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이 오는 5월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통해 노력동원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저축을 강요하면서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번 '70일 전투'는 당 대회까지 사회 통제와 질서 유지가 목적으로 보이는데요,
"70일 동안 실질적인 생산과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70일 전투' 기간에 무조건 출근하라면서 주민을 압박하고 있고, 단속도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안원들이 집마다 방문해 직장이탈자나 무직자를 단속해 노동단련대에 보내거나 뇌물을 받고 '70일 전투'를 면제해 주고, 북한 주민에게 강제적인 돈과 물자의 공출에 대한 부담까지 주고 있는데요, 매번 반복되는 북한 당국의 횡포에 주민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집마다 직장이탈자·무직자 단속, 노동단련대 보내
- 약 70달러 내면 '70일 전투' 면제
- '은행에 돈이 없다'며 북한 주민에게 저금 강요
- 강제적인 돈·물자 공출에 노동동원까지 부담
- 당 대회에서 제시할 북한의 경제정책도 미지수
북한이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전국에 '70일 전투'를 전개하면서 주민의 불만이 고조하고 통제와 단속이 강화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의 공안기관이 집마다 돌며 무단결근자와 직장이탈자 등을 단속하는가 하면 70일 전투 기간에 매달 북한 돈 천 원을 은행에 저축할 것을 강요하는 가운데 반면 출근한 노동자에게는 배급도 주지 않아 북한 주민의 불만이 매우 높다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지방 당국이 '70일 전투'를 맞아 "노는 사람 없이 모두 직장에 나와 헌신하라"고 요구한다면서 출근을 해도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보안원들이 매일 집을 돌며 무직자나 무단결근자 등을 찾아내 노동단련대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단속에 걸린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이번에는 당 대회까지 사회 통제·질서 유지가 큰 목적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기업소나 직장에 출근해봤자 생산할 것도 없고, 배급·월급도 없지 않습니까? 70일 동안 실질적인 생산과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70일 전투' 기간에 무조건 출근하라면서 주민을 압박하고 있고, 단속도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편, 강화된 단속과 통제 가운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일정 금액을 상납하고 '70일 전투'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70일 전투' 기간에 일을 나오지 못하는 주민은 한 사람당 북한 돈 60만 원, 미화로 약 70달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의 설명인데요,
'70일 전투'라는 명목 아래 북한 주민이 또다시 강제적인 돈과 물자의 공출은 물론 노동 동원이란 부담을 떠안게 된 겁니다. 이에 대해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국가적 사업을 벌일 때마다 지원금 명목으로 주민에게 돈을 걷는 과거의 사례를 답습한 것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예금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취재협력자는 "지역 사무소에서 '70일 전투'를 이유로 모든 주민에게 매달 북한 돈 1천 원을 은행에 저금할 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요,
지역사무소가 최근에는 1월부터 3월까지 3천 원을 저금할 것을 요청했지만, 갑자기 5천 원으로 오르고 지역 간부들은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계획을 앞당겨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을 믿지 않는 주민이 이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shimaru Jiro] 이것은 아주 갑작스럽게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은행에 돈이 없으니까 전 주민에게 한 사람당 1천 원씩 저축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거든요. 올해 1월부터 계산해서 당 대회까지 5개월분을 내라는 거예요. 은행에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재미있고요, 당 대회를 위해 '모금'하는 것이 아닌 은행에 '저금'하라는 것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모금한다고 하면 강탈이 되지 않습니까? 이자 붙여 돌려주겠다는 것이니까 표면적으로는 강탈이 아닌데, 북한 주민은 한 번 은행에 저축하면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자유아시아방송의 취재에서도 '70일 전투'에 대한 북한 당국의 횡포와 이에 따른 북한 주민의 고통은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유휴자재 모으기', '좋은 일 하기' 등을 통해 돼지와 토끼 가죽, 고철, 파지 바치기를 비롯한 지나친 사회적 과제를 부과하는가 하면 강제와 다름없는 성금을 강요하고, 외화를 바친 사람은 '70일 전투'에서 제외해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동원으로 정작 농사와 장사에 차질을 빚다 보니 북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Ishimaru Jiro] 내부 협조자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70일 전투 기간은 이익도 전혀 없는 출근을 강요당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장사할 시간을 놓친다는 불만이 당연히 있고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단련대에 보낸다는 강압적인 조치까지 있고, 여기에 돈까지 내라고 하니까 굉장히 불만이 많다고 내부 협조자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저축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거죠. 이것도 하나의 저항이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현재 진행되는 '70일 전투'는 지난 2월 24일 당 7차 대회를 앞두고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전체 당원에게 편지를 보내, 70일 전투를 벌일 것을 호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날을 기준으로 하면 오는 5월 초까지 전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어떤 경제목표를 어떻게 수행할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라고 지적합니다.
[Ishimaru Jiro]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집행할 때 '주민 생활 향상'은 공약이니까 이것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려면 개혁·개방밖에 없는 거죠. 그럼 경제제재를 받는 조건에서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것은 무엇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 실적을 쌓기 위한 밑그림은 보여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북한 주민의 기대는 들어보셨나요?
[Ishimaru Jiro] 기대한다는 사람의 목소리는 한 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노동신문은 '경제계획을 앞당겨 수행했다'라는 기사를 연일 게재하고 있는데요, 지난 17일 자 노동신문 1면에 소개된 평양시 내 4개 공장도 목표로 한 상반기가 아직 2달이나 남아있는 시점에 모두 완공했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공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짓고 또 어떻게 운영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요,
그동안 북한은 권력에 중대한 국면이 조성되거나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요성이 제기되면 '70일 전투'와 같은 노력경쟁 운동이 전개됐습니다.
1974년에 70일간 진행된 '증산전투'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서 명분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당시 업적에 따라 공화국영웅칭호를 받으며 후계자의 입지를 굳혔는데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진행하는 이번 '70일 전투'도 어린 나이와 경험·실적이 전혀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성과로 돌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오는 5월 당 대회 전까지 보여줄 성과가 필요하고, 성공적인 당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많은 자금도 필요한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수록 '70일 전투'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시선은 더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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