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군대에서 급증하는 탈영병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이 한반도의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정작 최전방 부대에서는 고된 훈련과 식량난으로 탈영병이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미 지난해 초부터 "내 사전에 탈영병이란 말은 없다"며 군기확립과 대책 마련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군인들의 마음은 더욱 멀어지고 있습니다.
- 춥고 배고픈 북한 군대에 비해 한국 군인의 급식과 복지는 어떻게 다를까요? 한국의 군인복지기본법은 기본적인 급식부터 피복,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군인의 생활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해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최소한 한국 군대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 탈영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북한 군대를 경험한 한국 내 탈북자들의 지적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비교적 대우 좋던 최전방 부대도 영양실조 만연
- 연평도 포격 직후 긴박했던 당시에도 탈영자 속출
- '탈영자 10명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50명'
- 탈영자 단속․대책 마련․결의대회에도 바뀐 것 없어
- 요즘 군인들 "북한 위해 목숨 바칠 필요 없어"
북한이 최근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잇따라 최전방 군부대를 시찰하는 등 한반도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북한군 내부에서는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국 국방부가 지난 12일 밝혔습니다.
특히 전방부대에서 탈영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역시 고된 훈련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탈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한국 국방부의 분석인데요, 김민석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김민석 대변인] 숫자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올해 들어 특히 전방에서 탈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내부적으로 식량이나 생활여건이 좋지 않고, 군 기강이 해이해져서 발생한 것 같습니다.
북한의 최전선, 즉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근무하는 병사의 대우는 다른 부대에 비해 비교적 좋았습니다. 하지만 최전방 부대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탈영군인의 수가 예년보다 7~8배나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군부대의 여건이 열악하고 기강도 매우 해이해졌다는 것을 시사하는데요,
이처럼 북한 군인의 탈영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부대를 탈영하는 병사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미 북한 보위사령부의 검열부와 지방의 경무관들은 지난 1월 18일부터 탈영병들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했는데요, 탈영병이 급증한 이유도 역시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요즘처럼 한반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2010년, 당시 한국 연평도에 대한 포격 도발이 있은 이후에도 북한 인민군에서 매일 강도 높은 훈련과 비상경계가 이어졌지만 고된 훈련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탈영한 병사가 속출했습니다. 상부에 보고된 탈영병이 10명이면 실제 탈영병은 50명이 될 정도로 도망치는 병사들이 갈수록 늘어나자 보고를 받은 김정은 제1비서가 크게 화를 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특히 식량공급을 비롯한 물질적인 대우가 나빠지고 북한 군대의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부대의 기강이 계속 해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는데 대우가 계속 악화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군 복무를 해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할 수 있죠. 또 최전선뿐만 아니라 내륙 쪽 군부대의 숫자로 많지 않습니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북한 군인의 영양실조는 이전부터 일상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가장 대우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부대는 물론이고 특히 북한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황해남도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병사 중에도 영양실조에 걸리는 군인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부대가 조직적으로 농촌 마을을 습격해 먹을 것을 훔쳐가는 경우는 흔한 일이 됐습니다. 심지어 황해남도 옹진군의 농촌마을에서 발생하는 절도 피해의 30~40%가 군대에 의한 것이라는 내부 취재협조자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북한 군대에서 탈영병이 급증하자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해부터 군인들의 생활개선을 주문하고 간부들의 대책회의, 병사들의 결의 모임을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군기 잡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사실 군대에 대한 통제나 사상교육은 계속해 왔어요. 그런데 통제와 사상교육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현장에 있는 병사는 계속 힘들어지잖아요.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대우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다시 말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사실 북한 군대 안에서는 대우의 악화로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군대의 식량난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충성심의 약화라고 지목합니다. 북한 군대가 북한 정권에 충성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세계 북한인권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요즘 북한 군인들은 1990년대에 태어나 노동당의 배급이 아닌 어머니의 장마당 수입으로 겨우 먹고산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은 힘들게 장사를 해 번 돈으로 자식을 먹여 살리는 부모를 보며 북한 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지난해 "나의 사전에 탈영병이란 말은 없다"며 군기확립에 나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또 최근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발표하고 '전시태세'와 '전투동원태세'를 강조하며 직접 김정은 제1비서가 군부대를 시찰하는 등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정작 전쟁에 나설 북한 군인의 몸과 마음은 김정은 제1비서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한국 군인의 급식 상황은?>
- 군인 복지, 전투력 유지에 중점
- 높은 수준의 복지, 병역 의무 이행 의지 향상
그렇다면 한국 군인의 복지는 어떨까요?
한국의 군인복지기본법은 군인의 생활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해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매 5년마다 기본계획을 현실에 맞게 새롭게 수립해 달라진 복지환경에 발맞추고, 군인들의 다양한 요구도 수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장병의 급식은 주식으로 쌀밥과 각종 잡곡이 들어간 잡곡밥은 물론 그리고 신세대 장병의 입맛을 고려해 햄버거와 짜장면, 떡국, 만둣국 등 분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 고기 등 고기 종류가 하루도 빠짐없이 장병들의 식탁에 오르고 소갈비와 돼지갈비, 삼계탕 등도 일 년에 정기적으로 공급돼 장병들의 건강과 사기를 책임집니다.
이밖에도 김치를 포함한 채소류와 두부 콩나물 등은 물론 계란도 한 달에 24개씩이 급식으로 제공되고, 매일 우유 하나와 각종 과일 주스, 과일과 함께 매달 정기적으로 라면과 떡, 건빵과자 등으로 장병들의 다양한 입맛과 부족한 영양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하루 식단도 장병들이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고려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아직도 군인들이 합리적인 영양을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NK지식인연대'의 김현아 부대표도 한국 군인의 급식 상황을 거론하며 군인이 영양실조에 걸린 나라는 북한 밖에 없다고 꼬집습니다.
[김현아 부대표]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만큼 가난한 아프리카의 나라도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은 없습니다. 남한은 국방비 가운데 40% 이상이 군인 월급과 피복비, 급식비입니다. 그래도 군인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준다고 계란후라이나 고기떡볶음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실제로 군대생활을 오래 한 고참 병사들은 군대급식이 지겨워 가끔 식사를 건너뛸 만큼 한국 군대에서 먹을 것은 풍족한 편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군인에 대한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은 국내는 물론 외적으로도 국가수호에 대한 의지로 작용하고 군인의 자부심을 높여 병역 의무의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는데요,
최소한 한국 군대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 탈영하거나 전투력이 약화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북한 군대를 경험한 한국 내 탈북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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