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 '장기 집권', '반미', '시신 영구보존' 북한과 닮은꼴
- 빈민층 복지정책 집중, 빈곤층 비율 감소 높은 평가
- 전 세계 대표적 반미지도자 시대 종언, 북한은?
- 중동, 북아프리카에 이어 남미에도 민주화 바람 불까?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5일 오랜 암 투병 끝에 사망했습니다. 반미를 부르짖은 좌파 대통령, 14년간의 장기집권, 시신 영구 보존 등 그의 삶과 죽음은 북한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요, 하지만, 가난하고 굶주린 국민을 위해 펼친 그의 정책으로 베네수엘라 빈민층의 비율을 매우 감소시킨 것은 지금 북한이 보이는 행보와는 다릅니다.
또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으로 전 세계의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이어 남미에서 민주화의 바람이 불지도 주목할 만한 사안인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노정민 기자와 함께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그리고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 안녕하세요.
[노정민 기자] 네, 안녕하세요.
- 오늘도 오랜만에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주셨네요.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5일 사망했습니다. 8일에 장례식이 있었고요, 베네수엘라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일단 간략히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짧게 정리해 볼까요?
[노정민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5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골반부에 생긴 암 치료를 위해 쿠바에서 4번째 수술을 받았는데요, 올해 초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그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철통 보안 속에 그의 건강상태가 공개되지 않다가 결국 사망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고, 대규모 추모 인파 속에 지난 8일 장례식이 거행됐습니다. 사망 직전 차베스 대통령의 마지막 말이 공개됐는데요, "죽고 싶지 않다, 제발 죽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장례식에는 전 세계 54개국 대표단과 22개국 정상이 참석했고요, 미국에서도 대표단이 갔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의 시신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방부 처리해서 영구 보존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네.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방 국가에서는 그를 '독재자'로 비유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빈민층은 '영웅'으로 평가하면서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는데요,
[노정민]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보면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차베스 대통령은 이미 14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장기 집권했고, 헌법을 개정한 뒤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오는 2019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를 반대하는 측은 차베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있지요.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가난한 빈민들 사이에서 '친구이자 영웅'으로서 무한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투표를 통해 4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요, 차베스 대통령은 1999년에 취임한 이후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주거지원 등 빈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베네수엘라의 빈곤층 비율이 50%였는데, 2011년에는 빈곤층 비율이 32%까지 떨어졌다고 하거든요. 그만큼 그의 빈곤정책이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유년시절의 경험이 배경이 됐다고 합니다.
- 비록 2019년까지 길게는 20년간 장기집권을 시도했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앞장선 것은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노정민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라디오세상' 시간에 김정일 정권은 물론이고, 그의 아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전해드렸거든요. 물론 북한에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있고, 말로는 민생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지만, 정작 북한 당국은 우상화 작업에 치중하면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장마당 등을 단속하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주민은 더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거죠.
반면, 차베스 대통령은 우선 배고픈 빈민 계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1992년, 당시 베네수엘라 정부의 부패와 경제난을 비판하며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감옥에 수감됐다가 다시 석방된 이후 사회주의의 개혁과 빈곤층의 퇴치를 앞세워 정당을 세워 대통령까지 당선됐습니다.
브라질에서 가난과 빈곤 퇴치를 위해 '포미제로'라는 대표적인 정책을 펼친 루이스 이나우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도 지난 7일, 차베스 대통령이 공공보건과 주택, 교육 등 사회정책을 통해 수천만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킨 점은 높게 평가했습니다. 또 빈민층이 차베스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것도 차베스 대통령이 어려운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잘 펼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차베스 대통령의 빈민정책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고요, 퍼주기식 빈민정책이었고, 균등한 복지정책은 아니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그래도 가난한 국민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점은 요즘 북한과 많이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 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 칼럼에서도 소개됐지만, 옛 조선 시대의 세종대왕이 했던 '국이민위천, 민위식위천', 즉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을 차베스 대통령은 잘 실천한 것 같네요.
[노정민 기자] 그렇습니다. 비록 차베스 대통령이 독재를 했고, 여러 가지 문제도 많았지만 일단 국민의 배를 곯지 않게 하기 위해 빈민정책을 우선으로 펼침으로써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4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은 앞으로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으로부터 지지와 정통성을 회복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 노정민 기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바로 '반미'입니다.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으로 점점 반미 지도자들도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죠?
[노정민 기자] 그렇죠. 차베스 대통령의 기본적인 외교정책은 '반미'입니다. 미국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과 적대감을 드러냈고요, 특히 이전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매우 앙숙 관계였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신 중국이나 이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북한과 비슷하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에 북한도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나타냈습니다만, 점점 전 세계에서 반미 지도자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북한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영국의 BBC방송도 지난 7일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으로 미국을 적대시하던 지도자의 시대가 종말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였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2008년에 퇴진했고, 요즘 쿠바는 개방․개혁의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반미 지도자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도 시민혁명 당시 목숨을 잃었고요, 미국을 대상으로 테러행위를 일삼았던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2011년 사살됐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사망했고, 이제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지도자인 차베스 대통령도 세상을 떠났거든요.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들이 사망함으로써 당분간 미국을 적대시하는 지도력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 지금도 북한에서는 반미 정서를 강조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불바다'를 운운하면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점점 동반자를 잃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노정민 기자] 물론 지금도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반미 지도자들은 남아 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전 반미 지도자들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지 않는데요,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으로 반미노선을 유지했던 남미 국가들의 결속력이 약해질 것으로 관측도 있습니다. 한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북한도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를 북한으로 불러 미국과 관계개선 의지를 나타내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제 남미 지역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는데요,
[노정민 기자]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남미 국가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주변 국가가 막대한 석유와 함께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는데,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앞으로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거든요. 이전처럼 '선심성 외교정책'이 중단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차베스 정권이 지지를 받은 이유는 오직 복지정책 때문이었다면서,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남미 지역 내 사회주의 국가들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민주화의 물결이 불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지거든요. 실제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국가로 정비하는 데 헌신하겠다면서 건설적인 관계를 제시했는데요, 국제사회는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이후 베네수엘라가 어떤 행보를 걸을지 주목하고 있거든요.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에 이어 남미 지역에서도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이후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네. 우여곡절 끝에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됐고, 빈민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4번째 대통령에 당선된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소식과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등을 노정민 기자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노정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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