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진 이후 100일 동안 후계자인 김정은 부위원장이 경제 부문을 시찰한 것은 단 1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 매체인 '데일리 NK'가 김 부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분석했는데요, 총 31번의 공개활동 중 군 관련 시찰은 20회에 달했지만 경제 부문은 단 1번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체제유지의 핵심 주력인 군부대의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반면, 경제 부문은 챙겨봐야 얻을 것이 없고 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김일성 전 국가주석이 사망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의 행보도 이와 비슷했는데요, 경제보다 군을 먼저 챙기는 모습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최근 북한에서 시장경제 체제의 흐름과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시장이 활기를 띠고 북한의 열린 마음이 느껴지는데다, 시장원리를 배울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개방개혁의 길을 가는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체제가 안정되기 전까지 북한이 과감히 빗장을 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곳곳에서 개방개혁의 기대를 높이는 변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 북한 평양시 강동군에 있는 초대소 인근에 새로 들어선 기차역과 초호화 별장, 편의시설, 대형 운동장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특히 강동군 향목리는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가가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변화가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조금씩 시장개방 쪽으로 가는 느낌"
“요즘 북한의 골목마다 시장이 열리고 활기가 있다.”
“북한이 열린 마음으로 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최근 북측 관계자와 접촉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요즘 북한의 분위기입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 외국의 프랜차이즈, 즉 연쇄점도 계속 등장하면서 조금씩 시장개방으로 기울여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소식통은 북한이 비록 ‘선군’을 외치지만 곳곳에서 시장경제의 형태가 많이 나타나는 점을 주목하면서 체제의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보폭을 내디딜 수 없는 만큼 지향점을 향해 조금씩 개방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습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북한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전수하는 민간단체 ‘조선익스체인지’도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평양에서 북한의 관리와 경제인을 대상으로 자산 부채와 종합관리에 대해 교육했습니다. 또 북한이 올해 들어 신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해외연수에 적극 나선점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 내부에서 새로운 농업관리체계를 도입하고 부분적으로 토지의 사유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목소리도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합작한 휴대전화 사업을 예로 들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사업마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하면서 개방개혁의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Ishimaru Jiro] (북한이) 이것을 시작할 때 외국의 자본과 외국 기술을 필요로 했고, 고려링크라는 합영회사를 만들면서 시작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시장경제가 많이 확대되면서 "시장경제의 원리로 돈을 벌 수 있겠다"라는 하나의 개방개혁 정책의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 정권도 정부 차원의 방침에 따라 개방개혁으로 간다는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마다 외화의 투자를 받으면서 개방개혁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또 북한에서 휴대전화의 사고나 도난에 대한 보험이 등장하거나 현금 직불 카드인 '나래'가 쓰이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는데요,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의 설명입니다.
[Ruediger Frank] 북한 주민은 손전화기 보험을 통해 시장경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배울 기회를 갖게 될 겁니다. 보험의 조항이나 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는 과정을 통해 시장경제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요.
폴란드과학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니콜라스 레비(Nicolas Levi) 전문위원은 최근 자신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에서 경제적 개혁이 진행 중인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합니다. (One thing is sure that reforms are going on in the most secret country of the entire world.)
북한이 라진 선봉과 황금평 개발에 나선 것은 물론 최근 외국 회사들과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보험회사를 설립하고 국제사회의 신용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중국의 일부 모습을 본보기로 따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북한의 투자환경 개선으로 외국기업과 북한합영투자위원회 간 계약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가 북한 주민의 삶에 파고든 북한.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개방개혁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하는데요, 하지만 선군정치를 앞세운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기까지 북한이 급격한 개방개혁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와 협력 중단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와 북한 당국의 정책에서 작게나마 엿볼 수 있는 시장경제 체제의 원리, 그리고 이를 정책에 적용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모습은 경제 발전이 시급한 북한의 과제와 맞물려 점진적 개방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평양 강동 초대소 인근 새 기차역·별장 들어서
북한의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가가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평양시 강동군. 이곳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2011년 11월, 강동 초대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봤습니다. 미국의 북한 위성사진 전문가인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씨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분석 내용을 살펴보니 강동 초대소로부터 북서쪽, 대동강 건너편에 새로운 기차역이 들어섰습니다. (
) 2006년 12월 사진에는 없던 기차역입니다. (The new train station can be seen to the north west of the compound on the opposite side of the river.)
멜빈 씨의 분석에 따르면 기차역의 길이는 약 780m로 기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 지어진 기차역에서 북서쪽으로 뻗은 11.5km 길의 철로는 평양역과 만나며 국유 철도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
) 또 일부 선로는 현재 공사 중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차역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을 분석한 멜빈 씨도 김 부위원장이 아버지인 김 위원장과 같이 새로 지은 기차역을 이용할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2011년 11월 위성사진에 나타난 강동 초대소의 변화도 눈길을 끕니다. (
)
북동쪽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별장이 꽤 큰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최고위층이 이용할 것 같은 운동장과 편의 시설도 모두 완공돼 한눈에 보기에도 잘 정리된 듯 보입니다. (The Kandgong leadership compound has added a new residency, a new support facility, new sports facilities, and a peculiar facility that appears to be a tree farm.)
특히 변화를 보인 강동군 향목리는 김 부위원장의 생가가 조성되는 곳으로 알려져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 NK'는 지난해 말 평양시 강동군에 김정은의 생가가 조성되고 있으며 고향집 내부 공사와 도로, 철도 건설 등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기차역과 화려한 별장, 운동시설 등이 들어선 평양시 강동군은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특별 계층만을 위한 북한 당국의 정책과 노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커티스 멜빈 씨는 북한 전문 블로그인 ‘North Korean Economy Watch (www.NKeconWatch.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