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2014년 8월, 인공위성이 촬영한 신의주시 채하동을 살펴보니 살림집으로 보이는 7채의 고층 빌딩이 건축되고 있습니다. 또 일 년 전인 2013년에는 4채의 아파트가 건설됐고, 주변에는 편의․오락 시설도 거의 완공됐는데요, 북한 신의주시의 아파트 건설 열기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현상이 위성사진을 통해 재확인된 겁니다.
북한 신의주시의 활발한 살림집 건설 열기는 북한의 주택 시장에 자리 잡은 시장경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살림집 건설의 확대'를 명분으로 민간 자본의 유입을 허용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도 북한 경제의 시장화 바람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2014년 8월, 살림집으로 보이는 고층 빌딩 건설
- 2013년에는 4채의 고층 아파트 지어
- 인근에는 스케이트 공원에 물놀이장, 편의시설까지
- 꾸준히 확장한 채하시장과 함께 건설 열기 활발
- 북한 부동산에 부는 시장경제, 시장화 바람 이끌 듯
인공위성이 지난해 8월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채하동의 위성사진을 살펴봤습니다.
당시 7개의 고층 빌딩이 건설 중에 있습니다. 6개의 빌딩은 위아래, 또 옆으로 나란히 지어지고 있고, 나머지 한 개의 빌딩도 최근 완공된 아파트 옆에 공사 중입니다. 위성사진만으로 이 빌딩이 어떤 용도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살림집 아파트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제로 2013년 9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4채의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 뒤인 2014년에는 완공된 아파트 옆에 다시 아파트로 보이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전역에서 아파트가 많이 건설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신의주시에도 새로운 빌딩을 짓고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요, 이 건물들은 모두 살림집이었습니다. 특히 신의주시에 사는 주민에 따르면 짓고 있는 아파트들은 주로 100~120평방미터 넓이의 아파트입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 연구원은 신의주시 채하동과 오일동 등에서 새 살림집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2013년도에 4채, 2014년에 7채 등의 건축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이밖에도 스케이트 공원과 물놀이장 등 오락․편의 시설 등도 2013년에 거의 완공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도 지난 1월, "2년 전부터 신의주시의 부동산 개발이 활발하다"며 "지난해 7~8월경부터 채하동에 고층 아파트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처럼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해 다른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북한 신의주시의 아파트 건설 열기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현상이 위성사진을 통해 재확인된 겁니다.
현재 신의주시에 신축 중인 아파트의 가격은 3만~3만5천 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가을에는 4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다른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아진 탓에 아파트 가격이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채하동의 아파트는 북한의 외화벌이 회사들과 돈주, 이른바 신흥부자들의 투자로 건설하고 있는데요, 개인 자본가가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면 기업소가 아파트를 짓는 형식입니다.
또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개인 돈주들의 투자를 이끌어내 살림집을 건설하라"고 지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출처에 관해 묻지 말고, 투자자들에 대한 이윤을 최대한 보장해줄 것"도 강조했는데요, 이 때문에 많은 돈주들이 살림집 건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새로 지은 아파트는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 수 있고 개인 재산으로까지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아파트를 구매했다가 다시 되파는 것도 가능해지면서 지방 도시에서도 살림집 건설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게다가 장소와 위치, 좋은 매물에 따라 아파트 매매 가격에 차이를 보여 이미 북한의 주택 시장에서는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사실상 북한의 거주 문제는 시장경제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를 표방하는 북한 당국에서 주택을 제공하지 못하면 (주택 매매는)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시의 채하시장은 꾸준히 확장됐습니다. 2002년부터 인공위성에 찍힌 채하시장을 살펴보니 2011년까지 규모 면에서 성장을 거듭했고, 2012년에는 남상동 공원부지에 이전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큰 시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관련 기사)
채하시장이 신의주시 상업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고 북․중 세관과 인접성 등을 고려하면 채하동에 지어지는 아파트값은 비쌀 수밖에 없는데요,
[Ishimaru Jiro] 장마당 가까이에 있으면 장사, 즉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니까 유리하죠. 자신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창고 역할까지 해서 돈벌이가 됩니다. 또 북한은 전기가 항상 모자라는데, 모자라는 전기를 우선으로 받는 큰길, 당이나 행정기관 건물 등 중요한 시설에 가까운 곳이면 집값이 많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위성사진과 소식통,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제 북한의 주택 시장은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살림집 건설의 확대'를 명문으로 민간 자본의 유입을 허용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장마당 허용', '외화 사용' 등과 함께 북한 경제의 시장화 바람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매년 새롭게 지어지는 신의주시의 살림집 아파트가 하나의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돈에 관한 북한 주민의 인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