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한 생활에 유행처럼 파고든 ‘얼음’

미국의 인공위성이 2010년 10월에 찍은 위성사진으로 상원군 일대를 가로 지른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북쪽에는 상원시멘트 공장(빨간 원)이 보이고, 도로 남쪽에는 귀일리 일대 아편농장(녹색 원)이 보인다.
미국의 인공위성이 2010년 10월에 찍은 위성사진으로 상원군 일대를 가로 지른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북쪽에는 상원시멘트 공장(빨간 원)이 보이고, 도로 남쪽에는 귀일리 일대 아편농장(녹색 원)이 보인다. (사진-구글 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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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이웃집에 놀러 가면 술접대처럼 "얼음 한번 해봐라"

- 마약으로 가정 파괴돼 탈북하는 사례도 있어

- 권력층과 연계한 인민반장 집이 얼음 판매소로 전락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 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오늘도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세요.

-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이시마루 지로] 네, 혹시 북한에서 ‘얼음’ 장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흔히 북한에서 ‘얼음’이라고 하면 마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네, 마약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화학적으로 만든 각성제입니다. 이 각성제 ‘얼음’이 북한에서 심각한 문제인 것 같은데요, 북한 내부 기자에게 이 소식에 관한 취재를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얼음’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북한 내에서 ‘얼음’, 즉 마약이 심각한 문제라는 소식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고 있는데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죠.

[이시마루 지로] 네, 1980년대부터 북한 외교관이 아편을 밀수하다 체포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양귀비라고 불리는데, 북한이 국가적으로 아편을 재배해서 밀수하고 이를 통해 외화벌이를 한다는 의혹을 국제사회가 갖게 됐죠. 그러다 국제사회의 감시와 비판이 심해지면서 2000년대에 아편 재배와 밀수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외화벌이를 위해 아편 대신 밀수가 활발해진 것이 바로 이 각성제, ‘얼음’입니다. 주로 함경남도의 흥남제약공장이나 비료 공장에서 비밀리에 과학자들이 만들어 국가적으로 몰래 유출했다는 의혹이 많이 있었는데요, 이 ‘얼음’이 주로 중국으로 몰래 팔려나갔다가 최근 북한 내에서 많이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왜 북한 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느냐?” 를 취재했는데요, 공장에서 얼음을 만드는 방법은 소수의 과학자밖에 몰랐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이것을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장사꾼들에게 얼음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만든 얼음을 가지고 나가 장사꾼들에게 밀매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래서 원래는 국가 독점물이었던 얼음이 일반 장사꾼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보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중국에서 얼음 밀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를 단속하자 밀수하기가 어려워졌거든요. 그러자 장사꾼들이 중국 대신 북한 내에서 팔기 시작한 겁니다.

- 네, 북한 내에서 얼음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또 중국에서 마약의 밀수를 통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그러면 북한 내에서 언제부터 얼음이 유행했는지에 관해 평양의 상황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평양에서는 2009년부터 얼음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의 집에 놀러 가면 그 집주인이 “얼음을 한 번 해보라”, “피로가 많이 풀리고 몸에 좋으니까 한번 해 보라”라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대요. 그만큼 손님들이 오면 술대접을 하는 것처럼 얼음을 해보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얼음’, 즉 각성제가 신체에 몹시 나쁘다거나 중독성이 있어서 위험하다는 관념이 매우 희박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렇다면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최근 중국에서 저희 취재 협조자가 탈북 여성을 만났는데요, 작년 말의 일입니다. 이 여성은 생활이 어려워서 넘어온 것이 아니었는데요, 남편이 얼음에 중독되고 돈을 많이 써버린데다 일도 안 나가면서 가정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법이 없어 중국으로 넘어왔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일반 서민 계층까지 각성제가 유행하면서 실질적인 피해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또, 양강도 혜산시의 취재협조가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혜산 시내에서는 주로 당이나 행정 간부들이 얼음 밀매와 관련돼 있다고 합니다.

- 마약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고 탈북까지 할 정도로 마약의 피해 사례가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일반 주민이 얼음을 어떤 경로로 구입하는지,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데요.

[이시마루 지로] 얼음을 생산하는 근거지가 함경남도 함흥에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서 중간 장사꾼이 얼음을 사서 지방도시나 평양, 함흥, 청진 같은 대도시로 가져가고 일반 사람에게 판매하게 되는 겁니다. 북한 당국도 단속을 안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역시 권력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밀매와 관련돼 있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혜산시는 간부들이 믿을 수 있는 인민반장 집에 얼음을 맡기고 주문이 오면 반장 집에서 가져가라고 하는 등 인민반장의 집을 마치 얼음 판매소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신 인민반장들은 한 달에 쌀을 25~50kg을 받는답니다.

-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양강도 혜산시의 취재협조자가 전해온 소식인데요, 혜산 시내에서는 주로 당이나 행정 간부들이 얼음 밀매와 관련돼 있고 특히 혜산시의 10% 정도가 얼음장사에 관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는데요, 평양에 사는 기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평양 시민의 10%가 정도가 얼음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이 유행하고 있고, 심각하다고 전했습니다.

- 요즘 거래되는 ‘얼음’ 가격은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생산 공장이 있다고 하는 함흥에서는 1g당 12달러 정도, 평양시에는 20달러 정도로 밀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혜산시는 좀 비싼데요, 중국과 인접해 있지 않습니까? 중국 돈으로 150위안, 23달러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 일반 주민에게 12달러, 20달러는 상당히 큰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1g의 얼음이 있으면 10번 정도 복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북한에서 20달러, 23달러는 작은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복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 간부 계층들이 많이 한다고 합니다.

끝으로 북한 내부에서 왜 각성제, ‘얼음’이 유행하는지 다시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장사를 하면 돈벌이가 된다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전에 중국이 큰 판매시장이었는데, 통제가 심해지면서 밀수가 안 되니까 북한 내부를 대상으로 장사꾼들이 판매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북한 당국이 얼음 단속을 하지만 아직도 단속이 미약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사회적 분위기도 얼음이 유행하는 데 한몫을 하는데요, 북한 사회가 많이 불투명하고, 막힌 사회이니까 돈이 여유 있는 사람들도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거나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마약을 복용하기도 한다고 취재 기자가 전하기도 했습니다.

- 네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서 얼음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있고,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