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투표소 간판이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의 투표소와 선전구호에 관한 24시간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그 부담이 얼마나 큰지, 밤새 포스터 하나를 지켜야 한다고 하니까..., 인민반, 기업소, 학교, 농장 등 조직마다 경비 동원에 대한 지시가 있어서 주민이 많은 부담을 느낀다고 취재 협조자들이 전해왔습니다."

특히 선거에 대한 경비 강화를 위해 국경 경비를 담당했던 보위부도 철수했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시행하는 선거를 어떻게든 무사히 치러내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평안북도 정주시의 투표장 간판 파괴

- 담당 보위부장․보위원 문책, 경계 강화 지시

- 김정은 선전구호도 등장, 투표장․선전구호 24시간 경계

- 국경경비 보위부 팀 철수, 선거경비에 투입

- 함경북도에서도 방화․유권자 등록 훼손 사건

- 북 당국, 선거 분위기 띄우면서도 무사히 치르기에 안간힘


오는 9일, 5년 만에 치러지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투표소가 24시간 경비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양강도 취재협력자의 말을 인용해 일부 투표소의 간판이 파괴되는 일이 발생했으며 선거일을 앞두고 투표소에 대한 경계태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는데요,

북한 양강도의 행정직원인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누군가에 의해 투표소의 간판이 떼어져 부서진 사건이 발생했고, 이 구역의 국가안전보위부장과 담당 보위원이 문책을 당했습니다. 또 이 사건 때문에 관련 지역에서는 난리가 났고, 북한 주민이 밤낮없이 동원돼 투표소를 24시간 경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선거 때마다 북한 당국에서는 특별 경비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특별히 경비가 엄해진 것 같다고 내부의 취재협조자가 알려줬습니다. 양강도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 협조자가 지난 2월 28일에 전해 온 소식인데요,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투표소의 간판이 파괴된 사건이 발생해 담당 구역의 보위부장과 담당 보위원이 문책을 당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경비를 엄하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북한 주민이 동원했다고 합니다. 우리 협조자가 양강도의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인데요, 자신이 아는 보위부 사람에게 들었다고 하니까 정주시에서 간판이 파괴돼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선거구마다 한 명의 후보자가 등록되며 투표자들은 그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게 되는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처음으로 대의원 후보로 추대됐습니다.

북한에서 선거기간이 시작되면 곳곳에 선거 문구가 적힌 포스터와 간판이 내걸어지는데요, 문구는 흔히 '우리 모두 찬성투표하자', '우리 혁명주체를 반석으로' 등이지만, 이번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가 지도하는 불패의 혁명주권 만세'란 선전구호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투표소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선전 구호가 훼손되지 않도록 직장과 지역 주민이 교대로 경비를 선다고 하는데요, 정주시에서 발생한 간판 파괴 사건의 여파로 다른 지역에도 경비 강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금까지 노동당의 최고 자리인 제1서기를 비롯해 인민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최고직에 빠르게 올라갔지만, 선거의 치르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인민에게 선택된 지도자'라는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도 어떻게든 이번 선거를 무사히 마쳐야 할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는 선거를 통해 정부나 김정은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거꾸로 말하면 북한 당국에서는 선거라는 큰 행사가 형식적이지만, 김정은 정권이 정당하다는 것을 해외와 국내에 선전하는 큰 행사입니다. 물론 형식적이라 하더라도 '선거를 통해 지지를 받은 김정은', '인민의 지도자'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서는 선거가 무사히 끝나야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선거를 치를 때 선거장뿐만 아니라 구호물 간판, 구호 포스터 등도 전시되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 경비를 서야 하거든요. 그 부담이 얼마나 큰지, 밤새 포스터 하나를 지켜야 한다고 하니까..., 인민반, 기업소, 학교, 농장 등 조직마다 경비 동원에 대한 지시가 있어서 주민이 많은 부담을 느낀다고 취재 협조자들이 전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함경북도 일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인 범죄로 추정되는 사건이 꼬리를 물었는데요, 지난달 23일과 24일에는 함경북도 청진과 회령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달 1일에는 회령시의 오봉리 투표장에서 입구에 붙어있던 유권자 명단이 모두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함경북도 당국도 경비인원을 배로 늘렸지만, 사건은 끊이질 않았는데요, 이번 양강도의 간판 파괴 사건과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장성택의 숙청 이후 북․중 국경지방에는 대대적으로 통제가 강화됐는데요, 최근 양강도 혜산시에는 평양에서 대거 파견된 정치군사대학 학생과 특별단속팀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보위부 단속팀은 지난 2월 27일에 전원 철수했다"고 전했는데요,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보위부 요원들이 국경 통제에서 선거에 관한 경비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했습니다.

[Ishimaru Jiro] 이번 선거에서 파악된 한 특징은 작년 12월에 장성택의 숙청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국경 지역의 경비가 대단히 엄격해졌습니다. 두만강, 압록강 쪽은 봉쇄된 상황이고요, 밀수와 탈북이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일부 경비를 담당하는 보위원과 조직들이 철수했다고 합니다. 국경 경비의 강화는 탈북자 방지와 밀수와 정보 단속인데, 지금부터 9일까지는 선거를 위한 특별경비를 해야 하니까 결국 그쪽에 투입돼 국경 경비가 조금씩 느슨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경 지역의 주민은 차라리 선거 때문에 바빠진 것은 있지만, 국경 경비는 좀 완화되면서 선거가 끝나면 분위기가 많이 완화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언론매체에 소개된 북한 사회는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종 방법을 동원해 투표 참가를 독려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선거를 주민 결속은 물론 북한 체제의 정당성과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북한 당국은 무사히 선거를 치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5년 전에 시행된 대의원 선거에서도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 낙서나 파손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자강도에서는 '선거장' 간판이 '서거장'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소동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